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2015년의 스포츠는 어떤 기억이었나요?

조회수 2015. 12. 26. 2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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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이 모두 짝수 해에 2년씩 번갈아가며 열리다보니 홀수 해는 다소 심심할법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홀수 해는 국내 스포츠 리그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한다. '홀수 해' 2015년의 스포츠는 어떤 기억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15년의 시작은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 아시안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첫 시험무대였고 이동국, 김신욱 등 주전스트라이커 자원이 대회전부터 부상으로 전력에 이탈하다보니 큰 기대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청용마저 예선 도중 부상으로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지 않는 '늪 축구'로 예상을 뒤집고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비록 아쉽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결승까지 올라간 과정만으로도 박수 받을만하다.

한편, 방송사들에게는 치열한 시청률 경쟁의 서막이기도 했다. 중계권이 각 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콘텐츠로 맞붙는 경우가 KBO리그를 제외하고 많지는 않은데, 아시안컵의 경우 3사가 모두 중계를 했으니 1월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친 셈이다. 대회를 마치고 반드시 아시안컵 결산 회식을 하겠노라 공언했지만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출장 스케줄이 겹쳐 아직까지 회식을 못했다.

<항상 원샷 욕심이 넘치는 '남바완' 이상윤 위원님. 혹시 아직도 회식을 기다리신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

한편 2015년의 메이저리그는 정말 굴곡이 많았다. 시범경기 때 강정호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고, 류현진이 부상으로 개막하기도 전에 DL에 오르는가 하면, 추신수도 페이스를 찾지 못해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5월에 돌아올 줄 알았던 류현진이 결국 시즌 아웃되며 적잖게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정민철 해설위원이 [스포츠 On Air]를 통해 류현진에게 전하는 편지를 남겼는데, "현진이는 더 강해진 모습으로 반드시 돌아올테니, 2016시즌에는 류현진 리뷰 프로그램을 꼭 하고 싶다"며 후배의 재활을 응원해주기도 했다.

악재 속에 시즌이 시작됐지만 강정호가 적응을 마치고 맹활약하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했다. 그러면서 '해적단'이 다저스 부럽지 않은 국민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추신수도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수답게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며 불붙은 방망이로 팀의 포스트 시즌을 이끌었다. 비록 강정호가 시즌 후반 큰 부상을 당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강정호의 활약은 MLB를 꿈꾸는 많은 KBO리그 선수들에게 좋은 선례가 됐을 것이다.

<예전에 잠시 소개한 적이 있는, '승진'소동에 휘말렸던 前제작팀장님은 두 시즌째 농구 메인 PD를 하고 계신다. 이제 옛일은 잊고 건강은 많이 좋아지신 듯 하다>

10구단 체제가 완성된 KBO리그는 그야말로 새로운 국면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영입으로 팀 컬러를 완전히 바꾼 한화 이글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었다. 매 경기가 명승부였고, 경기 시간도 자연스레 길어졌다. 사실 경기가 치열하면 중계하는 PD입장에서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데, 개막 직후 일주일간 거의 대부분의 경기가 연장에 돌입하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다.

올스타전의 '머신' 인터뷰 사건을 지나 시즌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과 와일드카드 경쟁 또한 한치 앞을 알 수 없었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예측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결국 두산 베어스의 통산 4번째 우승과 차세대 해설자 유희관의 상의 탈의로 막을 내린 이번 2015 KBO리그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역대급 시즌이었다.

MBC스포츠플러스(이하 엠스플) 역시 이번 시즌은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이종범, 정민철, 김선우 등 새 해설위원이 대폭 영입되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시작한 시즌이기도 했다. 다행히 중계 및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모두 수성했지만, 다른 채널의 도전이 거센 만큼 더 나은 중계를 위해 제작진 또한 겨우내 많은 고민과 구상을 할 예정이다.

<개막 직후 4월 1일 실제 KBO리그 중계 중 나갔던 자막. 광고주님들이 과연 이 자막을 보고 많이 오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밖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전북의 우승으로 K리그 클래식이 막을 내렸고 지난여름 손흥민의 토트넘 이적 소식은 팬들에게는 놀라움을, 아마 EPL 중계권을 가진 경쟁사에게는 기쁨을, 엠스플에게는 약간의 배 아픔을, 분데스리가 중계권을 가진 또 다른 경쟁사에게는 많은 배 아픔을 가져왔다. 가을에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세계적인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베컴7 유니세프 친선경기'에 출전해 그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의 시작과 함께 박병호, 김현수가 차례로 메이저리그 입성에 성공하며 이제 시선은 벌써 2016년으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스포츠는 진행 중이다. 팬들의 우려 속에 일찌감치 9월에 개막한 프로농구는 어느덧 반환점을 돌기 직전이다. V리그는 벌써 올스타전을 마치고 4라운드에 돌입한다. 엠스플 제작진도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농구장, 혹은 방송국 내부에서 스포츠와 함께 하고 있다. 아마 필자를 포함한 몇 명의 제작진은 12월 31일 군산에서 펼쳐지는 프로농구 중계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2016년 1월 1일을 맞이하게 되지 싶다.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2015년의 스포츠는 독자 여러분에게 어떤 기억이었을까. [스포츠 On Air]가 그 기억에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드릴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남은 한 해 뜻 깊게 마무리하시길, 그리고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스포츠는 2016년에도 계속된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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