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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마카오 사건을 보는 시각 - 조폭과 연관성

조회수 2016. 1. 5. 0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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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감독은 유명한 야구인이다. 그가 편한 자리에서 농담 삼아 들려준 일화다. "한번은 B감독 하고(둘은 절친이다) 부산에 갔지. 거기서 ○○호텔 사장 하고 술 한잔 하는데 조금 있다가 웬 젊은 여자가 합석해서 술 시중을 드는 거야. 까무잡잡하고, 비쩍 말랐더라구. 난 별로였어. B감독 옆에 앉으라고 했지. 그런데 몇년 뒤에 보니까 그 여자가 TV에 나오더라구." 술 시중 들던 여자는 후에 톱스타가 된 탤런트 XXX였다는 얘기다. 여자 부분은 뻥일 지 모른다. 하지만 ○○호텔 사장과의 친분은 개연성이 높다. 그는 전국구 조직의 핵심 패밀리였다.

C는 모 구단의 리더격 선수다. 그 팀의 광주 원정 숙소였다. 야심한 시각, 그 방에는 범상치 않은 일행 3명이 있었다. 2명은 큰 덩치, 그들이 모시는 나머지 1명은 작지만 예사롭지 않은 눈빛의 소유자였다. C와 '눈빛'은 꽤 친한듯 했다. 독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일상적인 얘기를 나눴다. 잠시 후. 누군가 방문을 노크하고 들어섰다. C가 소개한다. "얘가 이번에 새로 입단한 녀석이예요. 인사 드려라." '새로운 녀석'은 허리를 90도로 꺾어서 고개를 숙인다. '눈빛'은 비스듬한 자세로 "그래 나중에 한번 보자"라며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참고로 '새로운 녀석'은 C와 같은 팀도 아닌 상대편이었다.

D는 KBO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하루는 도쿄의 한 고급 술집에서 일행과 가벼운 자리를 가졌다. 조금 뒤 종업원을 통해 메시지가 전달됐다. 저쪽 자리에 앉은 손님이 팬이라면서 잠시 뵙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지긋해 보이는 '손님'은 D에게 술 한잔을 권하며 아주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나 재일교포, 깡패요. 열심히 하세요. 껄껄껄." 옆에 있던 수행원이 D에게 흰 봉투 하나를 건넸다. 나중에 보니 만엔짜리 30장이 들어 있었다.

KBO 상벌위원회가 열린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8일 상벌위원회를 소집한다.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사법 당국에 고발된 임창용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마카오 카지노에서 4천만원대 바카라를 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상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단순도박 혐의만 적용해 벌금 7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에 비해서는 훨씬 가벼운 처벌이다.

하지만 엄연히 실정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기에, KBO도 추가 징계를 논의할 것이다. 아울러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또다른 삼성의 투수 2명에 대해서도 결과를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유는 '품위 손상 행위'다. 야규규약상 '경기 외적인 행위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과연 그걸로 충분하냐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사건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한다는 말이다.

한신이 오승환을 포기한 이유

그 중요성은 일본 구단 한신 타이거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2년간 충분한 실적을 낸 마무리 투수를 포기했다. 아주 단호하게. 이유는 '폭력단과 연계성이 의심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들 입장에서는 카지노에서 게임 좀 한 게 대수롭지 않을 지 모른다. 동네마다 빠찡코가 번쩍이는 나라 아닌가. 하지만 요쓰후지 게이지로 한신 사장은 "폭력단과 연관돼 있다면 협약상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찌감치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후 일본의 어느 팀도 오승환의 영입을 고려한다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도 있는 일이지. 일본사람들 너무 까탈스러운 것 아냐?'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병적인 행동에는 충분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

검은 안개 사건. 1970년대 퍼시픽리그에서 일어난 대형 승부조작 사건이다. 이로 인해 9명이 영구제명 되고, 6명이 1년 이상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마터면 리그가 공중분해 될 뻔했다. 그리고 간간이 소규모 사건들이 있었다. 대만리그는 줄줄이 사탕이다. 검은 호랑이 사건(1996년), 검은 독수리 사건(1997년), 검은 곰 사건(2005년), 검은 고래 사건(2007년) 등등. 잊을만 하면 터지는 승부조작 스캔들에 리그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공통점은 그 배후가 어김없이 야쿠자, 삼합회 같은 폭력 조직이었다는 사실이다. 설마 모르는 사람이 칼 들고 와서 그랬겠는가. 예전부터 친하게 형동생 하며 지내던 사람이 ; 처음에는 부탁/청탁으로, 그러다가 나중에는 윽박과 협박으로 그리 된 것 아니겠는가.

사회적인 분위기가 비슷하다. 스포츠, 연예계는 왠지 그쪽 '생활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기 쉽다. 배짱이 맞아서 그런지, 밤생활을 즐기는 탓인 지 모른다. 일본도 그렇고, 대만도 그렇다. 한국도? 아마 그런 것 같다. 아주 오래 전부터, 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문화다. 글 맨 앞에 널어 두었던 몇가지 케이스는 그런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하다

이번 마카오 사건이 그렇다. 간단히 치부하면 그럴 지 모른다. 검찰은 약식기소하고, 사법부는 벌금형으로 종결지을 것이다. 사법적으로는 그 이상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의 관점은 달라야 한다. 단순히 선수 개인의 일탈로 끝내서는 곤란하다. "배후 조직은 알지 못했다"는 그들의 진술에 대해 꼼꼼한 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야구계에 혹시라도 널리 퍼져 있을 지 모를 어둠의 세계에 대한 지나친 친분과 유대에 대한 우려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그래서 일본이나 대만 같은 치명적인 스캔들이 나오지 않도록 제도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10여년 전부터 일본 스모계에 묘한 소문이 돌았다. 의심스러운 승부들이 있다는 제보였다. 몇몇 미디어는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협회는 별 일 아니라고 무마하기 급급했다. 그러다가 2011년 결국 터졌다. '야오초(짬짜미)'라는 승부조작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야쿠자가 개입됐다. 수십년간 주관방송사였던 NHK가 중계방송 중지를 선언했다. 치명상을 입은 스모는 4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KBO리그도 몇 년전 수상한 예후가 있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걱정스러운 사건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스캔들이 생겼다. 물론 도박의 성격은 다르다. 하지만 불안한 요소는 분명히 실재한다. 지금이 점검할 때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위험 요인에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건 상벌위원회가 아니다. 진상조사위원회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외부필자의 칼럼은 다음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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