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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의 타인의 시선] '조직의 책임' 따질 K리그 라이선스 만들자

조회수 2015. 12. 14.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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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다", "구단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나"

징계할 일은 있는데, 징계하기는 어렵다. 지난 11월부터 K리그를 흔든 외국인선수 영입비리와 심판매수 사건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종복 전 경남FC 대표와 한 에이전트 그리고 4명의 전현직 심판이 기소됐지만,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다. 분노 여론은 들끓고 있는데 키를 쥔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4항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자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천명한 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준비 중이다. 개최시기는 사실관계가 완벽하게 정리되고, 더 많은 정보를 모은 뒤다. 연맹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사실 법원판결이 난 뒤에 징계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안이 워낙 중대하기 때문에 발 빠르게 움직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최소한 기소된 심판 4명과 이들에게 돈을 건넨 경남FC는 상벌위원회에 회부되는 게 확실하다. 상벌위원회 준비는 쉽지 않다. 개인이야 퇴출 등의 벌을 내릴 수 있지만, 구단을 징계하는 일은 어렵다.

심판매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소된 심판들이 '돈은 받았지만 관례적인 일이다. 판정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실제로 이들이 배정된 경남 경기의 승률이 더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형법상 배임죄가 아니라 국민체육진흥법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이 이들의 불법 행위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맹상벌위가 경남과 심판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가 문제다. K리그 정관에 있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심판의 품의를 손상시키는 등의 징계사유"는 기준이 되기에 모호하다.

K리그에 필요한 것은 개별사건에 대한 임기응변적인 대응이 아니라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이다. K리그는 정관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격요건을 정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클럽 라이선스도 하나의 기준이다. 이로는 불완전하다. 구단의 자격요건과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한다. 일본프로축구연맹에서 2012년부터 시행중인 J리그 라이선스제도와 같은 게 필요하다. J리그 라이선스는 경기, 시설, 인사-조직, 법무, 재무 5가지 기준 항목, 56개의 품목으로 구성됐다.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상위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K리그는 리그 규모를 키우는 게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리그 진입장벽은 낮고,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구단에 책임(승점 삭감 혹은 강등, 퇴출)을 묻기는 어려운 구조다. 지난 2011년, 40여명이 넘게 처벌받은 승부조작사건에서도 구단은 사실상 징계를 면했다. 관리책임을 물을 구체적인 조항이나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외국인 영입 비리와 심판매수 사건은 각 개인의 책임뿐 아니라 조직의 책임도 따져야 한다. 조직(구단)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K리그 라이선스제도(가칭)와 같은 포괄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기준 정립이 우선이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여기는 게 사회적인 분위기다.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수월하지만, 조직이 바뀌지 않으면 '개인의 일탈'은 끊이지 않는다. K리그 사건일지를 보면 일탈자만 바뀌고 비슷한 일탈행위는 그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K리그 라이선스' 기준에 윤리(혹은 명예) 기준을 만들어 '승부조작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구단은 승점을 삭감한다', '승부조작을 한 구단은 강등시킨다', '심판에게 금품을 지급한 구단은 승점을 삭감한다', '한 심판이 금품을 수수하면 심판전체를 수사한다'와 같은 조항을 넣으면 어떨까?

K리그는 위기다. 의혹이 사실이 되면, 팬들은 돌아선다.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처가 필요하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고, 경고가 아닌 퇴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에 앞서 처벌기준 혹은 자격기준을 정해야 한다. 조직이나 구단의 도덕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개인적인 일탈은 끊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조금 더 나아가면 시도민구단에서 추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 구단에서 2년만 일하다 떠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이들을 구성원으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묻지마 임명'을 막을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의 도덕성은 개인의 도덕성보다 낮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개인이 아닌 조직을 바꿔야 한다. '너무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K리그 라이선스' 제정을 바란다. 몇몇 구성원의 이탈 혹은 퇴출보다 더 두려운 것은 팬들의 외면이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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