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골만큼 넘쳤던 정, 훈훈했던 FC서울의 개막전

조회수 2016. 3. 29. 20: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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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가장 이슈가 되는 팀은 역시 FC서울일 것이다. 잘 할 것이라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조별예선 3경기를 소화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연승 중이다. 특히 내용이 어마어마하다. 부리람(태국)을 6-0으로 꺾은 FC서울은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산둥 루넝을 각각 4-1로 쓰러뜨렸다. 3경기에서 14골을 터뜨렸다. 지난해 초반 '이진법 축구'라는 표현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확 변했다. 밖에서만 잘하는 게 아니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달라진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FC서울은 지난 3월12일 전주 원정으로 펼쳐진 전북현대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0-1로 패했다. 잘 싸웠으나 그야말로 석패였다. 때문에 19일 상주상무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 들여 치르는 2라운드이자 홈 개막전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승부였다. 자칫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슬로스타터'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 그런데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 또 4골이라는 다득점에 성공한 서울은 무실점 완승을 거두고 정규리그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화끈한 경기력과 흐뭇한 서비스로 홈 팬들을 열광시켰던, 풍성하고 훈훈했던 FC서울 개막전을 되돌아본다. 골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정'이 넘친 상암벌이었다.   


#긴장했던 데얀, 그러나 실력도 팬 서비스도 여전

ACL 경기로 이미 복귀 신고는 했으나 아무래도 홈에서 열리는 정규리그 첫 무대라는 배경 때문인지 데얀은 경기 전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잘 해야한다는 부담이 몸을 움츠러들게 하는지 내내 굳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말 걸기조차 부담스러운 진지한 모습으로 훈련했으나 팬 서비스 만큼은 달랐다. 굳은 표정으로 있다가도 팬들의 환호 소리가 들리면 금세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미소를 보였다.

경기 종료 후에는 자신의 세리머니 모습이 담긴 액자를 선물해준 팬에게 유니폼을 건네며 팬 서비스를 제대로 했다.

액자를 선물한 팬에게 유니폼을 선물한 데얀
라커로 향하며 다시 한 번 눈인사를 전했다


#조카 기운받고 펄펄 날았던 '국가대표' 주세종

이날 데얀만큼 팬 서비스가 좋았던 선수가 또 있다.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사인 공세를 펼치는 매너남. 그는 마침 이날 오전 A대표팀 발탁 소식이 전해진 주세종이었다. FC서울 이적한 뒤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등 행복한 2016년을 보내고 있는 주세종이 이날 일찍부터 관중석을 찾은 이유는 사실 끔찍하게 아끼는 조카 때문이었다. 

'아들바보'로 착각할 만큼 끔찍하게 예뻐하던 아이는 사실 아들이 아닌 조카다. SNS를 온통 조카사진으로 도배할 정도로 조카 사랑이 남다른 주세종은 훈련에 들어가기 전 잠시 짬을 이용해 조카를 만났고, 녀석의 좋은 기운 덕분인지 홈 팬들 앞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도 자리했으니 눈도장도 찍고 경기에도 승리한, 기쁨이 배로 컸던 날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 절친 위해 기쁨 억누른 최용수 감독

선수만큼 화려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로 유명한 최용수 감독이지만 이날 만큼은 호들갑스러운 행동을 삼갔다. 4골이나 터졌으니 화려한 독수리 날갯짓이 나올 법도 했지만 자제했다. 25년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는 조진호 감독을 위한 배려였다.

4-0 대승으로 경기가 종료됐지만 휘슬이 울린 후 평소처럼 주먹을 불끈 쥐거나 양손을 번쩍 들어 기쁨을 표하는 액션은 없었다. 조용히 코칭스태프와 악수를 나눈 뒤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상주상무 벤치로 향하던 최용수 감독이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을 뿐 사실 기쁨은 컸다. 

교체되어 나오는 데얀에게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가 휙- 손을 빼버리며 정색하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 그의 속내가 느껴진다. 감독 입장에서는 매 경기가 긴장되지만, 최용수 감독에게 시즌 초반 경기들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최근 몇 년 '슬로스타터'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달고 살던 서울에게 상주전은 정말 중요했다. 전북전 패배에 이어 또 잘못됐다면,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었다. 그런데 홈 팬들 앞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완승을 거뒀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는 최용수 감독이다.



#기쁘지만 슬펐던 아드리아노

기뻤지만 웃을 수 없었던 이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아드리아노다. 

전반전 아드리아노 골 장면

전반전 골을 넣은 아드리아노는 동료들이 무안할 정도로 시무룩했다. 자신을 K리그로 이끌어준 전 스승에 대한 배려였다. 전반전이 종료된 후 아드리아노는 상주상무 조진호 감독을 찾아가 인사를 전한 뒤 자신의 유니폼을 선물했다.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니폼 선물이라니 당황스러운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 마음만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전 소속팀 대전 시티즌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조진호 감독에게 어떻게든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옛 스승에 대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떠나지 않았다. 

내내 시무룩한 표정을 보이던 아드리아노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찌나 슬퍼보이는지 오히려 상주 선수들이 위로를 건넬 정도였다.

4-0으로 이겼지만 0-4로 진 것처럼 아팠던 아드리아노다. 경기 외적으로는 약간 천방지축 이미지가 있는 아드리아노였는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정이란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데, 이날만큼은 브라질에서 날아온 아드리아노의 감정이 더 한국적이었다. 

 

#친정 팬들에게 인사 전한 이웅희와 잊지 않은 팬들

유독 따뜻한 장면이 많았던 이날의 마지막 훈훈한 장면은 경기 종료 후에 나왔다. 군입대 후 처음으로 옛 둥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이웅희의 인사였다. 

FC서울 팬들에게 인사 전하는 상주상무 이웅희

이웅희는 지난 시즌까지 FC서울 수비라인의 기둥이었다. 지난해 경기를 거듭하면서 이웅희는 "이제 곧 입대를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말로 서울에 대한 진한 애정을 전한 바 있다.

상무에 입대한 이웅희는 이날 경기 종료 후 FC서울 팬들을 찾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서울 팬들은 이웅희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잠시 떨어져 있으나 여전한 가족애를 느낀 이웅희의 표정에는 뭉클함이 담겨 있었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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