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중계가 가장 어려운 종목, 골프

조회수 2015. 11. 26. 20: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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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첫눈이 왔지만 부산은 쾌청했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린 뒤라 더욱 하늘이 맑았는데, 맑은 가을 하늘과는 별개로 공기는 온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부산 베이사이드 G.C에서는 KLPGA와 LPGA 선수들이 팀 대항전으로 맞붙는 <ing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가 27일부터 3일간 예정되어있다. 중계차는 지난 일요일에 먼저 내려와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오랜만의 골프 중계다.

방송국에 입사해서 처음 현장에 나갔던 종목이 당시 중계권이 있었던 KLPGA 골프 중계였다. 당시 같이 현장에 나간 선배가 "가장 중계가 어려운 종목 중 하나가 골프"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물론 어느 정도 '품'을 들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중계방송이 어려운 종목으로 손꼽히는 건 역시 골프다.

그렇다고 쉬운 종목은 없다. 거의 매일 중계를 하다 보니 라이브 상황에 익숙해져있을 뿐, 언제나 긴장을 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사소한 실수는 바로 방송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요 몇 년 새 프로야구는 스포츠 전문채널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종목인데, 그만큼 '품'이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많은 장비가 투입된다. 중계의 난도도 물론 높다.

한편 축구나 농구는 야구처럼 볼이 멈춰있지 않는 종목이다. 그래서 또한 어렵다. 쉴 새 없이 공을 따라 좌우를 오가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언제 경기가 끊어질 줄 모르기 때문에 리플레이를 담당하는 PD들은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외로 골프가 가장 어려운 종목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생각해도 커버하는 면적부터 상당하기 때문이다(물론 커버하는 면적 탓에 중계가 어려운 종목으로는 마라톤도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경기장 안을 여러 카메라가 비추는 반면 골프는 '경기장' 자체가 무척 넓기 때문에 신호의 수신부터 케이블의 연결까지 상당한 인력과 기술력이 투입된다. 다른 종목에서는 카메라의 위치가 고정되어있지만, 골프 중계는 마지막조가 지나가면 카메라가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경기 시간도 상당히 길다.

<면적이 넓다보니 중계차의 위치도 한 군데가 아니다. 페어웨이 옆에 저 멀리 중계차가 보인다>

물론, TV중계를 보면 종목의 특성상 골프중계는 항상 조용한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골프 중계가 어렵다는 걸 언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계차는 반대로 가장 분주하다. 여러 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상황이 발생하다보니,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체크해야 한다. 이를테면 2번 홀에서 김효주가 버디퍼트를 하고 있는데, 3번홀에서는 박인비가 세컨샷을, 5번 홀에서는 김세영이 티샷을, 7번 홀에서는 유소연이 중요한 파 퍼트를 앞두고 있는 경우다. 이 모든 상황이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발생하는 게 다반사다. 어떤 화면을 또 어떤 순서로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구성을 해야 한다.

KLPGA 중계권이 있었던 2010년이 마지막 프로 골프 중계였으니, 만으로 5년 만에 골프중계에 합류했다. 이미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ing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는 상당히 스케일이 크다. 총 상금 10억을 두고 박인비, 김효주, 유소연, 이정민, 안신애 등 KLPGA와 LPGA를 대표하는 최정상의 선수가 12명씩 총 24명이 참가해 3일간 포볼, 포섬, 매치플레이의 방식으로 팀 대항전을 펼친다.

대회의 스케일만큼 중계도 품이 많이 들어갈 예정이다. 18홀 전 홀이 3일 내내 중계되고, 비골프채널에서는 이례적으로 6시간 가까이 3일 동안 모든 경기가 라이브로 중계된다(지상파에서도 하루 2시간 이상 중계가 된다). 40대에 가까운 카메라가 투입되며, 골프장에 깔려있는 케이블 길이만 10km가 넘을 정도로 많은 인력과 기술력이 동원됐다.

날씨가 다소 걱정이다. 선수들이 프로암대회 내내 두꺼운 점퍼를 입고 추위에 떨며 라운딩을 할 정도로 공기가 무척 차다. 선수들만큼 스탭들도 고생을 많이 할 것 같다. 높은 카메라 타워에서 장시간 있어야 하는 카메라 감독들이 많은데,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정말 고역이다.

선수들은 공식 시즌이 종료되어서인지 강추위 속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프로암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KLPGA와 LPGA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만큼 날카롭게 샷을 가다듬고 코스를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3일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어느새 찬 기운이 가득한 11월의 마지막 주말. <ing명 챔피언스트로피 2015> 중계방송이 골프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최정상 선수들이 펼치는 팀 대항전의 묘미를 만끽하시길 바란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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