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고립, 피투의 지원이 아쉬웠다

조회수 2016. 3. 21. 18: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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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개인의 문제는 아니었다.

장외부터 뜨겁던 깃발전쟁, 결과는 무승부였다. 벌여놓은 판에 비해 내용은 아쉬웠다. 황의조의 침묵이 뼈아팠다. 총 슈팅 수 0개, 지난 시즌 무려 108개의 슈팅을 시도해 15득점을 기록하며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지만, 이번 경기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 했다.

1. 황의조는 왜 고립됐을까

황의조는 동료 선수들과의 거리가 멀어 충분한 도움을 받지도, 상대 수비수를 이용하지도 못 했다. 성남은 전방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수원FC의 균형을 무너뜨려야 했다. 하지만 황의조와 피투가 공을 받고자 내려오거나 측면으로 빠졌을 때, 만들어진 공간을 향해 중앙으로 쇄도하거나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공격수의 움직임이 부족했다.

상대의 TWO BANK 지역을 활용해야 했다

특히 피투는 상대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의 두줄 수비(Two Bank) 사이서의 움직임이 아쉬웠다. 때론 황의조와 같이 투톱을 이루어 상대 중앙 수비수를 유인해야 했다. 황의조가 침투해 생긴 공간에서 2선 공격수가 득점을 노리거나 피투가 내려왔을 때, 측면 공격수는 상대 수비 뒤로 향하고 황의조는 발생한 공간으로의 침투하는 식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다.

2. 4-2-1-3처럼 움직인 성남

성남은 리그 개막전 수원삼성과의 경기서 빠른 템포의 축구로 상대 뒷공간을 노린 역습을 펼쳤다. 측면 공격수의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두 풀백의 공격적인 오버랩,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이 잘 어우러졌다. 쉴 틈 없이 빠른 패스와 압박으로 상대조직을 무너뜨리는 현대축구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성남의 주 포메이션은 4-2-3-1이다. 중원을 수비형 미드필더(안상현)와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이종원)가 지키고, 그 앞에 공격형 미드필더(김두현, 피투)를 기용한다. 하지만 수원FC와 경기에서 성남은 4-2-1-3에 더 가까운 전술 움직임을 가져갔다. 미묘한 차이인데, 공격형 미드필더가 약간 처지는 대신 측면 공격수의 수비부담을 덜어준다.

4-2-1-3의 이점은 상대의 중앙 침투를 막기 용이하고 공수가 나뉘는 걸 보호한다.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피투)가 전방에 더 많은 공격수를 두고 패스를 찔러 넣을 수 있다. (4-2-3-1에선 공격형 미드필더 앞에 공격수 1명이 더 머물지만, 4-2-1-3에선 공격수 3명+공격에 나선 풀백이 있다.)

3. 중원조합의 차이

성남은 수원FC전에서 다른 중원 조합을 배치했다. 첫 경기(수원 삼성 전)에선 김두현이 공격형 미드필더, 이종원과 안상현이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반면 수원FC와 경기에선 피투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김두현과 안상현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됐다.

전자는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김두현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며 4-2-1-3의 뉘앙스만 풍겼을 뿐 균형 있는 4-2-3-1로 플레이 했다. 반면 후자는 공격능력이 뛰어난 김두현에게 맞춰 팀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피투에게 조율사 역할을 맡긴 4-2-3-1로 보였다.

피투의 플레이메이킹, 황의조와 측면 공격수들은 고립됐다

하지만 피투는 팀에서 겉도는 느낌이었다. 팀의 스타일대로 상대 골문을 향해 빠르게 치고 올라가야 할 때, 오히려 뒤로 빠지거나 템포를 늦췄다. 자연스레 공격수 3인방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 했다. 원톱 황의조의 고립을 불러 온 가장 큰 이유다.

4. 미들라이커? 아니면 플레이메이커?

미들라이커는 미드필더와 스트라이커의 합성어다. 골 결정력과 공격 가담이 좋은 미드필더로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프랭크 램파드가 있다. 한편 플레이메이커는 득점보다 창의적인 패스로 연계에 능한 미드필더로 이해하면 쉽다. 대표적인 선수로 다비드 실바가 있다.

김두현은 대표적인 미들라이커다. 수원삼성 전 당시 피투와 다르게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 골문을 향했다. 그 덕에 속도감 있는 경기진행이 이루어졌다. 황의조는 고립되지 않았고, 동료의 빈 공간을 찾아 움직여주며 항상 득점에 관여할 수 있는 지역에 머물렀다. 그 결과, 김두현이 직접 드리블로 침투해 골까지 넣었고, 티아고와 박용지는 조금 더 안쪽에 머물면서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성남의 이상적인 전술 움직임(수원 삼성 전)

반면 피투는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선수로 보인다. 기록만 놓고봐도, 피투는 원래 득점이 많고 전방에서 직접 공격을 주도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다. 아직 K리그서 그의 플레이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쉽게 그를 판단 할 수도 없다. 다만, 이번 경기서는 후방에서 공격수를 받쳐주는 피투와 같은 플레이메이커스러운 경기운영이 빛을 보지 못한 경우다.

어쩌면 김두현 같은 '미들라이커' 유형의 선수가 성남의 빠른 공수전환과 역습 과정에서 더욱 힘을 실어줬으리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피투에게 시간을 주고 성남의 전술적인 움직임에 녹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오히려 그의 장점과 성남의 플레이가 좋게 맞물려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본다.

결국 팀이 살고, 황의조도 살려면 공격형 미드필더의 영향력이 중요하다. 이번 수원FC전서는 피투의 공격에서의 영향력이 아쉬움을 남겼다.

분석 =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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