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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의 타인의 시선] 물음표에 포위된 경남, 응답하라 2015!

조회수 2015. 12. 3. 1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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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특정 세대는 거의 모두 기억할 만큼 유명한 XX파이 광고에 나오는 문구(혹은 노래가사)다. "침대는 과학"이 아니듯이, (물론 그런 이들은 없겠지만) 이 문구를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된다.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다른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오해는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이 태생적인 한계를 말을 통해 이를 불식시키고 우정, 사랑, 관계 등을 발전시킨다. 소통은 인간관계에 기본이다. 소통은 애정을 부르고, 불통은 미움과 단절을 부른다.

2015년 12월, 이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모르는 K리그 구단이 있다. 경남FC다. 경남은 지난 11월부터 박성화 전 감독, 언론 그리고 팬이 제기한 문제에 거의 응답하지 않았다. 2일 벌어진 김종부 신임감독 기자회견에서 "내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대답한 게 전부일 정도다. 이는 경남이 안고 있는 물음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물음표는 시즌 중 외국인 공격수 스토야노비치를 내보낸 이유다. 이 건은 물음이라기보다는 질책에 가깝다. 시즌 종료와 함께 경질된 박 전 감독은 "경남이 내 양심까지 팔게했다"라며 스토야노비치가 10월 7일 경기 이후 출전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10골을 넣게 되면 5천만 원의 추가수당을 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박치근 대표가 박 전 감독에게 보낸 문자를 실제로 입수한 이후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몇 개의 방송사를 비롯해 많은 언론이 박 대표의 문자에 분노했다. 무엇보다 "이제 승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가장 큰 문제였다. 프로구단은 팬이 있어 존재하고, 팬은 선수들이 승리하기 위해 뛰는 모습을 보러 온다. 승리하지 못하는 구단과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구단의 차이는 크다. 후자는 팬에 대한 존중이 없다. 경남은 이런 행동을 하고도 어떠한 사과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 26일과 27일에 걸쳐 함안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신인선수선발테스트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공석인 채 벌어진 이날 테스트에 선발위원으로 나선 이들은 5인의 선수선발위원회다. 선수선발위원회는 팬들이 분노한 혁신안 중 하나로 탄생한 것이다. 이 위원회는 태생적인 문제가 있다. 다섯 명의 위원 중 단 한 명만 축구인이라 할 수 있다. 이명국 창원 남산고 체육교사만이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축구와 관계가 없다.

지역 선수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만 가지고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 동의 혹은 공감 받지 못한 절차를 통해 선수를 선발한다면 이후에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감독도 없는 상황에서 비전문가들이 선수를 선발하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의 혁신인지 알 수 없다. 테스트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베스트일레븐'은 27일 기사(태권도 사범이 선수 뽑는 이상한 구단, 경남)에 테스트에 참가했던 한 감독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위원들의) 불참 이유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위원들 모두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테스트 첫날엔 선수선발 위원들의 20~30분 지각으로 본 일정이 늦어졌다. 게다가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에도 문제였다. 일정이 지연됐는데도 한 경기만을 진행하고, 대표이사와 이사들이 아직 점심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 30분가량을 지체했다. 26일은 올해 처음으로 영하권 기온을 보일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흐름이 끊겨 선수들도 많이 힘들어 했다. 이런 테스트는 또 처음 겪는 일."

팬들은 분노를 터뜨렸다. 경남 서포터스는 지난 30일 "홍준표 구단주는 도민 앞에 사죄하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팬들은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해명과 사과 그리고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시 도민 구단의 모범이었던 경남 FC의 모습은 적은 월급을 받으며 구단을 위해 헌신한 구단직원들과, 코치진 및 선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사진의 결정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고, 방만한 경영을 방조해온 이사진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며 "경남 FC 서포터즈 연합회는 이후 이사회에서 상식 밖의 결정이 있을 경우 우리가 행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경남은 여러 층에서 나온 여러 가지 물음에 여전히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부임한 김종부 감독은 2일 취임기자회견에서 "상위 클래스(클래식) 진출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지만, 과연 김 감독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박 대표는 이미 다음 시즌예산이 2015시즌에 비해 10억 줄어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단을 26명으로 줄이고 되도록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승격으로 이끈다면 김 감독은 명장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목표는 현실에 발을 디뎌야 의미가 있다.

경남의 위기는 홍 도지사의 인사실패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7월 임명된 박 대표이사는 홍 도지사의 선거캠프에 있던 이다. 토건업이 종사했다. 홍 도지사가 전문경영인을 축구단 대표 자리에 앉혔다면 크게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었을 것이다. 박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에 그치지 않고 선수선발에도 관여하고 있다. 운영에 잡음이 있고, 선수선발 절차에 대한 물음표도 크다. 무엇보다 구단의 진정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팬들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일반 기업도 소비자의 물음에 답하는 시대다. 팬을 상대로 꿈을 파는 구단은 더 신속하게 이에 대처해야 한다.

지식과 철학보다 태도가 주목 받는 시대다. 태도를 보면 사람이나 조직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지금 경남은 어떠한가? 어떻게 축구와 팬을 대하고 있나? 홍 도지사 혹은 박 대표이사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기다린다. 덮어둬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응답하라, 경남FC.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경남FC,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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