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전인지 사태'를 바라보며

김세영 기자 2015. 11. 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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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지가 지난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일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하던 모습. 사진=박태성 기자

'불참-참가-불참'. 요 며칠 전인지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챔피언십 참가 여부가 골프계 이슈가 됐다. 결국 전인지가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출전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전인지는 4일 부산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린 프로암을 마친 직후 경기위원회에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왼쪽 어깨 통증 탓이다.

그는 이미 지난주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일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병원에서 극상견 염증과 견관절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2~3주 절대적인 안정과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전인지는 루키이던 2년 전 쇄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김효주와 신인왕을 놓고 경쟁 중이었지만 그는 막판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인지가 올해 국내에서 5승을 거둔 것은 물론 미국과 일본의 내셔널 타이틀도 제패하며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자 골프계는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전인지는 당초 이번 대회에 불참하려고 했으나 스타 선수가 빠지는 상황에 대해 타이틀 스폰서와 협회가 난색을 표했다. 전인지는 지난달 25일 이미 참가 철회 신청을 냈지만 협회는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 전인지 지난 주 대회 1라운드 때도 이미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진=박태성 기자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전인지는 불참 의사를 철회했다. 전인지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일단은 대회장에 가서 몸 상태를 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했으나 출전하는 것으로 뜻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단 불참 의사를 철회한 건 맞다.

전인지는 이날 프로암에서도 동반자들의 양해 아래 클럽을 잡지 않았고, 레슨과 대화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 스윙도 하지 않았다. 타이틀 스폰서인 ADT캡스와 협회도 흔쾌하게 출전 포기를 수용했으며 전인지가 보인 성의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회 참가 여부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전인지의 의지와 상관없이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의혹이 든다. 전인지는 이미 지난 주 어깨 통증을 호소해 기권했고, 의사도 절대적인 안정을 권고했다. 협회, 스폰서, 매니지먼트사도 그의 몸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타이틀 스폰서에게는 본 대회보다는 프로암이 가장 중요한 행사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 골프 대회를 여는 것도 프로암을 치르기 위해서다. 스폰서 관계자들은 프로암이 끝나면 자신들의 일은 90% 끝났다고 말한다. 스타 선수들은 스폰서의 가장 중요한 손님들과 파트너가 돼 라운드를 한다.

이미 조가 짜인 상황에서 스폰서 관계자들은 전인지가 빠지는 상황을 상상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의 대회 개최 성공 여부 잣대는 대회 흥행이 아닌 프로암 참석자들의 만족도였기 때문이다. 프로암 직후 전인지가 출전 포기 의사를 밝히자 스폰서와 협회가 '흔쾌하게' 받아들이고, 성의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도 의혹의 시선을 뒷받침한다.

▲ 김효주가 지난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기권할 당시 기운이 없는 모습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박태성 기자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행히(?) 어깨 통증으로 스윙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단순히 체력 고갈을 이유로 들었다면 스폰서나 협회가 더욱 강력히 출전을 요구했을 것이고, 실제 그렇게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인지는 지난 7월에도 탈진한 적이 있다. US여자오픈 직후 돌아와 하루도 쉬지 못한 채 BMW챔피언십에 출전했다 4라운드를 앞두고서였다. 김효주도 지난 4월 스폰서 대회에 나왔다가 4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체력이 고갈된 그는 기권 의사를 밝힌 뒤 카트 도로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인지와 김효주 이전의 최고의 선수는 단연 신지애였다. 그는 2007년 18개 대회에 나가 무려 9승을 챙겼다. 우승 확률이 50%나 됐다. 지금도 KLPGA 투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이다. 신지애는 2008년에도 7승을 거뒀다. 미국에서도 비회원 신분으로 3승을 챙겼고, 일본 무대도 점령했다.

'강철 체력'을 과시하며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던 신지애도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내리막을 걸었다. 잔부상도 달고 살았다. 결국 지난해 일본 무대에만 전념하겠다며 스스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카드를 반납했다.

선수에게 체력 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에도 그만큼 많이 노출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발목을 잡은 것도 잦은 부상이다.

제발 선수들에게 쉴 틈을 좀 주자. 국내 선수들이 롱런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혹사 탓이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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