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column] 요한 크루이프: 축구를 바꾼 사나이 ①

2015. 10. 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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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요한 크루이프. 세상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혁명가일지도 모른다. 70년대 선수로서 축구를 바꾼 팀에서 뛰었고, 90년대 감독으로서 축구를 바꿨다.

지난주 크루이프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정밀 검사 중이라고 한다. 많은 축구 팬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스타와 만나는 기쁨만큼 오랜 스타와 이별하는 슬픔이 크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월드 No.1 풋볼매거진 <포포투>가 FC 바르셀로나 감독으로서의 크루이프를 뒤돌아본다.

(편집자 주 - 분량이 길어 세 편으로 나눠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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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크루이프가 성화(聖?)을 그렸다. 다음 지도자들은 복원도 개선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1988년 4월 28일 오후 7시, 카레르 델 베르고스(역자 주- 바르셀로나 북부의 작은 거리)의 에스페리아 호텔이 떠들썩했다. 누캄프(바르셀로나 홈구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바르셀로나 선수 21명과 감독 루이스 아라고네스가 회의실에 있었다. 안락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들 대화는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어깨가 떡 벌어진 주장 호세 라몬 알렉산코가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조셉 루이스 누네스 회장은 우리를 기만했다. 프로 선수로서 굴욕감을 안겼다. 결론적으로, 우리 팀 선수들은 그대로 남되, 회장의 즉각 사임을 바란다."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예상치 못했던 발언이었다. 미드필더 빅토르 무뇨스가 덧붙였다. "누네스회장은 우리 클럽 고유의 색깔을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 그는 본인만 사랑한다."

바르셀로나는 내전 중이었다. 돈이 가장 큰 이유다. 스페인 재무부는 바르셀로나에서 치러진 모든 계약을 수사 중이었다. 선수들의 계약과 초상권 관리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선수들이 세무 당국에 손실을 메웠다는 공식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이에 선수들이 누네스 회장에게 강력하게 반발했다.

바르셀로나는 1941-42시즌 이래로 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에스페리아의 반란'이라 불리는 이 날이 가장 밑바닥이었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우울증으로 시달리다 시즌 후 팀을 떠났다. 바르셀로나는 1986년 UEFA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결승전에 오르는 위력을 보여주던 팀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웃음거리가 됐다. 누네스 회장은 상황을 되돌려야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6월 회장 선거에 그의 재선을 보장해야 했다.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엿새 뒤인 1998년 5월 4일, 요한 크루이프가 바르셀로나 감독직에 올랐다. 쿠레(Los Cule; 바르셀로나 애칭)는 14년 동안 라 리가에서 우승을 딱 한 번 했다. 그러나 크루이프가 이끈 8년 동안 트로피를 열한 번 들어 올렸다. 그의 성과는 대단했다.

크루이프는 '토털 풋볼(Total football)' 시대에 뛰었던 최고의 선수다. 1970년 후반에 경기장 전체를 누비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0년 후, 벤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바르셀로나 팬은 여전히 크루이프의 드림팀이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고라고 믿는다. 그는 누캄프 벤치에서 바르셀로나와 함께 환상적인 축구를 보였다. 다소 고집이 셌지만 이기겠다는 의지 하나로 바르셀로나를 최고로 만들었다.

<포포투>는 이런 그의 열정이 어떻게 오늘날의 바르셀로나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라마시아(La Masia)를 아는가?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이를 만든 사람이 바로 크루이프다.

# "23세 어린 아이, 나의 문이 하늘을 향해 열렸다."

크루이프는 즉시 바르셀로나를 손보기 시작했다. 기존 선수 열다섯 명을 떠나 보냈다. 1군 선수도 포함됐다. 반역의 중심에 있던 빅토르 무뇨스, 라몬 칼데레 그리고 베른트 슈스터도 예외는 아니었다. 슈스터는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로 이적했다. 신입생 12명이 들어왔다. 윙어 치키 베리히스타인, 공격형 미드필더 호세 마리 바케로, 최전방 공격수 훌리오 살리나스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에우제비우가 중심이었다. 훗날 드림팀의 주역이다.

