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다양성이 존중받는 리그이기를 바라며

조회수 2015. 11. 19. 17: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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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구장에서는 하프타임이나 경기 전, 몇몇 선수들이 참회하는 표정으로 반성문을 읽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승부조작 혐의로 징계를 받은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과하는 장면인데, 연루되었던 주요 선수들이 이제 속속 리그에 복귀하고 있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사회이고, 또 그런 다양성이 원동력이 되는 프로스포츠지만 이들은 분명 '틀린' 행동을 했다. 룰을 벗어난 잘못된 행위에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양성 존중의 취지로 '틀림'과 '다름'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지어지지 않아야 건전한 사회나 조직이 된다고 배워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프로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KBO리그에는 팀마다 다양한 개성이 있다. 작금 인기의 비결이기도 하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는 매 경기 허슬플레이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10개 팀이 모두 똑같은 두산의 팀 컬러를 갖고 있다면 지금처럼 KBO리그가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허슬플레이의 두산이 있다면 강력한 마운드의 삼성, 발야구의 NC, 화끈한 방망이의 넥센이 있다. 특히 올 시즌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가 새로운 팀 컬러를 입히면서 시즌 내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각 팀의 다른 개성과 캐릭터를 누구 하나 틀렸다고 비난 할 수는 없다. 정해진 룰 안에서 그 팀만의 야구를 펼쳐나가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다. 이 각자의 다양성을 틀렸다며 규제하려 든다면, 결코 리그가 발전할 수 없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인기 있는 리그는 저마다의 다양성이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리버풀, 맨시티, 첼시 등 각기 다른 성향과 특징을 가진 팀들이 한 리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스페인의 라리가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투톱이라 할 수 있는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만 봐도 팀의 창단부터 역사, 정치적인 성향,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유스 시스템의 활용, 팀을 구성하는 기조까지 전혀 다르다. 메이저리그도 30개 팀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장을 내민다. 누구 하나 틀린 팀은 없다. 저마다 이기려는 방식이 다를 뿐이고, 그 방식이 팬들에게 존중받으면서 건전하고 인기 있는 리그로 발전하는 것이다.

어쩌면 침체된 프로농구의 해법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농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90년대, 연세대와 고려대는 전혀 다른 컬러의 농구를 펼쳤고 이 대학생의 패기에 관록의 기아 현대 삼성이 각자의 스타플레이어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했다. 프로농구 역시 지금보다 훨씬 팀마다의 다양성이 드러나고 또 존중받아야 예전의 인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승부조작 같은 '틀린' 방법으로 자꾸 팬들을 실망시킨다면 더 피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지도 모른다.

스포츠는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을 반영한다. 한국, 일본, 중국의 A대표팀 축구 스타일만 봐도 전혀 다르다. 가장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로 스쿼드가 구성되는 팀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프리미어12에 참가하고 있는 야구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부터 정근우까지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진 다양한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며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포츠가 그렇듯, 이 스포츠를 반영하는 우리 사회 역시 다양성이 존중받았으면 한다. 승부조작 같은 룰을 벗어난 '틀린' 행위에는 더 냉정하고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각자의 '다른' 이야기와 플레이를 펼치는 방식은 존중받기를 바란다. 기득권자의 생각과 다르다고 이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해 말살해버리고 획일화시키고, 그러면서 승리를 따내는 비겁한 스포츠는 더 이상 사랑 받을 수 없다.

다양성이 인정받는 건전한 '리그'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정당당한 모습으로 '리그'를 살아가는 '팬'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포츠도, 우리가 사는 이 사회도, 그리고 한 가지 더, 역사에 대한 인식도 말이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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