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언행일치, 약속을 지킨 선수들

조회수 2015. 12. 10. 17: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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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누구나 문득, 연초의 각오와 다짐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게다가 요즘은 각종 시상식이 한창인지라,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2015 프로야구 시즌도 카스포인트 어워즈,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종료됐다.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 시즌이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개막을 앞둔 선수들의 각오가 담긴 촬영 파일을 찾아봤다. 스프링 캠프에서는 워낙 많은 선수들의 인터뷰를 촬영하다보니 대부분 내용을 잊어버리곤 하지만 올 시즌은 유독 기억에 남는 선수가 몇 있었다.

스프링 캠프 출장은 대개 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를 담당하는 PD, 아나운서, 해설자가 함께 떠난다. 시즌 전 각 팀의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선수들의 각오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팀들마다 캠프를 차린 지역이 다르고, 일정이 다르기 때문에 방송사마다 두 세 그룹으로 나눠서 취재를 한다. 특히 MBC스포츠플러스는,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까지 커버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스케줄이 빡빡하다.

미국으로 떠난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메이저리그 팀들 외에 KBO리그 팀 중에서 두산 베어스, 넥센 히어로즈, NC다이노스를 취재할 수 있었다(다른 팀들은 일정상 일본 출장팀이 취재했다). 세 팀에 특히 기억에 남는 선수가 한명씩 있었는데, 바로 박병호와 김현수, 에릭 테임즈다. 세 선수 모두, 팀의 키 플레이어이자 올 시즌 거취가 중요했던 선수들이다. 그만큼 스프링캠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같은 장소를 사용하는 넥센 캠프는 박병호를 보러 온 미국의 스카우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유심히 관찰 중이었다. 벌써부터 이런 관심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병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의 기회가 있는데, 제 머릿속에는 (그보다)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해요. 시즌 중에는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할 생각이고, 시즌 후에 구단과 상의하려고 해요"

"만약에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하는지를 경험할 수 있다면 야구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인터뷰 박병호>

돌이켜보면, 박병호가 시즌 중 수많은 인터뷰 중에 해외진출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었다. 해외 진출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시즌 후에 이야기 하겠다며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묵묵히 시즌을 마친 뒤 미국 진출에 성공,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인터뷰를 마치고 "내년에는 아침에도 저희 채널에서 박병호 선수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라고 말하자 "그러면 정말 좋겠네요"라고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결과적으로 아침보다는 새벽 즈음에 볼 수 있게 된 셈이다(미네소타는 낮경기가 많다).

FA자격으로 미국무대를 노크중인 김현수 역시 시즌 전 메이저리그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박찬호 선배가 던질 때부터 정말 동경하던 무대였어요. 아무리 경기가 늦게 끝나도 아침에 꼭 일찍 일어나서 메이저리그를 시청해요. 같은 야구선수지만 매일 메이저리그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막연한 해외진출 보다는 팀의 우승이 먼저라며, 올 시즌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좋기는 한데, (돌이켜보면) 신고 선수인 저를 이 팀에서 받아준 거잖아요. 이 팀에 가장 큰 보답을 하는 건 우승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면 도전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올 시즌 팀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김현수>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 그대로다. 올 시즌 한국 시리즈 우승팀은 두산베어스였고 김현수는 약속대로 중심타선에서 자기 몫을 다하며 우승의 1등 공신으로 활약했다. 해외에 진출할 수도, 팀에 남을 수도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두산팬들이 전폭적으로 김현수를 지지하는 이유다.

한편, NC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는 올 시즌 40-40을 달성하며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지난 2월 스프링 캠프에서 그에게 재계약을 축하한다고 하자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 마산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테임즈 역시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선수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두 가지 답변을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한 가지는 달성했고, 한 가지는 알 수 없으니 다음에 물어봐야겠다.

"개인적인 목표요? 음. MVP. 매년 MVP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의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어요"

<인터뷰 테임즈>

언행일치로 스스로와의, 그리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킨 이 멋진 선수들. 내년에는 KBO리그에서 볼 수 없는 선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리그에서 다음 시즌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활약을 해주리라 믿는다.

누구보다 따뜻한 연말을 보낼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 아무쪼록 충분히 휴식을 마치고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때 또 다시 밝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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