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주목! 두 개의 컨트롤타워 그리고 박주호

조회수 2015. 11. 18. 15: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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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1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벌어진 라오스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6차전에서 5-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015년 마지막으로 벌인 A매치에서 승리하며 조 1위를 지켰고, 2015년 전세계를 통틀어 최소실점한 팀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한국은 전반 3분만에 기성용이 골을 넣으면서 손쉽게 경기를 풀었다. 전반에만 4골을 터뜨리면서 긴장감을 거의 모두 지워버렸을 정도다. 결과적으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승리한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날 경기를 장면으로 쪼개는 것보다 전체적인 틀에서 살펴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라오스전은 두 개의 키워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두 개의 컨트롤 타워(기성용, 이재성)와 박주호. 두 개의 키워드는 슈틸리케호의 2016년을 이해하는 키가 될 수도 있다.

#두 개의 컨트롤 타워, 기성용-이재성

이날 경기전까지 한국의 장점이자 문제점은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은 기성용이 자유롭게 공수를 조율하고 경기 템포를 조절할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성용이 없을 때는 그와 같은 경기력을 내지 못하기도 했다.

라오스와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2골을 넣었고, 1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이 장면만 써도 벅찰 정도다. 전반 3분 만에 페널티킥을 넣으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었고, 전반 33분에는 라오스 밀집수비의 조그만 틈을 비집으며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전반 35분 손흥민의 헤딩골을 이끈 크로스도 기성용에게서 나왔다.

기성용의 활약은 공격포인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성용은 경기 전체를 주름잡았다. 라오스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에도 공을 제대로 간수하면서 공간에 있는 선수들에게 공을 연결했다. 기성용이 결대로 패스를 이어가다 갑자기 돌아서거나 멈추면 라오스 전체적인 대형이 흔들릴 정도였다. 기성용은 원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이날 기성용이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이재성의 존재다. 이재성은 측면에서 또 하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기성용과 역할은 조금 달랐지만, 이재성이 측면에서 공을 점유하고 연결하는 덕에 기성용이 중앙에서 좀 더 자유롭게 뛸 수 있었다. 이재성은 도움 2개를 기록했다.

이재성은 영리하게 돌아서는 동작 하나로 라오스를 흔들었다. 이재성이 좁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예상치 못하게 돌아서면 라오스 수비는 틈을 내줬다. 이후에는 좋은 패스가 나왔다. 전반 43분 나온 석현준의 골은 이재성이 돌아서며 시작했다. 이재성은 두 발을 모두 사용하며 돌아섰고, 라오스 수비는 순간적으로 석현준을 놓쳤다. 후반 22분 손흥민의 골을 이끌어낸 헤딩 패스는 이재성이 얼마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와 같았다.

라오스의 전력이 약했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기성용과 이재성의 동반출전이 가져온 효과는 절대 작지 않았다. 중앙과 측면에서 모두 경기를 풀 수 있는 팀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박주호의 전술적인 가치

슈틸리케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양쪽 풀백이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오른쪽은 안정적인 장현수와 연계 능력이 좋은 김창수를 놓고 고민 중이고, 왼쪽에서는 김진수와 박주호를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라오스전을 놓고 보면 왼쪽 풀백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해소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박주호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거의 완벽하게 부응했다. 전반 33분 기성용의 골을 도운 게 전부가 아니다. 박주호는 경기 내내 라오스의 측면을 줄기차게 돌파했고, 연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는 폭발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을 듣지만, 사실은 다르다. 박주호는 대학 시절 '한국의 로번'이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돌파를 선보였었다. 박주호의 지인은 "프로로 간 이후에는 필요할 때만 그런 모습을 보인다"라고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랬다. 박주호는 라오스의 수비가 뒷걸음질 칠 정도로 빠른 돌파를 몇 차례 선보였다.

동료와의 연계 능력 그리고 전술적인 능력은 예전 그대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의 전술적인 능력을 높이 평가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의 파트너 그리고 측면 공격수로 활용했었다. 박주호는 라오스의 밀집수비를 깨는데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아무나 입는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한국은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뚝심 있게 자신의 팀을 만들었고, 선수들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2016년의 성공까지 점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종류의 대결, 더 강한 상대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만 라오스전에서 힘을 발했던 두 개의 컨트롤 타워와 박주호의 존재는 대표팀에 분명한 호재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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