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 칼럼] 벤 헨더슨은 머리를 절대 자르지 않을 것이다

이교덕 기자 2015. 11. 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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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UFC 파이터 벤 헨더슨(31·미국)은 독특하다. 어쩌면 희한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만의 세계가 있다.

치렁치렁한 긴 머리가 걸리적거리는지 경기하다가 틈만 나면 쓸어 올린다. 보는 사람도 불편하다. 그런데 그는 머리를 자를 생각이 없다. "디스 이즈 마이 스타일"이라고 외칠 뿐이다.

이쑤시개를 물고 산다. 방금 고기를 먹어서가 아니다. 이쑤시개를 물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나?

그는 옥타곤 위에서도 이쑤시개를 씹고 있다. 지난 2월 브랜든 태치를 4라운드 리어 네이키드 초크로 꺾은 뒤, 입안에 숨기고 있던 이쑤시개를 빼쭉 내밀었다. 김대환 해설위원은 "저 놈의 이쑤시개는 또 물고 있었나 보네요"라고 놀란 듯 말했다.

2012년 12월 네이트 디아즈 전에도, 2014년 8월 하파엘 도스 안요스 전에도 그랬다. 어떻게 입안에 숨기고 들어가는지 미스터리할 뿐이다.

헨더슨은 "입안의 이쑤시개는 200파운드 파이터의 펀치와 킥만큼 위험하다"고 말한다. 자신도 그 위험성을 알고 있다. "미신은 믿지 않는다. 이쑤시개를 물고 챔피언에 올랐고 이쑤시개 없이 타이틀을 방어했다"면서 징크스는 아니라고 하는데, 중독성이 너무 강한지 끊기가 힘들다고 고백한다.

스스로 "나쁜 버릇"이라고 인정한다. 물론 술, 담배보다는 건강에 해롭지 않을 것이다. 경기나 연습 때만 물지 않는다면.

올해 그는 새로운 기행(?)을 저지르고 있다. '5분 대기조'를 자청했다.

지난 2월 'UFC 파이트 나이트 60'을 2주 앞두고 다친 스티븐 톰슨을 대신해 메인이벤트에서 브랜든 태치와 싸웠다. 생애 첫 웰터급 경기에서 자신보다 13cm나 큰 188cm의 태치에게 이긴 헨더슨은 이후 누가 다쳤다는 소식만 들으면 "내가 들어갈게"라고 트위터에 썼다.

에릭 실바 상대 벤 사운더스가 다치자 "내가 들어갈게", 파비오 말도나도 상대 퀸튼 잭슨이 법적인 문제로 출전이 힘들어질 때도 "내가 들어갈게"라고 했다. 앤서니 페티스, 마이클 맥도널드, 호르헤 마스비달에게도 싸워 보자고 추파(?)를 던졌다. 어디까지가 진담이고, 어디까지가 농담인지 모를 정도로 그의 자원은 계속됐다.

조금 과하기도 했다. 오는 28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대회' 출전을 한 달 앞두고도 "내가 들어갈게"를 외쳐 국내 팬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지난달 25일 UFC 아일랜드 대회 메인이벤터 조셉 더피가 뇌진탕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되자 그가 또 손을 들었다. UFC 미들급 카달 펜드레드가 트위터에 "헨더슨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이쑤시개를 물고 전화를 받을 것"이라고 쓰자, 헨더슨은 "UFC 아일랜드 대회에 누군가 필요하다면 내가 여기 있다. 170파운드(웰터급)가 좋지만 155파운드(라이트급)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서울 대회에 전념해 주길 바라는 국내 팬들 입장에선 아쉬울 법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헨더슨은 새롭고 '희한한' 캐릭터 하나를 얻었다. 이 '5분 대기조' 캐릭터 덕분에 라이트급 챔피언이었을 때보다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헨더슨은 타고난 연습벌레다. 훈련 양이 많기로 유명하다. 2013년에 미국 스포츠 뉴스사이트 블리처리포트가 선정한 가장 운동선수다운 열정적인 파이터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루라도 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 된다. UFC 서울 대회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9월 한국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그는 서울 내방역 부근 '김종만 짐'에서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와 팬 미팅을 가졌다. 행사가 마무리되고 모두가 돌아갈 준비를 할 때, 헨더슨이 갑자기 김종만 관장에게 다가와 "스파링 한 번 잡아 줄 수 있냐?"고 물었다.

