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김] 박병호 영입은 계산된 도박

조회수 2015. 11. 11. 0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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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같이 길게 느껴졌던 박병호 포스팅의 주인공은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결과에 놀랐는가? 절대 아니다. 의외의 결과처럼 느껴진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미 우리는 1년 전 강정호를 통해서 포스팅이라는 과정이 얼마나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배웠다.

이제는 놀랍다는 표현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어울리지 않는다.

< 이렇게 환호하는 박병호의 모습을 미네소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을것인가? 사진/ OSEN >

그렇다면 왜 미네소타 트윈스는 박병호를 선택했을까?

쉽게 해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자.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를 영입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반대로 생각해봐도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토리 헌터 은퇴와 박병호"

메이저리그 구단에게 1,285만 달러는 큰돈이 아니다. 아무리 미네소타가 스몰마켓 구단이라고 하여도 충분히 써낼 수 있는 액수이다. 매우 놀랄 일은 아니다. 2015년 시즌 트윈스는 총 15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30개 구단 중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평균은 기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토리 헌터의 은퇴이다. 2015년 시즌 연봉 1,050만 달러를 받은 헌터는 홈런 22개를 기록했다. 팀 내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헌터의 은퇴는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홈런 마이너스 22개와 연봉 플러스 1,050만 달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트윈스가 제출한 박병호 포스팅비와 비슷한 액수이다.

그렇다고 토리 헌터의 은퇴 하나 때문에 트윈스가 박병호에게 손길을 내밀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조 마워의 부진"

조 마워는 미네소타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2009년 시즌 MVP를 수상했고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경력이 있는 선수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2009년 시즌 이후 조 마워는 다른 이야기이다. 지난 6시즌 동안 마워가 기록한 홈런 수는 47개 전부이다. 연간 평균 7.8개의 홈런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 조 마워는 지난 2시즌 동안 홈런 14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사진/ OSEN >

2015년 시즌 메이저리그 3번 타자들의 평균 홈런 수는 25개였고 주전 1루수들의 평균 홈런 수는 27개였다. 그리고 미네소타의 주전 1루수이자 3번 타자인 마워는 홈런 10개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2015년 시즌 마워는 메이저리그 D급 3번 타자였다.

그렇다면 다시 묻겠다. 당신이 테리 라이언 단장이라면 박병호를 영입하겠는가?

라이언 단장은 일단 박병호를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배치한다고 한다. 마워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가 구상하는 미래의 주전 1루수는 마워가 아니라 박병호이다.

"하위 팀들의 반란에 자극받은 트윈스?"

2010년 중부 지구 우승 이후 트윈스에겐 암흑기가 찾아왔다. 2011년 시즌부터 2014년 시즌까지 총 4시즌 연속 90패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고 론 가든하이어 전 감독은 13년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폴 몰리터 신임 감독 체재로 새롭게 맞은 2015년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는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5년 만에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아직 미네소타의 리빌딩이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희망이 보이는듯하다.

< 테리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를 일단 지명타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진 OSEN >

하지만 갈 길은 멀고 험난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캔자스시티 로열스를 넘어야 하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항상 상대하기 껄끄럽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5년 시즌 가을야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뉴욕 메츠,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이번 가을 야구를 뜨겁게 달궜다. 같은 스몰 마켓 팀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월드시리즈 우승과 하위 팀들의 선전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이 지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5년 만에 승률 5할을 달성하면서 희망을 본 미네소타 트윈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던진 첫 주사위는 바로 박병호였다.

"모든 도박이 나쁜 것은 아니다?"

미네소타 트윈스에게 박병호 영입은 말 그대로 도박이다. 강정호처럼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박병호는 강정호와는 다르게 장타율이 요구되는 포지션이고 금전적으로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보장받게 된다. 하지만 미네소타에겐 박병호는 피할 수 없는 도박이다.

요에네스 세스페데스와 저스틴 업튼 같이 장타력 있는 우타자를 FA 시장에서 영입하려면 1억 달러 이상은 개런티 해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겠다.

1억 달러를 주고 저스틴 업튼이나 요에네스 세스페데스를 영입하겠는가 아니면 약 3,000만 달러를 내주고 박병호에게 기회를 주겠는가?

테리 라이언 단장과 미네소타 트윈스는 후자를 선택했다.

danielkimww@gmail.com

@danielki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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