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이세돌의 반집패와 중국 골프

김세영 기자 입력 2016. 1. 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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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여자 골프가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성장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앞지를 수 있다. 이미지 편집=오종록 기자

얼마 전 이세돌 9단이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에서 중국의 커제 9단에게 패했다. 특히 결승 5국에서 반집패를 하며 우승컵을 내준 터라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패했지만 이번 몽백합배 기간 이세돌은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바둑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영향이 크다. 기자 역시 실력은 변변치 않지만 4년여 만에 바둑을 다시 두고 있다.

드라마 속 최택 6단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창호 9단이 모델이다. 최택 6단의 '기적의 5연승'은 2005년 제6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이창호 9단이 이뤄낸 연승 행진을 모티브로 했다. 1990년대와 2000년 이창호 9단은 세계무대를 호령했다. 이창호 앞에 중국이나 일본 1인자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런 이창호의 뒤를 이어 세계를 제패한 게 이세돌이었다. 인정을 하기 싫지만 이제는 '커제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는 이세돌과의 역대 전적에서 6승2패로 앞섰다. 세계 대회 3관왕도 차지했다. 이는 2009~2010년 중국의 쿵제 이후 5년6개월 만의 대기록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바둑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있지만 조만간 중국 골프가 비상할 거라는 생각이다. 불길한 예감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날 조짐이다.

▲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수석으로 통과한 펑시민. 사진=LPGA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의 수석 합격자가 바로 중국의 펑시민이다. Q스쿨을 재수해서 얻은 성적이지만 1년 만에 보다 크게 성장한 듯하다. 그가 기록한 18언더파는 2004년 5라운드 Q스쿨이 도입된 뒤 세 번째로 좋은 스코어였다. 5라운드 동안 한 번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펑시민 역시 "2016년은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조건부 시드로 뛰었던 얀징도 올해는 풀시드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 LPGA 투어에는 기존의 펑샨산, 린시위, 펑신디까지 총 5명의 중국 선수가 활약한다.

중국 골프의 선봉장은 펑샨산이다. 현재 세계 랭킹 6위로 중국인 출신 최초의 LPGA 투어 메이저 우승자다. 한국으로 치면 박세리 급이다. 펑샨산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2위를 무려 12타 차로 제치고 우승하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상금왕에도 올랐다.

▲ 평샨산은 한국으로 치면 '박세리 급'이다. 이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중국인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현재 세계랭킹 6위다. 지난해 오메가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그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상금왕도 차지했다. AP뉴시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경제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성장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는 점이다. 중국여자골프(CLPGA) 투어는 지난 2004년에서야 출범했다. 이제 10년이 조금 넘는다. 아직 한국여자골프와의 수준 차이도 크다. 중국 정부가 골프를 반부패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국 골프의 미래는 밝다. 초창기 중국 프로 골퍼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캐디 출신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미국과 호주, 유럽 등 골프 선진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자라는 주니어들이 국제무대에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올해 21세인 펑시민도 10세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연마했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정부 차원의 엘리트 육성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점도 중국 골프의 빠른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7월 LPGA 투어에서 활약했던 박희정을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했다. 박희정은 "리우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은 쉽진 않겠지만 중국 여자 골프가 올림픽에서 두각을 나타낼 날이 머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한국여자골프가 탄생한 건 1978년이다. 그 후 10년 뒤인 1988년 구옥희가 LPGA 투어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다시 10년 뒤인 1998년에는 박세리가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기적'을 만들었다.

중국의 펑샨산은 2014년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여자골프투어가 출범한 지 꼭 10년 만이었다. 한국보다 속도가 빠르다. 해를 거듭하면서 LPGA 투어에 진출하는 중국 선수들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여자골프가 세계무대에서 '차이나 골프'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날도 우리의 예상을 앞지를 수 있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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