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김세영 말하고, 김세영 쓰다

김세영 기자 2016. 1. 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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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영은 배짱이 두둑하고, 승부 근성이 강하다. 그는 "어린 시절 악동이었다"고 했다. 미국 현지에서 마니아리포트 취재진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는 김세영. 오칼라(미국 플로리다주)=박태성 기자

이번 주 드디어 2016 시즌이 개막한다. 첫 대회는 바하마에서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와우'. 첫 대회부터 타이틀 방어전이라니. 미국에 진출한 후 첫 번째 맞는 방어전이라 어떤 기분일지 아직은 선뜻 예상이 안 된다. 부담과 떨림, 재미가 공존하는 일주일이 될 것 같다는 것 밖에는....

동계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 듯해 올 한해가 기대되긴 하다. 작년에 대회에 많이 출전한 탓에 시즌 막바지에는 근육이 많이 빠져 이번 겨울 3주간은 오로지 트레이닝에만 매달렸다. 그 후 2주 동안 골프에 집중하면서 이번 개막전에 대비했다. 체력의 중요성은 미국에 와서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았다. 체력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다면 미국에 오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다.

올해는 올림픽이라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데다 (전)인지도 미국으로 건너오기에 더욱 흥분된다. 한편으로는 나의 승부 근성을 새롭게 일깨우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에게 지고는 못 살았던 나다. 태권도장 관장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부터 태권도를 익혔던 터라 남자 애들도 내 앞에선 꼼짝 못했다. 여자 아이들과의 고무줄놀이보다는 남자들과의 축구나 딱지치기가 나의 흥미를 더욱 끌었다. 딱지를 잃으면 반드시 다음날 다시 해서 모두 따야 직성이 풀렸다. 아마 미국에서 자랐어도 악동이었을 거다.

지난해 3승을 달성하며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데뷔전에서 컷 탈락을 했던 게 보약이 됐다. 정말 당시에는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다. 그때의 아픔이 없었다면 적당히 안주하며 투어를 뛰었을지 모를 일이다. 시합 중 과감하게 홀을 공략하거나 바운스 백 능력이 뛰어난 건 이런 성격의 영향이 크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발전을 해야 하니 4승 정도 했으면 한다.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도 따고 싶다. 장기적인 목표는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거다. 작년에 (박)인비 언니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 입회를 확정하는 걸 보면서 나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 실력이 정점에 있을 때 54타를 치는 거다. 파72 코스에서 18홀을 모두 버디로 마쳤을 때 가능한 '꿈의 타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최소타 기록이 59타이고, 여자 중에서 59타를 친 선수는 '은퇴한 여제' 애니카 소렌스탐 밖에 없으니 54타는 어쩌면 골프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동안 영원히 이뤄질 수 없는 스코어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꿈을 간직하고 도전하고 싶은 게 지금의 내 심정이다.

▲ 2016 시즌이 이번 주 드디어 개막한다. 김세영의 전진은 올해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박태성 기자

메이저 대회 중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꼽으라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은 지난해 안타깝게 우승을 놓쳐서고, 에비앙 챔피언십은 나와 코스가 잘 맞는 것 같아서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대한 욕심은 코스와의 궁합 외에도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낭만도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출전했을 때 그곳의 풍경에 반했다. 멋진 남자들도 많았고.... 이건 농담이다(하하). 프랑스도 한국처럼 고유의 문화가 잘 보전돼 있는 게 멋졌다. 에비앙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스위스의 로잔이다. 작년 대회 때 짬을 내 올림픽 박물관에 갔는데 그곳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래서 스포츠인으로서 꼭 한 번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

올해 또 하나 해야 할 게 영어실력을 좀 더 키우는 거다. 듣기는 잘 되는데 아직도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미국 아저씨들은 농담을 잘 하는 편인데 그게 제일 어렵다. 뭐 적당히 분위기 봐서 웃으면 되지만 프로암 행사 등에서 농담을 하며 그들과 좀 더 자연스럽게 어울리려면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게 대회를 열어준 스폰서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욕심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아직은 꿈 많은 이십대 초반이니 이 정도 긍정적인 욕심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게 나 김세영이다. 2016 시즌은 시작됐고, 나의 전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미국 현지에서 골프 기자 김세영이 프로 골퍼 김세영을 만나 나눈 얘기를 골프 기자 김세영이 정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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