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퍼즐] 주먹보다 무서운 대중의 시선

이상필 2015. 12. 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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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효경 /로드FC 제공
최홍만 / 사진=로드FC 제공
송효경이 지난 2014년 11월 9일 열린 'ROAD FC 019' 대회에서 일본의 에미 토미마츠를 상대하고 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아오르꺼러(좌)와 김재훈 / 사진=로드FC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Dream the impossible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Do the impossible love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Fight with unwinnable enemy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Resist the unresistable pain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Catch the uncatchable star in the sky

당신은 돈키호테처럼 무언가에 미쳐 본적이 있는가?

파이터들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강인함의 우월을 가리기 위해 뜨거운 주먹을 주고받는다. 땀이 뒤범벅이 되도록 뒤엉켜 바닥에 상대를 눕히고, 배에 올라타 주짓수 기술로 상대를 제압한다. 5분 3라운드의 링은 치열한 전쟁터이자 파이터에게는 삶의 공간이다. 미치지 않고서는 감당하기 힘들고, 비전도 뚜렷하지 않지만 파이터들은 묵묵히 도전과 훈련을 반복한다. 성장에는 성장통이 있듯이 진정한 꿈을 위한 고통인 것이다.

흔히들 '비인기 종목'이라 일컬어지는 곳에서도 이와 같은 과정은 마찬가지다. 꿈을 위한 열정의 드라마는 지금도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마치 풍차를 향해 돌격한 돈키호테처럼 다른 사람들이 공상적이거나 가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싸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세상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기는 것과 지는 것, Good or Bad처럼 모든 것을 딱 둘로만 나눠 구분하려는 흑백논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파이터도 인간이고, 생각을 하며, 자신의 의지를 실천해 나간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것이 경쟁에 참여하는 길이다. 세상으로 나아가 돌진하고 모험에 뛰어들고 위험을 감수하며 인간의 꿈을 노래한 돈키호테의 삶처럼 파이터는 당신과는 조금 다른 인생의 역사를 그려갈 뿐이다.

이성의 논리 속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며 사는 것이 옳은 삶인지, 아니면 진정 우리가 꿈꾸는 것이 불가능한 꿈 일지라도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옳은 삶인지의 답을 당신이 정의할 이유는 없다.

가끔 우리들의 소식이 미디어 전파를 타면, 사람들은 단편적인 모습만을 바라보고 자신들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덧붙인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의견을 펼치기 이전에 내 얘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얼마 전 한 선수가 경기를 한 뒤, 악플을 보고 힘겨워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왜 연예인분들이 악플을 보고 자살하는지 알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고 했다. 원하는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허탈감을 위로할 틈도 없이, 언론에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선수들은 많은 사람들의 평가 대상이 됐다.

몸으로 싸우는 스포츠인들이 악플 때문에 상처받고 괴로워하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심약한 것이 아니냐고 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가 때로는 물리적 상처보다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격투선수들은 마음 속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많은 이들 앞에 선다. 매번 알 수 없는 변수 앞에서도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꿈의 도전을 삐딱한 시선 대신, 용기와 따뜻함으로 응원해주면 안될까?

자신의 목소리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지극한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이 타인과 맞지 않다고, 또 여론에 반대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당신이 어떤 선량함을 지향하든 악함을 지향하든 어느 한 측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넓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차가워진 시선 속에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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