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률의 S담쓰談]'불법 도박' 청춘의 실수, 농구로 배로 갚아라

조회수 2015. 10. 29. 0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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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이 최근 법적 조치 여부가 결정된 불법 스포츠 도박 연루된 선수들에 대해 어떤 처분을 내릴지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이미 이들이 출전 보류 중인 상황에서 출전 정지 징계를 더 부과할지, 코트 복귀를 허락할지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의정부지방검찰청 형사5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23일 "현 KBL 선수 13명 중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0명은 불기소 처분하기로 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국가대표 선수 2명은 모두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 10명에 대해서는 법적인 처벌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KBL이 출전 보류 결정을 내린 선수는 11명이다. 안재욱, 이동건(이상 원주 동부), 오세근, 전성현(이상 안양 KGC인삼공사), 김현민, 김현수(이상 부산 케이티), 김선형(서울 SK), 유병훈(창원 LG), 장재석(고양 오리온), 함준후(인천 전자랜드), 신정섭(울산 모비스) 등이다.

< '법적 처벌은 일단 면했으나...'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KBL이 무기한 출전 보류 처분을 내린 SK 김선형(왼쪽부터)-KGC 오세근-오리온 장재석.(자료사진=KBL) >

당초 KBL은 지난달 8일 경찰의 수사 발표에 따라 이들에게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내렸다. 이어 "검찰 수사 발표까지 이뤄지면 이들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KBL은 27일 재정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이들을 직접 불러 소명을 들었고, 장시간 논의했지만 징계에 대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KBL은 재정위원회를 다시 여는 등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KBL로서는 추가 징계냐, 출전 보류 철회냐를 놓고 고심하는 형국이다. 최근 KBL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이들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내렸으면 좋겠느냐"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KBL의 경기력과 인기 회복을 위해서는 간판 스타들이 적잖게 포함된 보류 선수들을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여론의 철퇴가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 '어떻게 처분을 내릴까' 지난달 10일 KBL 자정결의 대회와 부정방지 교육 때 KBL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자료사진=KBL) >

하지만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면 KBL이 두려워 할 문제가 아니다. 벌을 줄 사람에게 주고, 아닌 사람은 풀어주면 된다.

출전 보류 중인 11명 선수 중 상당수는 KBL 데뷔 전 불법 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학생 신분인 대학 시절의 얘기라는 것이다. 2012년 국민체육진흥법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관련해 개정되기 전의 일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잘못이 없다는 게 아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코트에서 땀을 흘려 정정당당한 경기로 승부를 가려야 할 당사자들이 베팅에 나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응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기 전, 아직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청춘의 한때 실수다. 아직 배우는 단계인 학생 시절이라면 반성할 기회를 주는 게 맞다.

더욱이 KBL이 대학 시절까지 소급해 징계할 권한은 없다. KBL은 엄연히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단체, 만약 이들을 징계할 것이라면 한국대학농구연맹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만약 프로 데뷔 이후 불법 행위를 했다면 KBL이 나서야 하지만 말이다.

김선형이 프로 데뷔 전 대학 시절 실수를 자진신고했으나 KBL이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못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KBL 관계자는 "사실 대학 시절의 일로 KBL이 징계를 내리기에는 규정 등의 이유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정말 깨끗하게 승부하겠습니다' 지난달 KBL 자정결의대회 때 각 팀 주장과 단장들이 팬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

하지만 프로에 입문하고 나서도 불법 도박에 손을 댔다면 처벌의 이유는 분명하다. 보호와 가르침을 받아야 할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엄연히 사회인이 된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지당하다.

11명 출전 보류 선수 중에는 국군체육부대 복무 시절 불법 베팅을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 신분이라지만 KBL에 데뷔를 한 이후다. 이에 대해서는 일벌백계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미 KBL 현역 신분으로 이런 일을 자행한 선수는 해당 구단이 퇴출했고, KBL도 영구 제명 조치를 내렸다.

대학 시절이라고 해서 온전히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죄책감을 안고 한때의 실수를 평생 만회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누구도 아닌 경기의 승부를 책임져야 할 선수 본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KBL 데뷔 후에는 깨끗하게 승부에만 집중했다고 해서 과오가 모두 사라진 게 아니다. 은퇴할 때까지 따라다닐 '불법 베팅'의 낙인을 씻겨내야 한다.

현재 KBL은 그나마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 부활 등 공격 농구로 차츰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팀의 상당한 전력을 차지하는 출전 보류 선수들의 공백이 아쉬운 상황이다. 김선형과 오세근, 장재석, 유병훈, 김현민, 함준후 등은 즉시 전력감으로 현재 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재목들이다. 리그 판도를 좌우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선수들도 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김선형, 오세근 등에 대해 "도박 액수가 적고 대학 시절 도박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들이 공익 활동에 힘쓰고 재능을 기부하겠다면서 반성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말한 것처럼 이들은 다시금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맹세를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한때 청춘의 실수를 농구로 갚아야 한다. 이들이 가진 능력과 재주가 무엇인가. 또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코트에서 속죄의 땀을 흘리며 팬들을 납득시킬 진정성이 담긴 멋진 플레이로 청산해야 한다. 단, 배로 갚아야 한다. 그래도 모자라다.

글=CBS노컷뉴스 체육팀장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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