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인천의 쯔엉 영입, 그 자체가 하나의 성공

조회수 2015. 12. 30. 2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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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시도 자체가 성공을 의미할 때도 있다. 그 성공의 크기가 작을지라도 말이다.

인천유나이티드는 베트남 출신의 수언 쯔엉(20)을 2년 임대 형식으로 영입했다. 태국 출신의 피아퐁(당시 럭키금성황소축구단)이 K리그를 떠난 게 1986년이다. 쯔엉은 30년 만에 K리그에서 뛰는 동남아 출신의 선수다.

"과연 경기에 나설 실력이 되겠나?"

인천유나이티드가 쯔엉을 영입한 의도를 십분 이해하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던지는 이가 많다. 결국 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K리그가 동남아 마케팅에 대한 파급력을 알면서도 지난 30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쯔엉은 베트남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다. 가장 좋은 선수라는 레콩빈은 지난 2013년 J2(2부 리그) 콘사도레삿포로로 이적해 9경기를 뛰었다. 쯔엉은 그보다 수준이 높은 K리그 클래식에서 몇 경기를 뛸 수 있을까?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에 20만 명이 넘게 산다는 베트남 출신의 사람들과 3만 명 정도의 베트남 관광객을 잡아 끌기 위해서도 쯔엉의 출전이 필요하다. 콘사도레삿포로와 스폰서인 삿포로맥주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관심도 레콩빈이 출전했을 때 높아졌다.

시도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쯔엉과 인천의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쯔엉이 2016년을 베트남 팀에서 보내고 2017년 인천에 입단하는 것보다 2016년을 인천에서 훈련하는 게 선수 성장에 더 좋을 수 있다. 쯔엉과 인천에는 2년의 시간이 있다. 당장 답을 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다.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도 인천의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동남아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K리그는 안팎으로 무언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쯔엉 영입은 하나의 도전이다. 이런 의미 있는 시도들이 K리그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벌써 쯔엉 영입에 대한 베트남의 관심은 쭉쭉 올라가고 있다. 28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쯔엉의 입단식이 벌어진 뒤 인천유나이티드의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는 급격하게 늘었다. 1만 8천 정도였던 좋아요 숫자는 현재 2만2천을 넘어섰다. 베트남 사람들이 인천유나이티드 페이스북으로 찾아 들고 있다. 현지 입단식에는 130명 정도의 정관계 인사, 언론인들이 참석했다.

'풋볼리스트'는 지난 11월 베트남 현지 취재를 떠났다. 당시 만났던 베트남 스포츠 관계자들은 베트남 선수의 영입이 K리그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늘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류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선수가 한국으로 간다면 한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선수가 K리그에 간다면 일반 축구팬뿐만 아니라 베트남 방송국에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채널뿐 아니라 다른 채널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선수가 K리그에 진출한다면 베트남 기자들을 한국으로 파견할 생각이다." (호앙 은옥 후안 VTVcab 대표)

쯔엉은 예전 베트남 선수들과는 다르다. 아스널이 후원하는 JMG아스널아카데미가 2007년부터 2만 명의 선수를 테스트한 결과 끝까지 살아남은 14명 중 톱3 안에 드는 실력을 지녔다. 일본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 등에서 축구를 배웠다. 베트남에서는 국가대표팀보다 쯔엉이 속한 U-19 대표팀에 대한 인기가 더 높았다. 쯔엉이 경기를 나올 가능성이 터무니 없이 낮지 않다는 이야기다.

가능성과 위험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이는 시도하는 이만 짊어지거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이 쯔엉을 영입한 것은 의미 있는 도전이다. 정체돼있는 K리그를 깨울 가능성이 있는 자극제인것도 분명하다. 아직 쯔엉과 쯔엉 영입의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도 자체는 성공적이다. 인천이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선수를 영입하고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게 그 증거 아닐까.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인천유나이티드, 쯔엉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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