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이대호 마이너 안전장치 있다

조회수 2016. 2. 5. 10: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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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개막전 합류 가능성 크지만 만에 하나 어긋나면 일본이나 국내 복귀 가능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고 돌아온 이대호는 당당했습니다. 

"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다 마이너다. 못하면 마이너 계약이고 개막 로스터 든다면 메이저 계약이다.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면 될 것 같다. 안 좋게 보시는데 잘하면 될 것 같다. 경쟁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면 된다." 그가 5일 새벽 귀국하며 공항에서 한 말입니다.

막판에 시애틀 구단에서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 초청해 경쟁의 기회를 준다.’는 발표를 하면서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스템을 잘 모르는 이들은 KBO 최고의 타자였고 NPB 결승시리즈 MVP인 이대호가 MLB가 아니라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쏟아졌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대호가 마이너리그에서 뛸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봐야합니다.

이번 계약은 흔히 볼 수 있는 스플릿 계약(split contract)입니다. 스프링 캠프 경쟁에서 이겨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는 이리 합의한 연봉 등을 보장받게 되고, 만약 마이너리그에 배속되면 그 보장 연봉이나 보너스가 아니라 마이너리그 선수의 대접을 받게 됩니다. MLB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과거 MLB 경력이 있거나 어느 정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선수들이 통상적으로 맺는 계약입니다. 

특히 계약이 늦어지면서 팀의 전력이 대부분 갖춰진 막판에 계약하는 선수들에게 이런 스플릿 계약서가 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40인 로스터를 갖춰 놓은 가운데 새로운 선수와 메이저 계약을 하게 되면 기존의 로스터 멤버 하나를 제외해야 하고, 그럴 경우 유망주를 타 팀에 빼앗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새로 계약한 선수의 기량을 확인하고 나서 빅리그 로스터 포함 여부를 결정을 하겠다는 구단의 의중입니다. 

물론, 이대호에겐 절대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계약입니다. 

그런데도 이대호는 치열한 도전 의식을 보이며 자존심과 실리보다는 바닥부터 경쟁을 선택했습니다. 뒤집어보면 그만큼 어떤 경쟁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를 평정한 타자의 당당함입니다. 이 정도의 치열함과 당당함을 보여준 전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빅리그 진입에 실패한다면 잃을게 너무도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1월 중순까지도 언론 플레이 정도나 하며 지켜보면 전 소속팀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의 의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감지한 후로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이대호에게 구애를 했습니다. 계속해서 연락을 해왔고, 특히 애정이 깊은 오사다하루 회장은 이대호에게 친서를 보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3년에 18억 엔 제시라는 말을 흘리며 언론용 압박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이대호를 놓칠 수 없다는 의지는 확고해 보였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이대호 측에 실제로 이런 오퍼를 공식적으로 하지는 않은 것으로 한 관계자는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소프트뱅크에 머물었으면 5억 엔은 확보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확보된 안전을 뿌리쳤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만에 하나 이대호가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한다고 마이너리그에서 뛰게 될까요? 잘해야 우리 돈으로 1억 원이 조금 넘는 정도가 마이너리그 선수에겐 최고 연봉입니다. 다소 불리한 계약을 맺은 것은 분명하지만 이대호측도 안전장치를 걸어놓았을 것 역시 확실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플릿 계약서에는 보기 드문 'opt-out' 즉 조건부 계약파기 조항을 포함시켰을 것입니다.

이번 협상을 주도한 이대호의 한 측근은 “시기적으로 너무 밀린 탓인지 모르지만 마이너 계약은 의외다. 만에 하나 이대호가 개막전 로스터에 들지 못한다면 바로 FA로 풀린다는 조건 등이 계약에 포함된 것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말을 아껴야 하는 입장이지만 분명히 확인을 해줬습니다. 

이대호로서는 자신의 오랜 꿈이던 빅리그 도전에 최고 우선권을 두고 오직 돌격하고 있습니다만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올해 일본에서 확보됐던 연봉의 50분의 1 정도를 받고 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대호는 스프링 캠프에서의 경쟁을 뚫고 시애틀 매리너스의 개막전 25명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만에 하나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방향을 급선회하게 됩니다. 

새로운 리그, 새로운 방식의 야구, 새로운 문화 등 야구 내외적으로 적응해야할 점이 많은데다 이제야 비자 절차를 밟기 시작하는 가운데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점 등 현재 조건이나 상황이 이대호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그에겐 야구 실력이라는 최고의 무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애틀이 최다 400만 달러의 헐값에 이 정도의 완성형 타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다면 이대호는 당연히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대안은 두 가지입니다.

올해는 일본 내 이대호 보유권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소프트뱅크로 돌아가는 것과 다른 하나는 KBO리그로의 복귀입니다.

소프트뱅크가 그간 보여준 과정이라면 빅리그 진입이 결정될 3월 하순이라도 이대호의 복귀를 환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구도 기미야스(53) 감독은 4일 일본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호의 미국 진출과 관련해 "이대호가 없는 것은 아프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이대호는 스프링 캠프와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실전 감각을 가다듬을 것이기 때문에 곧바로 실전 투입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큰 뉴스는 이대호의 KBO리그 복귀가 될지 모릅니다. 

사실 미국 진출이 노력이 표면적으로는 지지부진한 분위기를 띄면서 이대호의 국내 복귀, 더 나아가서는 롯데 자이언츠 복귀라는 소문이 현지에서 스멀스멀 흘러나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헛소문일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계약 액수에 대한 소문도 들었습니다. 야구 호사가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분명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기도 합니다. 

KBO에 확인 결과 이대호는 만약 국내로 복귀한다면 FA 자격으로 돌아옵니다. 이대호라는 거물 타자를 마다할 구단이 있을까요? 홀로 리그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능력의 타자입니다. 그렇다면 시즌 개막 즈음에 사상 최대의 야구선수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대호에게 당장 주어진 과제는 빨리 비자를 받고 시애틀 매리너스 캠프에 합류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개막전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이대호가 충분히 시애틀의 개막전 멤버로 뛰게 될 것이라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것이 틀어진다면 이대호는 또 한 번의 깜짝 뉴스를 터뜨릴 수도 있습니다. 빅리그 진출이든 혹은 국내 복귀든 야구팬들에게는 모두 아주 반가운 소식이 될 것입니다.

이대호는 이제 비자를 받고 시애틀 매리너스 캠프에 참가해 당당한 경쟁을 벌이게 됩니다. 개막전 로스터에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만에 하나 틀어져도 다른 옵션들이 팬들의 관심을 끌게될 것입니다. <사진=조미예 기자 제공>


[외부필자의 칼럼은 다음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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