슈틸리케호, 세계무대서 경쟁력 갖추려면 더 빠른 공수전환 이루어져야

조회수 2016. 3. 26. 1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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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빠른 공수전환이 답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4일 레바논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와 함께 8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른 조 선두를 살펴봐도 무실점·전승을 기록 중인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왜 한국이 아시아 축구강호인가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그러나 이날 경기력은 다소 의문이 들게 했다. 쉬운 상대라 생각한 만큼, 쉽지 않은 경기였다. 공은 소유하고 있어도 영양가 있는 공격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축구팬들에게는 경기 막판 터진 이정협의 결승골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결코 이 정도의 팀을 상대로 1-0 승리에 만족해선 안 된다. 앞으로 더 강한 상대와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공수전환은 현대축구에서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 FIFA 기술연구그룹

현대축구는 시간과 공간싸움이 매우 치열해졌다. 빠르게 상대의 공을 빼앗고, 빼앗은 즉시 속공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하며, 다시 또 빠르게 공을 되찾아오는 공수전환의 중요성이 커졌다. 현대축구서 이러한 플레이를 가장 잘 나타낸 팀은 바로 잉글랜드 레스터 시티다.

레스터는 현재 EPL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이다. 기존 유행하던 점유축구와는 다르게 공격수들에게 단번에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찔러 넣어 슈팅기회를 만든다.

이처럼 한국 또한 빠른 공수전환을 펼쳐야 한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패스에 이은 역습강화와 공이 있든 없든 선수들의 더 빠른 움직임을 요구해 현대축구의 흐름에 걸맞은 경기력을 펼쳐 보여야만 한다. 그래야 아시아 축구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아무리 상대가 약팀이었다지만 한국의 공수전환은 느리고 세밀하지 못했다. 공격전환 과정서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지나치게 의식한 듯 보였고 수비전환 과정서는 공격과 수비가 둘로 나뉘어 세 차례 위협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출처: SBS 방송캡쳐 / 전반 26’ 상대가 약팀이다 보니 2선 공격진의 수비전환은 느리고 소극적이었다.

대표팀 특성상 선수들의 컨디션과 조직적으로 맞지 않았던 부분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상대의 첫 번째 터치가 좋지 않았을 때와 상대가 우리 골문을 등지고 있을 때(상대가 뒤로 패스하거나 뒤로 돌아선 경우)처럼 확실한 상황서는 압박이 들어가 줬어야 했다.

출처: SBS 방송캡쳐 / 후반 16’ 패스가 끊기자마자 공 근처에 있던 황의조가 곧바로 상대를 압박했다. 이후 김진수가 상대의 패스를 예측해 수비했다.

한편 공격에선 선수들의 정적인 움직임이 아쉬웠다. 공을 탈취하는 상황서 미리 예측하고 재빨리 공간을 선점한 뒤 속공이 가능하게끔 몸 방향을 돌리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상대 골문을 등진 채 전방에서 공을 기다리기만 했다. 상대 시야에서 벗어나려 노력하며 공격적인 패스가 가능한 위치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부족했다.

출처: SBS 방송캡쳐 / 전반 19’ 한국은 공격템포를 살려 빠르게 상대 배후로 파고들지 못했다.

더구나 날카로운 패스가 들어갔을 때도 빠르게 간격을 좁혀 다가가는 선수가 없었다. 결국, 황의조는 고립됐다. 중앙에 타겟이 있어야 하는데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부족했다. 내려가 공을 받아주기만 할 뿐, 상대 수비진에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출처: SBS 방송캡쳐 / 후반 20’ 빠르게 쇄도해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록상 한국은 14개의 슈팅 중 5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반면 레바논은 유효슈팅 없이 2개의 슈팅이 고작이었다. 슈팅 수 차이만 무려 7배였다. 문제는 레바논의 롱패스로부터 시작되는 하산 마툭(7번)의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 의한 공격패턴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출처: SBS 방송캡쳐 / 후반 13’ 하산 마툭은 레바논의 역습상황서 핵심이었다.

특히 후반 13분 하산 마툭이 오른쪽에서 쇄도하는 모하메드 타한(17번)을 향해 단번에 스위치(switch)시켜준 패스는 정작 한국이 보여줬어야 할 공격장면이었다. 한국으로선 운이 좋았다. 한국의 안일한 수비와 레바논의 영리한 플레이가 맞물려 실점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뒤늦게 이정협과 석현준을 투입하며 측면공격을 노렸다. 기대만큼의 결과를 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후반 60분경부터 수비가담이 저조해진 마툭의 뒷공간을 조금 더 빨리 공략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한국은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측면 공격수가 주로 안쪽에 머물렀다. 이 과정서 빌드업에 관여하고자 수비진과 가깝게 머무르고 측면 수비수의 공격가담 또한 저조하다 보니 물 흐르듯 한 공격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출처: SBS 방송캡쳐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직후, FIFA 기술연구그룹은 “감독과 선수들이 공수전환 과정을 이용하기 위해 얼마나 잘 단련되어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빠른 공수전환의 중요성이 대두한 현재, 과연 슈틸리케 감독과 코치진이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해본다.

분석 = 박경훈,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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