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도전자와 레전드, 두 명의 PARK

조회수 2015. 11. 13.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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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두 가지 좋은 소식이 있었다.

먼저 지난 주말 1,285만 달러의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아내며 메이저리그 진출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박병호의 소식이 전해졌다. 1,285만 달러를 써낸 구단이 당최 어느 구단이냐는 갑론을박이 주말 내내 이어졌고 피츠버그나 세인트루이스가 물망에 올랐지만, 미네소타 트윈스가 그 주인공으로 밝혀지면서 또 한 번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뒤이어 오랜만에,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의 이야기가 들렸다. 14일 밤 11시 50분에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이 총 출동하는 '베컴7 유니세프 친선경기'에 박지성이 출전한다는 소식이다. 베컴의 유니세프 홍보대사 10주년 기념으로 펼쳐지는 이번 이벤트는, 출전 선수의 명단만 봐도 얼마나 대단한 경기인지 알 수 있다.

*출전 선수 명단

영국 올스타 : 데이비드 시먼, 데이비드 제임스, 솔 캠벨, 존 테리, 필 네빌, 리오 퍼디난드, 제이미 캐러거, 애슐리 콜, 니키 버트,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마이클 오언, 앤디 콜 / 알렉스 퍼거슨 감독

세계 올스타 : 에드윈 판 데 사르, 카푸, 파비오 칸나바로, 알레산드로 네스타, 박지성, 루이스 피구, 호나우지뉴, 지네딘 지단, 패트릭 비에이라, 미하엘 발락, 마시모 암브로시니, 로베르 피레, 드와이트요크,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올레 군나르 솔샤르, 랜던 도노번 /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

<박지성 은퇴 직후, 홍대 길거리에 붙어있던 은퇴 기념 포스터. MBC스포츠플러스의 각종 그래픽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종혁 디자이너가 방송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팬의 입장에서 만들어 무료배포한 포스터다>

종목이 다른 두 'PARK'의 소식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박병호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반면, 박지성은 긴 도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병호가 이제 큰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 박지성은 어느덧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 은퇴 후에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작과 마무리라는 대척점에서, 그럼에도 닮은 점이 많은 두 선수다. 두 선수 모두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익히 알려졌듯, 박지성은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기 전까지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무명의 선수였고, 박병호 역시 첫 소속팀에서는 2군을 전전하는 후보 선수였다.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각자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점도, 인성에서도 흠 잡을 부분이 없는 점도 많이 닮았다. (굳이 끼워 맞추자면 두 선수 모두 아나운서 출신의 아내가...)

물론 박지성의 엄청난 커리어에 비하면 박병호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 박지성이 한국 축구의 찬란한 추억이라면 박병호는 한국 야구의 빛나는 지금이다. 그렇게 각자의 종목에서 과거와 현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두 'PARK'의 소식이 무척 반갑다.

MBC스포츠플러스에게도 무척 다이내믹한 주간이었다. 무엇보다, 야구팬들과 마찬가지로 박병호의 행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어느 팀에 가느냐는 내년 메이저리그 중계 전략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내심, 피츠버그에 가서 강정호와 함께 국민 해적구단을 만들어주기를 바랐지만 포스팅의 승자는 미네소타였다.

박병호에게 미네소타는 기회의 땅일 수도 있다. 아직 계약이 성사되려면 더 지켜봐야 하지만 1루나 지명타자 자리에 주전으로 충분히 나설 수 있는 팀이고 경기장이 크지만 우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은 아니다.

다만 시간대가 다소 아쉬운데, MBC스포츠플러스의 이희영 메이저리그 기록원에 따르면 미네소타 트윈스는 낮 경기를 시카고 컵스 다음으로 많이 치른 팀이다. 워낙 추운 날씨 탓일 수도 있는데, 텍사스와 같은 시간대에 놓인 미네소타의 낮 경기는, 곧 우리나라의 새벽 2~3시를 의미한다. 결국, 박병호가 미네소타에서 활약하게 된다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박병호를 시작으로 이번 시즌 많은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만큼, 꽤 시끌벅적한 겨울이 될 것 같다.

<사진-미네소타 트윈스 공식 트위터>

이 와중에 박지성의 자선경기 출전은 그야말로 깜짝 소식이었다. 사실 메이저리그나 EPL 등 해외 콘텐츠는 한국 선수의 진출 여부에 따라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인데, 단발성 이벤트 경기에서까지 이런 경우가 생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경기의 중계권은 지난 10월 미리 확보를 해놓은 상태였다. 실제 중계권 구매를 주도한 '김모 선배'에 따르면, 당시 박지성이 이 대회 초청장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가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기라성 같은 레전드들이 참가하는 경기이고, 박지성의 출전 여부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겠다는 '촉'에 중계권을 미리 확보했다. 그런데 박지성의 참가가 전격 결정되면서, 이 대회가 갑자기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여러모로 기분 좋은 소식이다. 물론 지금은 중계권이 타 채널로 넘어갔지만, MBC ESPN시절부터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와 EPL, UEFA챔피언스리그 중계를 통해 그의 도전과 성공을 함께 했기에, 이제 레전드의 반열에서 자선경기에 참가하는 박지성의 모습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는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지 싶다.

그리고 또 다른 'PARK', 박병호의 새로운 도전도 그 시작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서 기쁘다.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선수로서 박지성의 발자취는 정말 대단한데, 박병호 역시 지금 시작하는 이 도전이 레전드 박지성 만큼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도전자와 레전드. 다르지만 닮은 두 명의 'PARK'이 있어 흐뭇한 요즘이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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