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류현진 복귀시기, 번역기를 돌려보다

조회수 2016. 2. 1. 10: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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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거 참. 잔디 밟지 마시라니까." 한국 같으면 질색할 일이다.

그러나 그곳은 천조국이다. 화통하기가 장난 아니다. 무려 2만 5천명이 몰려들었다.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들어왔다.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의 가뭄에서도 버텨낸 잔디들이 사정 없이 짓밟힌다. 그래도 신경 쓰는 사람 별로 없다.

말 그대로 다저 스타디움은 팬들의 잔치였다. 온통 푸른 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춘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기 좋아하는 선수들 찾아 다닌다. 사인도 받고, 셔터도 눌러댄다. 야구가 별로인 애들은 간이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트램플린으로 방방 뛴다.

흥겨운 축제. 우리의 류뚱도 함께였다. 아니, ~뚱이 아니지. 눈에 띄게 홀쭉해졌다. 명품 선글래스 아래로 날렵한 턱선을 드러낸 그는 1시간 넘도록 팬들과 시간을 보냈다.

참 오랜만이다. 그가 팀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 이벤트였다. 수술→회복→재활이라는 길고 외로운 싸움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우리의 관심은 복귀 시기에 집중된다.

보도진들의 질문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관련된 주요 인물들의 멘트가 나왔다. 그런데 아리송하다. 멋진 표현들이긴 한데, 명쾌하지가 않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해서 <…구라다>가 오랜만에 번역기를 돌려봤다. 신뢰도? 오차 범위 내라는 보장은 못한다. 그냥 즐기시라.

신임 감독 로버츠 "시즌 초에는 어렵겠군"

새 감독 데이브 로버츠와 첫 대면하는 날이었다. 오래 만날 시간은 없었다. 클럽 하우스에서 잠시 인사하는 정도였다.

둘 간의 대화는 이렇게 전해졌다.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시즌은 9월말까지 있으니 끝까지 같이 가는 게 목표다." 그는 얼마전 또다른 자리에서도 얘기했다. "스프링캠프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지 분명치 않다. 계속 지켜보겠다."

감독의 말은 얼핏 긍정적이다. 잘 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지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렇지 않다. 시즌 초반은 안 될 것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일단 스프링 캠프에서도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소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로버츠 감독은 별로 급할 게 없다는 계산인 것 같다. 선발 투수 자원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은 류현진에 대한 아쉬움을 못 느낄 것이다. '9월말', '끝까지 가는 게 목표' 따위의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다. 아직은 강호의 살벌함을 맛보지 못한 신임 감독이라서 가질 수 있는 여유인 지 모른다.


프리드먼 사장, 감독 말과 '거기서 거기'

"류현진은 지금까지 아주 잘 해왔다. 중요한 것은 개막전, 혹은 그와 가까운 시점에 준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걸 위해 투수 코치(릭 허니컷)가 몇가지 것들을 준비할 것이다."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말이다. 로버츠 감독보다는 훨씬 진취적이다. 개막전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니 기대감이 올라간다. 몇몇 매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로 해석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감독의 입장과 큰 차이를 두면 안된다. 트레이너 사이드에게 올라온 똑같은 보고서를 받고, 같은 의견을 청취하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구체적인 질문을 하자 톤이 바뀐다. '정상적인 스프링캠프가 가능하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여기에 대해 프리드먼 사장은 한발 물러섰다. "(정상적인 스프링캠프를) 강요하지는 않겠다. 계속 관찰할 것이다."

즉 프리드먼 사장이 '개막전' 운운한 것은 아주 전략적인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 미디어가 듣고 싶어하는 부분을 적당히 건드려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저스가 이만큼 충분한 선발 자원을 보유했다는 점을 과시하는듯하다. 명석한 노림수가 들어 있는 브리핑이다.

류현진에게 느껴지는 강렬한 의지

사실 번역기를 돌려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당사자인 류현진의 말이었다. 그 일단의 속내는 한국의 한 미디어(OSEN 박승현 특파원)와 일문일답에서 밝혀졌다.

기자의 질문이 이랬다. "감독은 어제 스프링 캠프 처음부터 100%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는가 이야기 했는데 본인 생각은 어떤가?"

여기에 대한 류현진의 대답을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지금 몸 만들고 있기도 하고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셔도) 선수는 당연히 (100%)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직 재활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급하게는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기 보다는 천천히…(100%에 도달하려고 한다)."

얼핏 들으면 완곡한 대답으로 보인다. 천천히 잘 만들어서 올라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될 지 모른다. 그런 분위기는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고, 차근차근 만들어 나가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감독의 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어떤 강렬한 의지가 느껴진다. "선수는 당연히 100%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분 말이다.

무슨 뜻일까? <…구라다>는 이 부분에서 류현진이 개막 초 복귀를 위해 전력질주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00% 준비라는 표현이 그렇다. 또 캠프가 3주나 남았는데, 벌써 불펜에서 계속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몇차례나 강조한 부분이 그랬다. 수술이 자신의 피칭(구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대목도 마찬가지였다.


개막 초반을 노리는 건 생존 본능이다

우리는 대개 편하게 생각한다. 류현진이 아프지만 않으면 언제든지 2, 3선발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커쇼 빼고 누가 있냐고. 물론 맞는 말이다. 까짓것, 완벽하게 만들어서 5,6월 쯤 올라가면 되지. 그때 가서 본때를 보여줘도 충분할 거야.

하지만 정확한 번역/통역을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가 있는 곳은 치열한 정글이다. 생존을 위해 모두가 목숨을 건다. 선발 후보 중에 누구 하나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모든 것을 건 경쟁이 펼쳐진다.

아시다시피 선발 5명은 스프링캠프와 시범 경기를 거치면서 정해진다. 처음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단 로테이션이 돌아가면 기본적으로 기회가 보장된다. 그 동안 대기 투수의 자리는 없다.

즉, 초반에 로테이션을 차고 들어가지 못하면 시즌 중에 캐스팅 되기는 훨씬 어렵다. 예전에 14승을 두번이나 했다고? 그게 모든 걸 커버해주지는 못한다. 어쨌든 어깨에 칼을 댄 투수 아닌가. 자칫하면 이런 저런 구실로 겉도는 기간이 길어질 지 모른다.

그런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류현진이다. 그래서 개막 초반 합류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그가 1월 중순 처음 불펜 투구하는 동영상을 보신 일이 있는가? 비록 포수를 세워놓고 하는 하프 피칭이었지만, 깜짝 놀랄만큼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수술 후 8개월만의 첫 투구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뚜렷한 회복세를 느낄 수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작년 겨울 스스로가 밝힌 의학적 복귀 시기는 5월이었다. 만약 앞당겨 빨라진다면 4월 중순~하순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번역기의 해석처럼 그가 진짜 개막 초반을 노린다면 그건 대단한 모험이고, 승부수가 될 것이다. 안정적인 재활을 권하고 싶다. 그러나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다. 앞으로 2개월. 그를 지켜보는 눈길은 노심초사일 것이다.

백종인 /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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