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2016년 K리그, 공허한 자존심 논란 넘어야

조회수 2015. 12. 31. 22: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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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시대의 흐름이나 상황을 읽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개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닐 때는 더욱더 그렇다. 이윤과 인기를 얻어야 하는 K리그와 같은 단체는 계획(장기든 단기든)을 할 때 이런 흐름을 잘 타야 한다. 축구계는 폐쇄적이고 국지적인 시장이 아니다. 모두가 연결돼 있고 상호작용을 한다. 빠르게 변하는 물결을 잘 타지 못하면 밀려나거나 후진하기 마련이다.

"언제부터 K리그가 이런 취급을 받았나!"

외국, 특히 중국이나 중동으로 좋은 선수가 이적하면 이렇게 분노하는 이들이 있다. 아쉽긴 하다. 좋은 선수를 많이 가진 리그가 강하고 재미있다. 예전과 달라진 흐름에 당황하기도 한다. 7~8년 전만해도 어떤 선수를 데려올까에 초점을 맞췄던 리그다. 이제 어떤 선수를 내보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는 게 달가울 수는 없다.

상황이 바뀐 것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과 중동은 엄청나게 돈을 쓰고 있다. 이장수 전 광저우헝다 감독은 "그들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돈으로 대항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들이 돈과 관심으로 선수영입을 주도하는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이게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정상을 이기기 위해서 우리까지 비정상적일 필요는 없다.

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K리그 수준이 얼마나 떨어졌을까? 두 시즌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이하 ACL) 결승전에 K리그가 올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AFC리그랭킹에서는 K리그가 1위다. K리그는 그 전에 5시즌 연속 K리그 팀을 ACL결승전에 올렸다. K리그 팀들은 내년에도 당장 ACL 우승을 노릴 수 있다. 선수를 내주는 것과 팀의 성적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K리그는 이들이 가지지 못한 끈끈함과 승부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흐름은 돌아오기 마련이다.

연봉공개에 이은 구단들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원인이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부끄러운 일이다. K리그는 이제 33살이 된다. 그 동안 후배, 후세대가 먹을 거리를 만들지 못한 축구계 전체의 잘못이다. 뼈대가 아니라 열매나 잎을 얻는 데 집중한 결과다. 아직도 일부 선수는 자유계약(FA)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외국으로 나가면 이적료가 없고, 국내 이적에는 이적료가 발생한다. 심판매수 사실도 발각됐다. 이런 구조와 이런 규정 아래서 2016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를 반성하면서 중국과 중동이 흐름을 주도하는 이적시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꼭 잡아야 할 선수를 설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공정한 판정과 좋은 시스템으로 선수들을 잡고, 내줄 선수는 과감하게 내주고 팀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 입장수익이나 마케팅수익이 거의 전무한 K리그 구단들이 가장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선수 이적이다. 셀링리그와 같은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키우는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구단들은 구호에 그치는 목표보다는 현실적이고 필요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당장 우승(혹은 승격)을 차지하겠다거나 2년 만에 흑자구단이 되겠다는 식의 슬로건은 공허하다. 경남FC가 26명의 선수단으로 승격을 노리겠다고 했을 때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제 팬들도 거창한 구호에 속지 않는다. 언론과 팬들도 현실에 발을 디뎌야 한다. "모두 전북과 같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말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연맹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10년이 지나도 문제없을 건강한 구조를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연맹은 심판판정에 대해 언급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강공을 펼쳤지만, 경남FC와 몇몇 전현직 심판이 금품을 주고 받고 승부조작을 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맹의 이미지나 위상보다는 팬들이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내부 감찰에 신경 써야 한다. 더 이상 '각본 있는' 경기나 판정이 나온다면 팬들에게 외면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FC서울의 객단가(9,485원)가 K리그 최초로 1만원에 가까이 다가갔다. 긍정적인 일이다. 리그 평균의 2배다. K리그 구조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움직임에 희망을 걸어야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긍정적인 것을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과연 팬들은 K리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조금 번지르르한 말로 비판적인 지지 정도일 것이다. 팬들이 체감하는 날까지 만족하면 안 된다. 박수 없는 싸움이라도 물러서면 안 된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한국 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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