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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마카오 정킷방이 KS 1차전에 끼친 영향

조회수 2015. 10. 27. 09: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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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6일) 승부는 그랬다. 초반 5-0이 되자 싱겁기 짝이 없었다. 맘 먹고 찾아간 맛집이 '니맛 내맛' 없을 때 느낌이었다. '이걸 먹으려고 KTX까지 탔나' 하는 후회가 들 때 말이다.

하지만 홈 팀이 따라붙어 6-4가 되자, 비로소 쫄깃함이 살아났다. 문제는 그 식감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정팀이 6회초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김현수가 총알 같은 타구를 중견수에게 배달했다.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8-4. 승부는 기울었다. 대구 구장은 급격히 싸늘해졌다. 게다가 돌아선 6회말. 유희관은 홈 팀의 공격을 무탈하게 막아냈다. 특히 김상수의 몸쪽에 깊숙한 직구를 꽂아 넣으며 세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환호성을 지르며 이닝을 마쳤다. 흐름상 그 대목은 1차전의 향방이 갈린 큰 고비였다. 아니, 보통이라면 그렇게 됐어야 한다. 점수 차이를 봐도, 덕아웃의 분위기를 봐도, 양쪽 불펜의 역량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승부는 또한번의 큰 격랑을 맞는다. 그리고 치열한 공방은 아주 어이 없는 실책 하나로 끝이 났다. 도대체 그 치명적인 실수는 왜 일어났을까? 그 결정적인 인과관계는 무엇일까?

플레이오프까지 대단했던 초보 감독

이번 가을, 김태형 감독은 탁월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거듭 확인됐다.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다이노스와는 1승 2패로 막판에 몰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김 감독은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늘 그의 선택은 정면돌파였다.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강수를 연달아 성공시켰다. 그의 승부사적인 기질은 과감한 공격 작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고비마다 적극적이었다. 타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리더십이 돋보였다. 몇차례 이런 드라이브가 성공하면서 벤치의 분위기는 한껏 치솟았다. 그건 활기와 자신감으로 경기력에 반영됐다. 그들이 전에 없는 막강한 화력을 뿜어낸 이유다.

무엇보다 <..구라다>가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은 PO 4차전이었다. 니퍼트를 7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이현승으로 교체하던 대목 말이다. 당시 그의 투구수는 86개에 불과했다. 비록 사흘 쉬고 나왔지만, 완벽하던 선발을 내린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더구나 스코어도 애매하고, 막판에 몰린 시점이었는데.. 그걸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오! 저 사람, 쎄다.' 1년차 감독같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도 아직인데, 벌써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하는듯한 과감한 구상도 엿보였다.

하여튼. 그가 올 가을 9게임에서 보여준 게임 운영은 막힘이 없었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이었다. 투수교체도 망설임이 없었다. 늘 신속하고, 단호했다. 그리고 대부분 적절했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뭔가 엇박자를 탔다. 매끄럽지 못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처럼 줄줄이 하나씩 밀려 채워졌다.

7회 엇박자 교체가 잘못된 이유

문제의 7회. 그는 4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유희관-함덕주-노경은-이현승으로 이어지는 라인이었다. 미지수였던 함덕주의 투입은 책잡을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의 말처럼 그는 두산의 미래다. 실패하면서 성장할 것이다.

다만 타이밍이 문제였다. 배영섭에게 사구를 허용한 시점은 이미 위험 신호가 켜졌다. 무사 1,2루에서 나바로와 승부를 맡긴 건 넌센스다. 이미 자신감을 잃었고,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어려운 상태였다. 결국 볼카운트 싸움에서 졌다. 그게 결정적인 한방으로 연결됐다. 당시 불펜에 노경은과 오현택도 있었다. 짧게 끊어가는 게 당연했다.v 그나마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최악은 노경은에서 이현승으로 넘어가는 과정이었다. 2사 1루에서 채태인에게 2구째를 던진 다음이었다. 그 공이 이상했나? 그럴 리 없다. 노경은의 스플리터에 타이밍을 뺏겨 헛스윙이 나온 다음이었다. 김 감독은 갑자기 타임을 부르더니 투수교체를 지시했다. 전혀 의외였다. 마운드의 노경은도, 타석의 채태인도 놀랐다. 무엇보다 이현승 본인도 뜻밖인 것 같았다. 당시 중계화면에 클로즈업 된 얼굴을 보면 그런 표정이 읽힌다.

물론 현장의 감(感)이라는 게 있다. 논리나 이론, 통계나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마도 그 때 김 감독에게 그런 감이 왔을 지 모른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거기서 파급된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그의 팀은 이미 쫓기는 처지였다. 일단은 진정시키고, 상대의 흐름을 끊어가는 게 적당했다. 하지만 그 돌연한 교체는 이미 있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만약 바꾼다면 채태인의 초구부터 실행했어야 했다. 공 2개를 던진 뒤 갑자기 타임을 걸었다는 건 그만큼 이 상황이 위급하고 절박하다는 인식을 모두에게 재확인시키는 모양이 됐다.

손에 쥔 패가 너무 좋으면

그 관점에서 상황을 해석해 보자. 이현승은 올라오자마자 채태인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폭투도 범했다. 이윽도 투수 땅볼 때 결정적인 실책도 나왔다. 1루수 오재일의 포구 미스였다. 그러나 이현승의 송구도 잘못됐다. 주자 쪽으로 쏠렸다. 물론 오재일이 잡을 수도 있었지만, 결코 편하게 배달된 것은 아니었다.

이현승도, 오재일도 평소 수비 능력은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들이 이런 어이 없는 에러를 범한 이유는 딱 하나다. 불안감이다. 장시간 계속된 7회말 수비와, 끓어오르는 관중석의 분위기와, 팽배해진 초조함이 그들의 집중력을 망가뜨렸다. 공식 기록원은 1루수의 실책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 원인 중 일부는 벤치 책임도 있다.

마카오의 한 정킷방에서 시작된 파문은 이번 시리즈를 강력하게 타격했다. 그로 인해 디펜딩 챔피언은 전력의 20~30% 가량을 잃었다. 상대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게다가 초반에 5-0, 8-4로 제법 큰 점수 차이도 얻었다.

그러나 손에 쥔 패가 너무 좋으면 꼭 탈이 생긴다. 김 감독은 거기서 흐려졌다. 평소답지 않게 결단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작은 균열이 생겼다. 틈은 점차 커졌다. 뜻밖의 상황에 갈팡질팡하고, 허둥거렸다. 그러자 위기는 실제보다 훨씬 큰 초조함으로 체감됐다. 그건 곧바로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끼쳤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6회까지 보였던 그들의 압도적인 자신감과 파이팅은 일순간에 사라졌다.

불리함을 뒤집는 것도 리더의 능력이다. 그건 젊은 감독 특유의 과감성으로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못지 않게 어려운 게 있다. 유리함을 지키는 의연함이다. 들 뜬 공기를 식혀야 한다. 이현승을 아끼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전체적인 투수 운용을 그르쳤다.

그가 잠시라도 잊으면 안되는 사실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4연패한 팀이다. 전력을 쏟아부어야 간신히 승산이 생기는 싸움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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