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설마, 다저스가 류현진 영입을 후회하는 건 아니겠지

조회수 2016. 1. 8.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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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 사장은 다저스 부임 후 별로였다. 프기꾼다운 실력은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나 이번 겨울이 그랬다. 갈팡질팡, 그리고 약간의 헛다리로 비틀비틀도 있었다. 무엇보다 잭 그레인키를 뺏긴 건 치명적이었다. 그것도 같은 지구 경쟁 상대(애리조나)에게 보내다니.

하긴 뭐.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더 매끄럽지 못했던 건 2명의 일본인 투수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이었다.

그들은 오늘(8일) 마에다 겐타의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알려진 조건이 거의 맞는 분위기다. 8년이나 되는 기간에 보장액은 턱없이 낮다. 대신 성과를 올려야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잔뜩 걸어놨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창의적인 계약이다. 그러나 일본 팬들은 노예계약이라며 씩씩댄다. 그마저도 합의 후 한참 동안 오피셜을 묵혔다. 모든 게 팔꿈치 문제 탓이라는 관측이다. 심지어 3,4년 후에는 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소견도 있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이와쿠마 히사시와 입단 직전까지 갔다. 3년간 4,500만 달러의 조건이었다. 그런데 공식 발표 직전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메디컬 체크에서 찜찜한 게 발견된 탓이다. 역시 팔꿈치 문제라는 설이 파다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이와쿠마는 원 소속팀인 시애틀 매리너스와 재계약했다. 그들이라고 팔꿈치 문제를 몰랐을까? 그럴 리가, 4년이나 데리고 있었는데.

대신 조건이 달라졌다. FA를 선언하기 전(다저스와 협상하기 전) 조건보다 불리해졌다. 옵션(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하면 500만 달러 가량이 깎이는 조항이 삽입됐다. 이와쿠마로서는 다저스 때문에 스타일 구기고, 손해만 보게 된 꼴이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등장한다. 다저스는 불안했는데, 왜 매리너스는 괜찮다고 했을까? 그건 관점의 차이다. 그의 팔꿈치는 일본 시절부터 괴롭히던 고질이다. 투수들 대부분이 조금씩은 그런 걸 가지고 있으니까. 깔끔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관리하면서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제 담당 스카우트들 물갈이

또 다른 팩트 하나를 제시한다. 역시 프리드먼 사장이 다저스로 온 뒤의 변화다. 아시다시피 그는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거의 모두 갈아치웠다. 그러나 그보다 몇 달전에 또다른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스카우트 관련 조직을 완전히 새 얼굴로 바꿨다. 작년 8월의 일이다.

특히 국제 담당은 직격탄을 맞았다. 류현진의 스카우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밥 엥글 부사장을 비롯해 10명 가까운 아시아, 중남미 전문가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그들의 현지 조직까지 합하면 줄잡아 수십명은 직장을 잃었다.

계기가 된 사건은 있었다. 중남미 아마추어 선수들을 데려오는 과정에서 계약금 한도를 넘겼다. 이로인해 ML 사무국의 징계를 받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국제 담당 스카우트팀을 초토화시켰다는 건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적어도 우리가 그들에 대해 가진 인상은 '유능함' 아니었던가? 푸이그와 류현진의 찬란한 성공 사례가 있지 않나. 그런데 프리드먼의 생각은 다른가 보다. 하긴 그가 부임한 뒤 한 명은 클럽 하우스의 골칫덩이가 됐고, 다른 한 명은 1년째 병가 중이다.

굳이 '후회?'라는 물음으로 얻고 싶은 답

앞서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종합해 보자. 한가지 불편한 추론과 만나게 된다. 동양인 투수에 대한 깐깐한 의학적 검토, 그리고 국제 담당 스카우트들의 물갈이….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99번의 영입 때도 메디컬 체크에서 잠시 멈춘 적이 있다. 어깨 손상이 발견된 탓이다. 하지만 '관리할 수 있는 정도'로 여겨져 넘어갔다. 물론 내구성은 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훨씬 더 큰 계약으로 온 다나카도 그랬고, 다르빗슈도 그랬다.

그럼에도 어쩐지 찜찜하다. 이런 저런 일들을 지켜보며 '혹시 후회하는 거 아냐?'라는 제 발 저림 말이다.

그러나 뭐 그럴 필요 없다. 냉정해지자. 어차피 비즈니스 아닌가. 계약서 잉크는 3년전에 말랐다. 이미 '불가역적인' 일이다. 물어내라고 떼를 쓸 리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후회?'라는 물음표는 필요하다. 왜냐하면 진짜 궁금한 질문에 대한 답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그의 복귀가 얼마나 긍정적이냐' 하는 것이다.

다저스도 과연 복귀에 긍정적일까

우리가 믿고 있는 99번 투수의 복귀 가능성은 80%다. 언제부터인가 그게 정설이 됐다.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들은 대부분 그렇게 전했다. 물론 같은 업자끼리 그걸 의심하자는 말은 못하겠다. 하지만 한번쯤 반문도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후회하나?'라는 화두는 결국 "다저스도 과연 류현진의 복귀에 긍정적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왜 그들에게 묻냐고? 그들이야말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직설적인 물음은 통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은 언제나 외교적 수사로 꾸며져 있다. 구단주 그룹의 스탠 카스탠 회장은 그레인키를 놓친 뒤 "우리 팀에는 Ryu가 있다. 그도 충분히 2선발의 능력을 갖췄다"는 아름다운 멘트를 남겼다. 프리드먼 사장도 기자들에게 "그는 우리의 빅 와일드 카드(Big wild card)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 100% 믿지는 말자. 어차피 립 서비스다.

실체는 행동에서 나타난다. 그들은 이번 겨울 선발 투수진을 꾸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클레이튼 커쇼, 브렛 앤더슨, 알렉스 우드 외에 스캇 카즈미어, 마에다를 외부에서 데려왔다. 여기에 마이크 볼싱어, 카를로스 프리아스까지 보태면 벌써 7명이다. 보험용도 1,2명 추가 계약이 예상된다. 현재로도 충분히 시즌을 치를 수 있다. 그 얘기는 그들이 여전히 류현진의 상태를 불확실성이라는 범주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프리드먼 사장의 말처럼 그야말로 '와일드 카드'인 셈이다.

낙관론은 즐겁다. 마음도 편하다. 기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럼에도 굳이 신중해지자는 이유는 하나다. 공감이 필요해서다. 무엇에 대해서? 그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서 말이다.

일정대로라면 그는 다음 주에 드디어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아직도 멀고 험한 과정이 수두룩하다. 그가 조급해서도 안되고, 우리가 재촉해서도 안된다.

그는 분명히 모든 걸 극복하고 돌아올 것이다. 다만 그 때를 위해 우리의 설렘과 갈채를 아껴둘 뿐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외부필자의 칼럼은 다음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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