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 라운지] 스포츠는 수단이 아닙니다

조회수 2015. 12. 16. 07: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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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수단으로만 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스포츠가 수단이 아니라고는 부정할 수는 없다. 홍보의 목적을 비롯해 사회 공헌 차원에서의 운영 등 기업들은 구단을 만들어 스포츠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러나 수단만을 위한 운영은 아니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스포츠 구단이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애정을 같고 운영을 한다. 해당 스포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다른 것 같다. 지난달 에쓰오일은 탁구단의 해체를 결정하고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해체 통보를 했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내년 3월 이후에는 에쓰오일이 아닌 무적의 선수가 된다. 지난 2010년 야심차게 탁구단을 출범시킨 이후 5년 만의 결정으로, 탁구계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에쓰오일 탁구단의 해체로 남자 실업탁구팀은 이제 3개밖에 남지 않아 국제 경쟁력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탁구단의 해체 이유로 경영 사정을 내세우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막무가내로 에쓰오일을 탓할 수 없는 상황. 회사의 경영까지 어려우면서까지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라서 문제다. 정유사가 호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탁구단 운영에 필요한 연간 10억 원의 비용이 부담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엄청난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289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에쓰오일은 올해 1~3분기까지 860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률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에쓰오일의 흑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런 상황에서 탁구단 운영에 필요한 10억 원의 자금이 부담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에쓰오일이 탁구단을 해체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탁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관계가 멀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에쓰오일의 2대 주주였던 대한항공은 지난 1월 보유 지분을 전량을 에쓰오일의 최대주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아람코에 매각했다. 에쓰오일로서는 탁구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대한항공과 관계가 멀어진 만큼 더 이상 탁구계에 손을 대고 있을 필요가 사라졌다.

에쓰오일의 탁구단 결정은 스포츠를 수단으로만 봤다는 증거다. 다른 기업들이 경영난 속에서도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스포츠 구단을 통해 소비자, 즉 국민들이 희망과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반면 에쓰오일은 국민들을 전면 배제한 채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 지난달 에쓰오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가 있는 날' 확산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과연 스포츠라는 문화를 배제한 에쓰오일이 그런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OSEN 허종호 기자

sportsher@osen.co.kr

[사진] 월간탁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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