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 'NO'라고 말할 줄 알아 강한 남자 이진영

조회수 2015. 12. 17. 16: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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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는 아직 진행중이지만..전반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영원한 삼성맨일 듯 했던 박석민의 NC행이나 스승과 제자로 다시 뭉친 정우람 등도 화제를 모았지만 가장 놀라운 뉴스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이진영이었을 것이다.

이진영은 트레이드도 아니고, FA의 보상 선수 마저도 아닌 40명 엔트리서 제외된 2차 드래프트로 LG서 kt로 이적했다.

올 시즌 성적이 안 좋았다고는 해도 이진영은 늘 3할을 칠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LG 내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런 저런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판단이 아니었다면 40인 보호 선수에서 그를 제외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진영이 실제로 내리막을 걷고 있는 선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스스로는 "선택이 틀렸음을 증명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만 확실하게 할 수 있다.

다만 '이진영이라면 좀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일화가 한 가지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진영은 군산상고 출신이다. 동문들의 자부심인 학교인 만큼 지원도 좋은 편에 속하는 명문 학교다.

이진영이 재학 시절, 학교에 실내 연습장이 들어섰다. 동문들이 힘을 모아 후배들에게 선물을 한 것이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에게 실내 훈련장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선수들은 삼삼오오 모여 야간 훈련을 자청해서 했다. 감독 코치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모여 훈련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됐다.

이진영도 처음엔 그들과 함께였다. 시키는 훈련이 아니니 재미는 더 컸다. 하고 싶을 때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진영은 그 또래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야간훈련에 나가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야간 훈련은 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행위로 변질돼 있었다는 것이 이진영의 생각이었다. 그 시간에 훈련하는 스스로 만족하는 것 일뿐 실제 도움이 되는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청소년기의 또래 집단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그가 훈련에 빠지기 시작하자 따가운 시선이 그를 향했다. 잘난척 한다며 왕따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 어제 몇시까지 쳤다'며 들떠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NO"라고 할 줄 아는 용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진영은 "남들과 다른 훈련을 했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정규 훈련 때 더 집중했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는 동기들 중 가장 야구를 잘 하는 친구로 살아남았다.

아마 지금의 이진영은 그 때와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남들이 다 맞다고 할 때 그는 다시 한 번 "NO"를 외치고 있다. "내리막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실제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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