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스타워즈:K골프의 포스

김세영 기자 2015. 12. 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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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골프계는 '스타워즈'다. 그 속에서 K골프의 포스는 빛나고 있다.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팬덤도 늘어날 것이다. 제국의 역습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K골프의 포스는 대결을 승리로 이끌며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만들 것이다. 사진편집=박태성 기자

최근 영화 '스타워즈:깨어난 포스'가 개봉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시스의 복수'(2005년) 이후 10년 만이다. 개봉 첫 주말 흥행 수입이 2억3800만 달러(약 2818억 원)를 넘으며 영화 흥행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스타워즈는 국내에선 열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신년사를 마친 뒤 "스타워즈를 보러 가야 한다"고 했고,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제다이 기사처럼 꾸민 딸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주목을 끌었다.

내 어린 시절 희미한 기억 속 스타워즈는 '광선검'으로 대변된다. 작은 막대기를 옆구리에 찬 뒤 입으로 '지잉~'하는 효과음을 내며 호기롭게 꺼내들고선 친구들과 영화 속 결투를 재연했다.

머리가 굵어지고, 그 만큼 동심을 잃어버린 2015년, '스타워즈'라는 단어를 통해 프로 골프계와 K골프를 떠올린다. 프로 골프계는 말 그대로 수많은 골프 스타들이 벌이는 전쟁터이고, 그 속엔 이젠 당당히 K골프의 포스가 있어서다.

특히 올해가 그랬다. 한국 여자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5승을 합작했다. 2006년과 2009년의 11승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박인비가 5승, 김세영이 3승, 최나연이 2승을 거뒀고, 전인지, 김효주, 양희영, 최운정 등이 1승씩을 보탰다. 역대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박인비는 특히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명예의 전당 입회 입성을 확정했다.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이 말해 주듯 그의 표정과 플레이에서는 강렬한 '포스'가 느껴진다. 신인왕을 차지한 김세영은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두 번의 명장면을 보여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최나연도 '8번 아이언의 기적'을 만들며 부활에 성공했다.

한국여자골프의 선전에 미국의 에이스 스테이시 루이스는 데뷔 후 처음으로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한국 선수들에게 가로 막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준우승만 6회다.

K골프의 포스는 내년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미일 내셔널타이틀을 한 해에 석권한 전인지가 본격적으로 합류해서다. 올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김효주도 기대된다. 그는 국내에서 뛸 당시에도 데뷔 첫 해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이후 훨훨 날았다.

일본에서도 한국 골프는 위력적이었다. 이보미와 김경태가 남녀 동시 상금왕을 석권했다. 이보미는 일본 남녀 통틀어 단일 시즌 최다 상금 기록도 갈아치웠다. '보미짱' 열풍도 거셌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이보미를 취재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을 정도다.

이보미 외에도 신지애, 안선주, 이지희가 나란히 상금 3~5위에 올랐다. 올 시즌 37개 대회 중 한국선수들이 17승을 합작해 LPGA 투어와 마찬가지로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3개가 한국 선수들 차지였다. 일본 언론은 "역사적 참패"라고 표현했다.

다시 스타워즈다. 이 영화가 처음 개봉한 건 1977년이다. 국내에는 1년 뒤인 1978년 개봉했다. 당시 제목이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도 탄생했다. 남자 프로골퍼들의 조직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내의 한 부서인 '여자프로부'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37년이 흘렀다. 작은 희망은 매년 조금씩 자라 어느새 커다란 열매가 됐다.

역사가 짧은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는 건국 신화와 같다. 서부 개척시대에서 벗어나 우주로 지평을 넓혔다. 남자 협회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여자 골프도 전 세계로 무대를 넓혔고, 본격적으로 신화를 쓰고 있다. 팬덤도 늘어날 것이다. 물론 '제국의 역습'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K골프의 포스는 대결을 승리로 이끌며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2016년이 더욱 기대된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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