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정현과 페더러가 같은 팀에 있는 상상

조회수 2015. 12. 3. 11:3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야구를 담당한 PD들이 시즌이 끝났다고 쉬는 건 결코 아니다. 이미 농구 시즌이 한창이고, 카스포인트 어워즈 같은 결산 특집 프로그램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필자 역시 지난주 내내 부산에서 열린 ING 챔피언스트로피 골프중계를 다녀온 뒤 이번 주부터는 IPTL 국제 프리미어 테니스리그 위성 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IPTL 국제 프리미어 테니스리그는, 알고 보면 무척 독특한 대회다. 아시아의 5개 지역을 돌며 약 20일간 리그가 펼쳐지는데, 각 지역별로 탑 랭커들이 순차적으로 출전한다.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5개 지역을 임의로 홈으로 정해 팀 대항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최고의 현역 선수들은 물론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선수들도 참가해 한 팀을 이룬다.

물론, 그 나라 국적을 가진 선수만 그 나라의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UAE로얄스 소속이고,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싱가포르 슬래머스 팀이다. 그리고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필리핀 매버릭스에 속해있다. 국적과 상관없이 홈 팀을 정하지만, 홈경기에는 속한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다. 쉽게 말해서 다른 지역에서는 장담할 수 없어도 UAE 대회에서는 홈팀의 멤버인 로저 페더러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한 경기는 남자 단식, 남자 복식, 혼합복식, 여자단식, 레전드 단식 이렇게 다섯 세트가 펼쳐진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팀별 전략도 중요하다. 기존의 엄숙한 테니스 룰에서 벗어나 좀 더 재미있게 즐기자는 취지인데, 그럼에도 선수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보니, 명승부가 연출되기도 한다.

특히 작년에는 UAE로얄스 소속이던 조코비치가 인도 대회 마지막 날 합류해 인디언 에이시스에 속해있는 로저 페더러와 단 하루 일정이 겹친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두 슈퍼스타의 1세트 빅 매치가 성사됐는데, 정말이지 대단한 명승부였다. (접전 끝에 6대 5로 조코비치가 승리했다)

사실 지난 해 처음 이 대회를 중계 하며 다소 생소하기도 했고, 그때그때 룰을 바꾸다보니 담당 PD 입장에서는 대단히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대회의 취지와 진행 자체가 무척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세레나 윌리엄스, 마리아 샤라포바, 안나 이바노비치 등 현존하는 최고의 테니스 선수들은 물론이고 이미 아저씨가 되어버린, 피트 샘프라스, 안드레 아가시, 카를로스 모야 등 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까지 한 팀을 이루다 보니 테니스 팬들에게는 아주 좋은 선물이 됐다. (라파엘 나달은 지난 해 무릎 부상으로 불참했는데, 올 시즌에는 참가한다)

<이 선수들이 다 나온다. * IPTL 홈페이지 캡쳐>

그렇게 지난 해 대회를 마치고 은근슬쩍 기대를 해봤다. 대회를 차츰 확장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아시아를 순회하는 대회이니 그렇다면 우리나라 팀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 올 시즌, 기대대로 대회는 확장됐지만, 애석하게도 새로 팀이 생긴 지역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었다.

지난 대회에서는 UAE, 필리핀, 인도, 싱가포르 이 4개 지역을 순회했는데, 올 시즌에는 일본 고베가 추가됐다. 그러면서 '저팬 워리어스'라는 팀도 생겼다. 무엇보다 케이 니시코리라는 간판선수가 있고 저변 자체가 우리보다 넓기 때문에 대회 주최 측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도, 아쉽고 또 부러운건 사실이다.

물론 니시코리 같이 개최지에 뛰어난 자국 선수가 있으면 흥행적인 측면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을 수도 있다. 인도 역시 사니아 미르자나 로한 보파냐 같은 복식의 강자들을 보유하다보니 인도 대회는 열기가 대단히 뜨겁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꽤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정현이라는 뛰어난 유망주가 있다. 특히, 지금 참가하는 선수들 중에서는 정현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이 20위 안의 탑 랭커지만 UAE로얄스의 이반 도디그는 87위, 저팬 워리어스의 쿠루미 나라는 81위로, 51위의 정현보다 아래다. 레전드로 치자면 최고랭킹 36위까지 올라갔던 이형택(해설위원)이 있다. 탑 랭커 없이도 홈팀으로 선정된 싱가포르나, UAE, 필리핀의 경우보다는 훨씬 좋은 입지조건이 아닐까.

<일본 고베에 걸린 IPTL 국제 프리미어 테니스리그 현수막. 샤라포바가 '저팬 워리어스' 소속이다. *IPTL 페이스북 캡쳐>

2년차를 맞는 이 대회는 규칙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선수들은 매우 즐거워하며 참가하는 듯하다. 1등석 전용기로 아시아를 돌며, 하루에 한 세트 정도만 뛰기 때문에 큰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해설을 맡은 유진선 위원 역시 이 대회는 가벼운 훈련이자, 여행이자, 상금까지 벌면서 레전드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보니 선수들도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평했다. 물론 언제나 탑 랭커들의 자존심은 걸려있다.

세계 테니스 선수들의 메가 이벤트에 언젠가는 우리 선수들도, 또 우리나라 테니스 팬들도 직접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정현과 이형택, 로저 페더러, 마리아 샤라포바가 한 팀에서 "코리아!"를 외치며 경기하는 모습이.

대회 첫 지역인 일본 고베에서는, '저팬 워리어스'의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물론, 하필이면, 다른 선수도 아니고, 마리아 샤라포바가 일본팀에 속해있어서 조금 더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