헨더슨과 동행해야 하는 UFC 아시아 지사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호텔에 들어가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는데, 헨더슨이 일정에 없던 훈련 시간을 잡은 것이니까.

헨더슨은 김종만 관장을 비롯해 5명의 선수들과 번갈아 가며 한 시간 반 동안이나 쉬지 않고 그래플링 스파링을 했다. 물론 이쑤시개를 문 채였다. 그는 훈련을 마친 뒤 "그저 땀을 흘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많은 선수들은 경기 전 KO나 서브미션을 노리겠다는 각오를 나타낸다. 십중팔구 "화끈한 경기를 펼치겠다"고 예고한다. 그런데 헨더슨은 다르다. 그는 대놓고 "장기전으로 끌고 가겠다"고 말한다.

헨더슨은 서울에서 만나는 티아고 알베스를 상대로도 4라운드 이후 승부를 노린다. 자신의 비교 우위가 체력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번이 웰터급 두 번째 경기인 헨더슨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알베스의 초반 화력이 강력하다. 이것을 조심하면서 그의 체력을 갉아먹겠다. 4라운드 이후에 승부를 보겠다. 판정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에서 웰터급 전향을 타진하는 헨더슨과 반대로, 알베스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라이트급으로 내려간다. 지난 5월 카를로스 콘딧과 타격전에서 완전히 밀려 TKO로 진 뒤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알베스는 존 피치, 맷 휴즈, 조시 코스첵 등 당대 최강의 파이터와 경쟁해 온 웰터급 강자다. 2009년 7월엔 'UFC 100'에서 당시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에게 도전한 적도 있다. 지금이야 웰터급에서 경쟁력을 잃고 아래 체급으로 내려가려고 하지만 처음부터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건 헨더슨에게 위험 부담이 크다.

헨더슨은 25분 경기의 전문가다. WEC 시절부터 5라운드 판정까지 가는 승부를 일곱 번 치렀는데, 여섯 번이나 이겼다. 단 한 번의 패는 천적 앤서니 페티스에게 2010년 WEC 마지막 대회에서 당한 것이다.

UFC 서울 대회의 메인이벤트는 헨더슨이 알베스의 1, 2라운드 강공을 어떻게 무력화하면서 그의 체력을 떨어뜨리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매 라운드 채점을 해 보면서 헨더슨이 후반 흐름을 어떻게 가지고 오는지 보는 것도 '5라운드 판정 스페셜리스트'의 경기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어머니는 약물 중독에 빠진 아버지와 1992년 이혼하고 홀로 헨더슨과 그의 형을 뒷바라지해 왔다. 그래서인지 헨더슨은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그는 왼쪽 팔에 '핸더슨', 오른쪽 어깨에 '전사', 오른쪽 옆구리에 '힘'과 '명예'라는 한글 문신을 새겨 넣었다.

지난 8월 낳은 첫 아들의 이름은 '경 아벨 헨더슨(Kyung Abel Henderson)'이다. 여기에도 뿌리 의식이 엿보인다. 헨더슨은 "경(敬)은 존경과 공경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아들의 이름에 '경'을 넣었다"고 밝혔다.

헨더슨은 한국인 어머니들의 위대함을 알고 있다. "그들은 위대하다. 훌륭한 일을 해 주신다. 앞으로도 그 역할을 계속하실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번 대회에 많은 한국인 파이터들이 출전한다. 그들은 특별한 열정과 의지를 갖고 싸운다. 한국 어머니들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공통어 "공부해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웃기도 했다.

헨더슨은 희한하다.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기르고 이쑤시개를 씹으며 경기한다. 틈만 나면 "내가 들어갈게"라며 손을 든다. 하루라도 땀을 흘리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 그래서 이쑤시개를 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판정까지 가겠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그리고 어머니 나라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자신의 색깔을 지킨다. 팬 미팅에서 누군가 물었다. "머리는 언제 자를 건가요?" 그러자 헨더슨은 "은퇴하면 머리를 빡빡 밀겠습니다"라고 답해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난 그가 나중에도 머리를 기른 채 이쑤시개를 물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벤 헨더슨 스타일, 좀처럼 바뀔 수 없는 그만의 색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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