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지소연 '아직 다 못다한 이야기'

조회수 2016. 3. 23. 2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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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 그 외에는…’  

런던에도 봄이 찾아왔는지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오랜만에 코밤에 위치한 첼시FC 훈련장을 향했습니다. 첼시 레이디스 FC에서 활약중인 지소연 선수를 만나 그동안 미루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에…

지난 3월 11일, 4개월의 긴 여정을 끝내고 히드로 공항을 통해 지소연 선수가 런던으로 돌아왔습니다. 출구를 나오는 모습에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수고했어”라는 말에 “속상하고 힘드네요.”라며 담담한 표정으로 답을 하였습니다. 올림픽 예선을 치루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 하네요. 묻고 싶었던 이야기도 많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영국에 도착한 지 이틀 후에 첼시 레이디스의 프리시즌 마지막 친선 경기가 스테인즈타운 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7대1의 대승을 거두었고, 지소연 선수는 시차적응도 안되고 몸도 회복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20분 정도만 경기를 소화하였습니다.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었지만 괜찮은 모습을 보였고, 경기 후에는 팬들에게 사인도 해주며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5일에 스탬포드 브릿지에서는 미디어데이가 진행되었고, 첼시 레이디스를 대표해서 최고의 윙어인 젬마, 센터백 질리 그리고 골키퍼인 헤드빅과 지소연 선수가 참여하였습니다.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하며 첼시 레이디스를 홍보하였습니다. 지소연 선수는 여전히 첼시 레이디스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드디어 20일 시즌 첫 공식 경기인 FA컵 경기가 홈팀 돈캐스터 로버스벨스의 킵모트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지소연 선수는 이 경기에서 1골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돌아온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주며 올림픽 예선에서의 아픔을 털고 다시금 비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후에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아요. 더 열심히 해야죠. 그게 최선인것 같아요.”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22일 방문한 첼시 훈련장 30번 피치에서는 레이디스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애니와 젬마등 기존 선수들을 비롯해 이번 시즌에 이적해 온 새로운 선수들이 무리지어 땀을 흘리고 있었어요. 지소연 선수는 그 무리중에 빠져서 옆에서 회복운동을 하고 있었구요. 그 동안에 엠마 헤이즈 감독을 만났는데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는 인사와 함께 지소연 선수에 대해 그리고 한국에서 지소연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영상 코멘트를 남겨 주었습니다.

운동을 마친 후에 “이야기 나누기 전에 잠시만요” 하면서 새로 바뀐 시설들을 보여주며 자신의 이름이 박힌 락커 앞에서 “예전과 다르죠? 많이 좋아졌어요.”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락커룸을 구경한 뒤 그동안 궁금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고 놀라운 사실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본 칼럼에 다 담을 수가 없는 아쉬움 또한 남았습니다. 지금 상태에 대해 “솔직히 좋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몸도 그렇고 마음도 최상은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지고 갈 짐이고 감수해야 할 부분이에요. 제 책임이니까요. 그리고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그러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해야죠.”라며 아직도 힘든 모습이 남아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 일본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팀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더불어 팬들의 실망의 소리를 들어야 했기에 마음의 부담이 많이 컸어요. 그런데 그 날 제게 힘이 되는 한 통의 메세지가 왔어요. 엠마 헤이즈감독님이 보낸 메세지였어요. 그 메세지를 보고 울컥했어요. 그리고 감사했어요. 그래서 다시 힘을 얻었어요.” 라며 메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메세지는 “주눅들지 말고 힘내라. 넌 네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있어.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라.우리는 너를 항상 자랑스러워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런던에 도착해서 첫 프리시즌경기를 한 그 날 절친 애니를 주축으로 동료들은 그녀를 위해 저녁만찬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엠마 감독을 비롯해 첼시 레이디스 동료들은 그녀를 진심으로 믿고 위로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동양에서 온 작은 선수가 2년 동안의 플레이로 잉글랜드에서 자신의 팀에게 분명한 신뢰를 심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뭉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또한 올림픽 예선 중에 당한 힘든 일을 털어놓았습니다. “사실 중국전을 앞둔 6일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가슴이 많이 아팠죠. 그래도 표현할 수 없었어요. 중요한 경기들이 있었기에……이제서야 말할 수 있네요. 그 때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변명이나 핑계처럼 보여졌을테니까요.”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변명이나 핑계거리로 치부될까봐 말할 수 없었고, 그 상황에서도 눈물을 삼키며 나라를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고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실수를 합니다. 비난을 받습니다. 그 때마다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합니다. 무시를 당합니다.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그 때마다 실력으로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납니다. 아픈일이 있습니다. 그 때마저도 참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기에 그녀를 믿고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응원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그런 동료와 팬들을 위해서 그리고 나아가 실망하고 비난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오늘도 땀을 흘립니다. 그런 지소연 선수의 마음이 봄 햇살만큼이나 따스해지길 기대하며 그라운드에서 다시금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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