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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LB리포트]라로시의 돌연한 은퇴와 구설수

조회수 2016. 3. 1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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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서 아들의 야구장 출입을 줄여달라고 하자 150억 원 연봉 포기하고 은퇴를 결심한 애덤 라로시

메이저리그를 오래 취재하면서 참 보기 좋고 또 부럽다고 느껴졌던 부분 중 하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경기장 클럽하우스나 훈련 때 운동장에 선수의 아이들, 주로 사내애들이 함께 뛰고 때론 타격 연습도 하고 수비 훈련도 하면서 아빠는 물론 아빠의 동료들과 서슴없이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MLB의 역사를 장식한 대선수 켄 그리피 주니어나 배리 본즈 등은 모두 아빠를 따라다니며 야구장에서 살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내려옵니다. 세실 필더의 아들 프린스 필더가 중학생 시절 아빠의 훈련장에 따라다니며 홈런을 쳐 현역 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회자됩니다. 작년 텍사스 캠프를 갔더니 아드리안 벨트레의 아들이 아빠가 던져주는 공을 열심히 쳐내며 타격 훈련을 했는데, 리틀 벨트레와 함께 번갈아 타격 훈련을 하던 아이는 추신수의 아들 추무빈이었습니다. 


화이트삭스 1루수 애덤 라로시는 늘 아들 드레이크와 함께 야구장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구단에서 출입을 절반으로 줄여달라는 요청에 고심 끝 은퇴를 결정해 화제가 됐습니다. <@라로시SNS>

그런데 최근 한 야구 선수 아들의 야구장 출입 문제로 MLB가 시끌시끌합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1루수 애덤 라로시(36)는 늘 아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오는 선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라로시의 아들 드레이크는 홈스쿨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주 야구장에 오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매일 야구장에 옵니다. 

라로시는 작년에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하면서 로빈 벤추라 감독에게 아들의 야구장 출입 허가를 요청했고, 벤추라 감독은 기꺼이 허락했습니다. 심지어 클럽하우스 아빠 라로시의 라커 옆에는 아들 라로시의 라커도 있습니다.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도 부자 라로시의 라커룸이 준비됐고, 드레이크는 매일 아빠와 함께 출근해 훈련도 하고 선수들과 어울리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기보다는 구단에서 선수 아이들의 출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부사장이자 오래 단장을 맡았던 케니 윌리엄스는 애덤 라로시에게 14살 아들 드레이크의 야구장 출입을 절반 정도만 줄여달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말았습니다. 애덤 라로시가 구단의 지시에 따르지 못하겠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입니다. 라로시는 감정적인 결정을 하지 않겠다며 캠프도 하루 거르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런 결말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처음엔 13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억 원의 연봉을 포기한 라로시의 결정에 놀라움과 함께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우선이며 거액을 포기하더라도 가족과 지내는 쪽을 선택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반면 케니 윌리엄스 부사장과 구단에게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많은 동료들은 발끈했으며 시범 경기 거부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벤추라 감독의 설득으로 경기 거부는 없었지만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윌리엄스 부사장에게 클럽하우스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의 클럽하우스 문화도 잘 모르면서 구단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화를 냈습니다.

심지어 작년 화이트삭스에서 첫 시즌에 부진했던(2할7리-12홈런-44타점) 라로시가 허리 통증으로 시범 경기에서도 자주 뛰지 못하는 등 올해도 시원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과 이번 일을 연결하며 구단에 비난을 쏟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언론은 조금 더 냉정해졌습니다.

‘과연 어느 회사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직장에 매일 데려가고, 함께 할 수 있는가? 구단으로서는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다.’라는 논조의 기사도 나옵니다. 사실 클럽하우스나 경기 전 훈련 때 선수의 아이들이 출입하는 것에 대해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마다 저마다 성격도 다르고 어린 아이들은 천방지축 뛰어 노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때론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일부 구단에서는 전용기나 전세기에 10세 이하의 아이들은 태워주지 않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감기 등에 취약한데 혹시라도 선수들에게 전염되는 일은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라로시의 아들에게는 전 경기 출입을 허용하는데 다른 선수나 코칭스태프에게서 그런 요청이 와도 다 받아줄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점에서 구단 입장에서는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라로시가 150억 원을 포기한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12년간 야구를 하면서 800억 원 이상을 번 선수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있습니다.

물론 애덤 라로시의 결정을 비난하거나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로빈 벤추라 감독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애덤은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우리 팀을 위해 열심히 뛰었고 이제 떠났다. 애덤과 많은 좋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적인 것이라 밝힐 수는 없다. 그가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다시 밝힐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결정의 번복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라며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애덤 라로시는 동생 앤디 라로시도 빅리그 선수였고 특히 아버지도 데이브 라로시도 14년간 투수 생활을 하며 올스타까지 뽑힌 MLB의 투수였습니다. 야구 가족이며 이제 3대째 MLB 선수 집안에 이름을 올릴지도 모릅니다. 그에게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야구장에서의 생활이 정말 소중했고, 그래서 아들과도 그런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구단에서 절반 정도로 그 생활을 줄여달라는 지시가 오자 글러브를 벗고 가족과 지낸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심 구단으로서는 이미지에 약간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라로시가 포기한 연봉으로 팀의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도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양측이 서로 입장이 있고 한 쪽이 크게 잘 못한 일은 아니며, 라로시가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그에 따른 결과가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단 여기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으니 14세 소년 드레이크 라로시가 큰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하는 점입니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절도 그렇고 어려서부터 아빠를 따라 운동장을 출퇴근한 드레이크는 선수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입니다. 함께 비디오 게임도 하고 수비 때 공 줍는 걸 돕기도 하고 아주 예의 바르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는 소년이라고 칭찬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이 마치 자신을 타깃으로,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낭패입니다. 구단의 조치가 아빠의 은퇴 결정은 모두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절대 드레이크 때문에 일어난 일들은 아닙니다. 

주변에서는 이야기합니다.

훗날 드레이크가 3대째 빅리거로 활약할 때면 ‘내가 저 아이를 어려서부터 알았지. 될성부른 떡잎이었는지 진작 알았다니까!’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라고. 어른들의 비즈니스와 그로 인한 결정이 소년 드레이크에게는 아픔만이 아니라 경험과 성숙의 기회도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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