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자유롭지 않은 자유계약(FA), 규정 바꿀 때다

조회수 2015. 12. 28. 20:1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자유계약(FA)신분인데 자유롭지 않다.

말장난이 아니다. K리그 현실이다. 2005년 이전에 K리그에 등록한 선수들은 FA신분을 말 그대로 얻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2장 선수 제16조 'FA선수 자격 취득'에 명시된 내용 때문이다.

"FA선수 자격은 등록된 국내 선수 중 소속 클럽과 계약기간이 만료된 선수에 한하여, 아래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취득할 수 있다. 단, 2005년 이후 프로에 첫 입단한 선수는 본 조항에 적용되지 않으며, 계약기간 종료 후 보상금제도를 적용 한다"

FA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면 선수는 "원소속클럽과 반드시 재계약해야" 한다. 물론 연봉재계약 협상이 결렬될 경우 연봉 조정을 신청할 수 있고, 원소속클럽이 제계약을 거부할 경우 FA공시를 요청할 수 있다. 해외로 이적할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규정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2000년대 초반에 지급하던 계약금 때문이다. 각 구단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이 계약금은 비정상적으로 커졌다. 계약금은 결과적으로 2006년부터 신인선수드래프트로(2006~2015)가 부활하면서 금지됐다. 계약금을 받은 선수들이 그만큼 구단에 돌려줘야 한다는 정서가 이 규정에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K리그 FA제도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9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FA제도를 도입한 것이 축구계에 영향을 미쳤다. 당시까지는 선수들에게 팀 선택(직장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었다. 보류제도라는 게 있어서 사실상 구단이 원하면 계속해서 선수와 계약할 수 있었다. 2001년에 FA제도가 처음으로 규정에 자리 잡았고, 현 FA제도는 2003년에 개정된 것이 중심이다.

규정을 만들고 고치는 권한을 가진 이는 연맹이사회다. 연맹이사회는 구단의 수뇌부들로 구성돼 있다. 당시에는 FA규정 자체가 혁신적인 것임을 인정해야 하지만, 규정에 관여했던 이들이 구단의 이익을 더 대변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FA선수 자격 취득'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제 이 규정에 발목을 잡힐 선수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히 사문화될 것이라는 논리가 더 우세했다. 2015년 12월에도 이 규정 때문에 FA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선수가 있다는 게 문제다. 최재수는 수원삼성과의 계약이 끝났지만 계약기간 동안에 경기를 50% 이상 소화하지 못해 FA자격을 얻지 못했다.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니다. 리그 전체적에도 영향을 준다. 노장 선수들이 해외를 선호하고, 해외에서 은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외로 나가면 이적료가 없다. 국내로 이적하고 싶지만 이적료(또는 보상금)가 발생하고, 다시 들어오자니 국내 이적시에는 전소속 구단에 이적료를 내야 한다. 서른이 넘은 선수에 이적료를 흔쾌히 지급할 구단은 전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선수에겐 진퇴양난이고, 리그 내 이적의 흐름에도 방해가 된다.

시도민구단과 같은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구단을 위해 만들어진 보상금제도("2005년 이후 프로에 첫 입단한 선수는 본 조항에 적용되지 않으며, 계약기간 종료 후 보상금제도를 적용 한다")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긴 마찬가지다. 좋은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구단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적하려는 구단이 보상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아 선수가 직접 이 보상금을 낼 때도 있다.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선수를 이동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역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적을 제한하는 규정을 모두 폐지해야 리그 전체에 돈이 더 잘 돌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헌법은 누구나 자유롭게 직업과 직장을 선택할 자유를 보장한다. FA제도는 같은 맥락에서 선수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여전히 선수들의 기본권은 제한되고 있다. '자유 획득'에 대한 보조규정을 늘리면 늘릴수록 선수들의 자유는 무거워진다. 선수들의 자유가 제한되면 리그의 역동성도 떨어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제2장 선수 제16조 'FA선수 자격 취득' 부분을 없앤다면, K리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