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벨기에전 키워드, 실책-공세전환-불안

조회수 2015. 10. 29. 13: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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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16강에서 졌지만, 멋진 과정을 보여준 한국 U-17 대표팀에 박수를 보낸다. 지금 살짝 넘어졌지만, 이들이 성장하는 데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을 패배였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아침 칠레 라 세라나에서 벌어진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2로 패했다. 전반 11분 요른 반캄프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22분에는 마티아스 베레트에 추가골을 내주며 졌다. 한국은 후반 26분에 상대 수비수 로랑 르무안이 퇴장당하며 페널티킥 얻었으나, 이승우가 이를 놓치며 추격에 실패했다.

토너먼트는 조별리그와 달랐다.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기니를 누르고 잉글랜드와 비기며 조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던 벨기에를 잡지 못했다. 한국은 흐름을 잡지 못하며 무너졌다. 한국이 패배로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이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감독과 선수의 실책

출발지점부터 문제가 조금 있었다. 최진철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고백했던 것처럼, 한국은 벨기에의 패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최 감독은 "벨기에가 조별리그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해 조금은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벨기에가 조별리그에서 펼친 경기를 보고 16강전을 준비했는데 벨기에가 전혀 다른 축구를 구사했다는 이야기다.

최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밥 브로웨이스 감독은 조별리그 3경기에 거의 모든 선수를 내보냈다. 수비진에 있는 주장 파에스만 거의 붙박이로 두고 공격진 선수들은 거의 모두 교체해 내보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벨기에의 가장 잘 된 경기 위주로 분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벨기에는 16강전에 전혀 다른 멤버를 냈다.

최 감독은 수비진의 위치를 바꾸면서 이 상황에 대응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선수들이 실수하며 흐름을 내줬다. 전반 11분 짧은 프리킥으로 공격으로 가려다가 이상민의 패스가 차단되면서 역습을 맞았다. 벨기에는 이를 바로 한국 진영으로 길게 연결했고, 반캄프가 수비수보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아 골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나온 골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단단히 수비를 펼치면서 상대의 틈을 노려 승리를 거뒀었다. 실수도 많이 범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지가 적은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한 작은 실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어린 선수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대의 선발라인업과 예상하지 못한 축구에 놀랐던 선수들은 이른 실점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떨궜다.

#어색했던 공세전환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예상보다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사기가 오른 벨기에를 상대로 전반에 더는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후반에는 반격을 시작했다. 최진철 감독이 공격수 오세훈을 공격이 아닌 수비에 넣으면서 측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가운데를 두텁게 하면서 측면 풀백들에 좀 더 자유를 주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격은 매끄러웠다. 그런데 공격의 뒷면을 바쳐야 할 수비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은 후반 22분 마티아스 베레트에 추가골을 내줬다. 바로 전 장면에서 많은 선수가 벨기에 문전에서 공격하다 공을 빼앗겼고, 이것이 바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 중앙에서 다시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공을 연결한 벨기에 역습에 한국이 무너졌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본적으로 수비에 더 중점을 뒀다. 상대의 공세를 차단하다 후반 25분 이후 공세로 전환하는 전략으로 강호들을 연달아 무너뜨렸다. 그래서 공격일변도에서의 경기 운영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공격하고 있을 때도 상대의 역습에 대비해야 했는데, 그 부분에서 조금 부족했다.

#불안 그리고 불안

한 골이 더 필요했지만, 한 골을 내주는 게 더 뼈아픈 후반 22분이었다. 선수들은 심리적으로도 더 쫓길 수밖에 없었다. 불안에 빠진 선수들은 더 조급해졌고 실수도 더 늘어났다. 그리고 실수는 또 다른 불안을 불렀다. 최 감독은 오세훈을 전진시키며 기적의 실마리를 만들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후반 26분, 한국은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벨기에 수비수 라무안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세훈을 잡아 넘어뜨리며 퇴장 당했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골을 넣으면 한 명이 부족한 벨기에를 20분가량 밀어붙일 수 있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멈칫하며 골키퍼를 속이는 동작을 하고 슈팅을 했으나 골을 넣지는 못했다.

이후 한국은 반격의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왼쪽 측면에서 박명수를 이용한 크로스로 벨기에를 흔들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벨기에 수비수들은 이미 한국이 크로스를 통해 안쪽을 공략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정민이 멋진 바이시클킥을 날렸으나 이마저도 골키퍼에 막히면서 한국은 추격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4경기 만에 내준 첫 실점과 두 번째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조별리그에서 무패로 질주했기에 더 아쉬운 패배였다.

#패배에서 배워야

이번 패배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최종성적도 중요하지만, 유소년 선수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내일이다. 한국은 상대였던 벨기에가 어떤 식으로 경기가 아닌 유소년 정책과 대회를 운영하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늘 울었던 선수들이 8~10년 후에는 웃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 시점에서 선수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벨기에 감독 브로웨이스는 벌써 9년째 U-17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경기 전 그가 했던 말을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내겐 유럽 대회나 월드컵이나 똑같다. 결국 성인 선수로 가기 위한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좋은 경험을 하는 대회라는 점이 중요하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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