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김현수의 볼티모어행, 개막전부터 빅매치다

조회수 2015. 12. 17. 18: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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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은 의외로 평온하다. 김현수의 볼티모어행 소식이 아직 확정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확보한 후 벌써 4명 째 KBO에서 MLB로 직행하는 선수라서 다소 무뎌진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마 그보다는 농구, 테니스, 각종 이벤트 대회 등 동계 콘텐츠 제작에 PD와 아나운서 모두 바쁘다 보니 신경 쓸 겨를이 없는 편이 맞겠다.

사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김현수가 오늘 오전 말을 아끼며 갑작스레 출국했는데, 미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사이에 이미 현지 언론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물론 벅 쇼월터 감독과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고 사진 찍기 전까지는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김현수의 볼티모어행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 시즌에는 이 그림에 두어명 더 추가될 것 같다>

바야흐로 요즘이,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사를 이야기 할 때 '2기' 정도 되지 싶다. '1기'가 1990년대 LA다저스의 박찬호를 시작으로 2000년을 전후해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구대성 등이 활약했던 시점으로 본다면 이제 다시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2기는 1기와 좀 다르다. 먼저 투수 위주였던 과거에 비해 이제는 야수 위주로 재편된 모양새다. 투수는 LA다저스의 류현진 한 명 뿐이다. 또 과거 '1기'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먼저 실력을 쌓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갔다면 이제는 KBO에서 바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우리 야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국 선수들의 연이은 진출은 당연히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제는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고민의 시간이다. 하루에 최대 5경기에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캐스터, 해설위원이 필요하다(PD의 일도 당연히 늘어난다). 시간대가 겹치는 부분도 편성적인 측면에서 아마 상당한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팬들도 동시간대의 경기에서 어떤 경기를 시청해야 할지 선택이 필요하다.

사실 한국 선수 중 두 명만 같은 팀에 있으면 '국민 구단'이 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같은 지구에 각자의 소속팀이 있다면 맞대결이 잦을 테니 역시 관심이 모아질 수 있다. 그런데 김현수가 볼티모어에 가게 되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 5명이 전부 다른 지구에 속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내셔널리그 동부만 한국 선수가 없을 뿐 중부에는 강정호(피츠버그) 서부에는 류현진(LA다저스) 아메리칸리그 동부의 김현수, 중부의 박병호(미네소타), 서부의 추신수(텍사스)가 있다. 경기 시간의 중복은 피할 수가 없다.

볼티모어는 미네소타와 마찬가지로 경기 시간이 썩 좋은 시간대는 아니다. 현지 낮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새벽이다. 당장 개막전만 해도 낮 3시에 편성되어있는데, 한국 시간으로는 평일 새벽 4시다. 시청률이 무척 취약한 시간대지만, 이 경기는 사실 빅매치다. 상대팀이 바로 박병호의 소속팀 미네소타 트윈스다. 볼티모어는 미네소타와 2016 시즌에 총 6번 격돌하는데 그중 3연전이 개막 시리즈다. 옆 지구 텍사스와도 총 7차례 만나고, 7월에는 내셔널리그 LA다저스와의 원정 3연전도 예정되어있다. (피츠버그는 텍사스와 3차례, 다저스와 7차례 만난다, 텍사스와 미네소타도 총 7번 맞대결을 갖는다)

<플로리다 사라소타의 볼티모어 오리올스 캠프>

계약이 확정된다면, 김현수가 처음 합류하게 될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지는 플로리다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사라소타 해변 부근에 있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는 장소 치고는, 역설적으로 무척 평화로운 곳이다. 2년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선수부터 프런트까지 무척 친절했던 기억이다. 무엇보다 라커룸에서 간단한 인터뷰 요청에도 선수들이 모두 복장을 갖추거나 머리 매무새를 가다듬고 성심성의껏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김현수는 무척 활발하고 재미있는 선수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중계스탭들과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지만, 인터뷰를 해보면 그 어느 선수보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다. 젠틀하면서도 활기찬 볼티모어의 라커룸 분위기에 쉽게 적응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개막전부터 빅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5개 지구, 5개 팀에서 한국 선수가 활약하게 될 2016 메이저리그가 (걱정스러우면서도)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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