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미얀마전, 즐거움 '다섯' 아쉬움 '하나'

조회수 2015. 11. 13.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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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국내에서 벌어진 마지막 A매치는 4-0 대승으로 끝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미얀마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5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전반에 2골, 후반에 2골을 넣었다. 한국은 5전 전승으로 G조 1위를 지켰다. 2위 쿠웨이트와의 승점 차이는 5점. 다음 라운드로 가는 길에 장애물이 없다.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를 100% 지배하지 못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지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반전에는 경기를 잘 풀었는데 후반 시작부터 약 30분 정도 미얀마를 상대로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4-0이라는 결과물보다 경기내용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없다. 미얀마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6개의 키워드를 정리했다. 5개는 긍정적인 부분을, 나머지 1개는 아쉬움을 담았다.

#승리

월드컵으로 가는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승점이다. 친선전이라면 경기 내용이 결과보다 중요할 수도 있지만, 월드컵 예선전은 다르다. '미얀마 정도야'라고 얕보는 이들이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이 월드컵 도전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모두 약팀에게 고전했었다. 이번 예선전을 살펴봐도 아시아의 전통적인 강호들이 비교적 약체에 넘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는 요르단에 패해 조2위를 차지하고 있고, 이란은 오만, 투르크메니스탄과 비겼다. 일본이 싱가포르에 비기며 망신을 당한 일도 있다.

"후반전 선수들이 전술적인 부분에서 실수를 하면서 어려운 과정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인정하면서도 승리 자체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은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면서 미얀마가 기세를 올릴 가능성을 차단했다. 지금까지의 경기를 봤을 때 상대적으로 주전에 가까운 손흥민, 이청용, 석현준을 벤치에 두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 미얀마가 대인방어에 가까운 수비전술과 밀집수비를 펼쳤음에도 얻은 결과다. 한국은 미얀마라는 변수를 확실하게 제어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약팀을 상대하는 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 토트넘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대표팀에서도 (약팀을 상대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을 하고 있다" (손흥민)

#롱패스

밀집수비를 깨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것은 짧은 패스로 중앙을 돌파한 뒤 측면에서 적극적인 크로스를 하는 방법이다. 미얀마의 중앙 수비진 4명의 평균신장은 171츠에 불과했기에 한국이 이런 방법을 택할 거라고 예상했던 이들이 많았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한국 선수들은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풀기 시작했다.

한국이 들고나온 것은 크로스가 아닌 롱패스였다. 중장거리 패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기성용이 경기를 지휘했다. 기성용은 주로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드는 이재성을 향해 긴 패스를 연결했다. 기성용의 패스를 막기 위해 왼쪽에 몰려 있던 미얀마의 수비들은 갑자기 반대로 빠르게 넘어오는 패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전반 17분, 이재성이 골을 터뜨렸다. 롱패스에 의한 득점이었다. 기성용이 왼쪽 측면에서 침투하는 이재성에게 길게 패스를 넣어줬고, 이재성은 이를 수비수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잡아두고 바로 왼발로 슈팅을 날렸다. 중앙에는 많은 수비수들이 있었지만 이재성의 슈팅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국은 간단하게 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기성용이 경기장 구석구석으로 보낸 롱패스는 미얀마를 괴롭혔다.

지난 인터뷰에서 기성용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롱패스를 선호하는 미드필더다. 요즘은 잔패스를 우대하는 축구가 워낙 유행이지만, 개인적으론 롱패스로 상대 수비를 단번에 벗겨내는 장면에 쾌감을 느낀다."

#높이 활용

숫자는 무시할 수 없다. 180cm가 넘는 한국 선수들은 평균 171cm의 미얀마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구자철과 장현수가 헤딩으로 2골을 만들어낸 게 전부는 아니다. 한국은 크로스 상황과 코너킥, 프리킥 상황에서 신장의 우위를 이용해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전반 7분 첫 세트피스부터 후반 37분 프리킥에 이은 장현수의 헤딩골까지. 높이로 미얀마를 괴롭혔다.

미얀마는 정지상황에서 한국이 공을 찰 때마다 고전했다. 모든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와 키가 큰 한국 선수들을 샌드위치로 막았다. 이들의 수비는 나름 효과적이었지만, 이에 따른 체력적인 소모까지 감당할 수는 없었다. 미얀마가 후반 막판에 발이 무뎌진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계속된 공중전 시도다.

물론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 22번의 세트피스 가운데 단 1개만 성공했다. 성공률이 5%를 밑돈다. 머리에 맞추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확도에서 문제를 보였다. 더 높은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성공률을 적어도 10%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기성용 & 이재성

기성용은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을 완숙 단계로 끌어올렸다. 미얀마의 밀집수비를 깨는 방법을 지시하는 이는 슈틸리케 감독이고, 이를 현실로 만든 이는 기성용이다. 기성용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경기를 이끌었다. 경기를 푸는 방식은 다양했다. 전반 17분 이재성의 골을 만들 때는 롱패스를 이용했고, 직접 돌파를 하기도 했다. 전반 37분에는 먼 거리에서 직접 슈팅을 날려 미얀마를 흔들었다. 기성용이 공을 잡는 횟수가 너무 많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기성용은 주장 완장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재성은 경기를 앞두고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한 살 아래인 권창훈의 올림픽대표팀 합류를 두고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재성은 전북현대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우승으로 이끌고도 '권창훈의 대체자'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이재성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펼쳤다. 골을 터뜨린 데 그친 게 아니다.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미얀마의 수비를 헤집었다. 공을 잡으면 웬만하면 빼앗기지 않았고, 동료를 이용한 공간 활용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전반전을 지배한 가장 확실한 공격방식은 기성용 '송신' 이재성 '수신'이었다.

#교체카드

전반을 지배한 한국은 후반 들어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미얀마가 생각보다 견고하고 조직적인 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골을 내준 것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쳤고, 한국은 이에 적당한 길을 찾지 못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교체카드로 경기를 풀려 했다. 후반 18분 손흥민을 넣었고, 후반 22분에는 남태희를 넣었다. 빠른 발과 기술을 갖춘 두 선수는 경기 분위기를 뒤집었다.

손흥민은 후반 37분 장현수의 골을 도왔다. 정확한 프리킥으로 37분간의 지루한 공방을 끝냈다. 손흥민과 남태희는 후반 40분 골을 합작한다. 남태희가 개인기로 수비를 제친 뒤 내준 공을 손흥민이 수비 짧은 패스로 다시 내줬고, 남태희는 이를 바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터뜨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수를 보냈다. "특히 네 번째 골 같은 경우에는 교과서다운 득점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만족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절한 카드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을 보여줬다. 다르게 말하면, 한국은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풀백의 공격가담

이날 경기의 유일한 아쉬움은 양쪽 측면 풀백의 공격가담 능력이다. 장현수와 김진수는 무리 없는 경기를 했으나,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다. 밀집수비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측면 풀백들이 적절하게 공격가담을 해줘야 한다. 두 선수는 수비적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에서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크로스의 개수와 질이다. 두 선수는 후반전에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는데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리지 못했다. 전문 풀백이 아닌 장현수는 크로스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노출했고, 김진수는 이날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풀백은 현대축구에서 가장 전술적인 포지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측면에서 더 좋은 경기력이 나와야 한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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