에우제비오가 당시를 회상했다. "세계적인 선수가 나에게 기회를 줬다. 정말 자랑스럽다. 나는 고작 23살짜리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하늘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그는 어리고 배고픈 선수들을 구원했다. 선수들은 팀의 과거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크루이프는 반역의 '두목' 노릇을 했던 알렉산코를 스쿼드에 포함했다. 누네스 회장이 분통을 터뜨렸다. 프리시즌에 선수단의 베일이 벗겨졌을 때 누캄프는 야유로 가득 찼다. 크루이프가 다소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알렉산코는 주장으로서 임무를 다했을 뿐이다. 그는 단지 대변인이었다. 선수들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뿐이다. 메신저는 종종 비난의 화살을 도맡아 받는다. 그는 진정한 리더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선수들을 단결시킬 능력이 있다."

크루이프가 이어 말했다. "회장에겐 끔찍하겠지만 여기서는 내가 대장이다. 누네스는 더는 팀에 관여할 수 없다. 호텔 경영도 마찬가지다. 만약 나와 대화하길 원한다면 내가 당신의 사무실로 가겠다. 우리 라커룸까지 올 필요 없다." '정략결혼'은 축구계에서도 가능했다.

# "나는 1-0보다 5-4 승리가 좋다"

그는 팀을 더 세련되게 꾸몄다. 1988년 7월 초에 새로운 1군을 소집했다. 그들에게 크루이프는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였다. 에우제비우가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칠판에 수비수 세 명, 미드필더 네 명, 윙어 두 명 그리고 최전방 공격수를 한 명 그렸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게 대체 뭐지?' 4-4-2나 3-5-2가 성행하던 시대였다. 우린 눈앞에 펼쳐진 전술을 믿을 수 없었다. 공격수는 왜 이렇게 많으며, 수비수는 왜 이렇게 적은지 의아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시작했다. 혁명의 시작이었다."

이렇게 3-4-3 전술이 탄생했다. 크루이프가 1970년대 아약스와 네덜란드에서 리누스 미첼에게 배운 전술이었다.

"스트라이커 두 명을 수비수 네 명이 막으면 어떻게 될까? 중원에서 여섯 명으로 상대 팀 선수 여덟 명을 상대해야 한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수비 라인을 더 올려야 했다." 후에 크루이프가 설명했다.

"나는 수비에 세 명을 배치했다고 비난받았다. 내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바보 같은 비난이다. 우리는 중원을 장악할 선수가 더 필요했다. 나는 1-0보다 5-4로 승리하길 원한다." 수비 지향적인 축구는 크루이프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따금 골키퍼 안도니 수비사레타가 감독에게 세트피스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물었다. "내가 뭘 해야 하죠?" 크루이프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네가 결정해. 코너킥을 막는 방법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선수들은 크루이프의 전술에 점차 적응했다. 라인이 전진하자 움직임이 더 자유로워졌다. 에우제비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3-4-3을 사랑한다. 오히려 다른 전술에 적응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는 크루이프 아래서 250경기 이상 출전했다.

"내 기술과 이상향 그리고 공을 빠르게 운반하는 능력이 크루이프의 바르셀로나와 딱 맞았다. 단지 패스로 경기를 유지하는 전술이 아니다. 나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늘 선발로 출전했다. 선택권도 있었다. 크루이프가 미드필더 간의 간격을 좁히길 원하면 그의 바람대로 했다."

바르셀로나 전술의 핵심은 점유율이다. 점유율 우위가 트레이드마크다. 크루이프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본 개념이다. 공을 가지면 움직임은 더 자유로워진다. 상대가 갖지 못한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들은 득점 기회를 잃는다. 공을 가진 사람만이 공을 어디로 보낼지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능하다면, 상대의 압박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다. 공은 네가 원하는 곳으로 향한다."

에디터=홍재민, 글=Andrew Murray, 번역=정재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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