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 라운지] '얼리엔트리' 송교창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조회수 2015. 10. 26. 08: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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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의 미래, 한국농구 좌우한다

2015 프로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26일 오후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선수는 유일한 고교생 송교창(18, 삼일상고)이다. 200cm의 좋은 신장에 청소년대표로 뛰고 있는 송교창은 고교랭킹 1위다. 하지만 프로무대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송교창의 프로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농구인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마추어 농구인과 프로관계자, 또 선수들도 각자의 입장이 있다.

▲ 송교창, 아마농구 스카우트 질서 무너뜨렸다

아마추어 농구인들은 송교창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스카우트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송교창이 대학입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프로행을 선언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송교창의 부모는 모 명문대에 수시입학 원서를 넣은 상황에서 프로농구 드래프트에 이중으로 신청을 했다. 삼일상고와 해당대학에서는 송교창이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송교창 측이 대학과 여러 조건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프로행을 '보험용'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송교창은 여러 명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송교창을 데려가기로 약속했던 대학은 당장의 내년시즌 전력구성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송교창이 대학으로 진학할 것이라 자신했던 삼일상고의 입장도 매우 곤란하게 됐다. 송교창의 결정으로 후배들의 진로에 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송교창 측도 이런 파장을 충분히 알고 프로행을 선택했다.

송교창의 프로행이 확정됐을 때 이미 대학수시원서는 마감된 상황이었다. 해당대학에서 빈자리에 다른 선수를 입학시키고 싶어도 길이 없었다. 결국 송교창이 늦게 진로를 결정하는 바람에 그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던 다수의 학생선수들은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됐다. 프로는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대학진학에는 때가 있다. 아마추어 농구계에서는 '송교창이 물을 흐려놨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세다.

▲ 프로구단 "송교창 같은 얼리엔트리 환영"

프로구단에서는 송교창의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깊이가 얕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번 드래프트였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드래프트에 좋은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나온다면 구단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프로구단에서 대학의 선수육성 시스템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큰 이유다. 프로구단 모 감독은 "대학생 선수들을 뽑아도 당장 써먹을 수가 없다. 기본기도 되어 있지 않다. 4년 동안 뭘 가르쳐서 프로에 보내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대학에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일갈했다.

한국선수들은 미국과 다르다. 코비 브라이언트나 르브론 제임스처럼 당장 프로무대서 스타로 활약할 수 있는 고교선수는 없다. 송교창처럼 프로직행을 꿈꿀 수 있는 실력 있는 고교선수는 한 해 1~2명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만 대학에서 잘못된 버릇을 배워오느니 프로에서 처음부터 제대로 가르쳐서 써먹는 편이 낫다는 것이 일부 프로 지도자들의 판단이다.

드래프트 날 대학지도자들이 '약속했던 몇 명 이상이 지명되지 않았다'며 단체로 지명을 거부하는 파동은 연례행사와도 같다. 대학에서는 모 팀이 지명선수가 적었다며 연습경기를 거부하는 등 단체행동을 하기도 한다. 제자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프로지명여부에 선수들의 인생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력 없는 선수를 억지로 지명하는 것은 애초에 프로의 적자생존 논리와 맞지 않는다. 그런 선수라면 설령 프로에 간다고 한들 살아남지 못하기 마련이다. 대학들의 단체행동이 껄끄러운 프로입장에서는 실력 있는 고졸선수가 곧바로 프로의 문을 두드려주길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 송교창, 성공적인 첫 케이스가 될 것인가?

송교창처럼 고교무대를 휩쓴 일부 선수가 대학무대 진학 시 수억 원대의 스카우트 비용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실력이 좋아도 얼리엔트리를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대학과 일종의 계약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얼리엔트리를 하려면 대학교장 승인이 필요하다. 하승진처럼 특정기간 후 무조건 놔준다는 조항이 없으면 대학선수가 마음대로 얼리엔트리를 할 수는 없다.

송교창같은 선수가 나와 프로무대서 곧바로 성공한다면 환경이 바뀔 수 있다. 프로에 일찍 진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농구계의 오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송교창 같은 선수가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수들도 송교창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한국프로농구선수의 수명은 너무 짧다. 보통 대학교 4학년을 마치고 24살에 프로에 온다. 2~3년 정도 활약한 뒤 2년 동안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미 20대 후반이 된다. 30대 초반은 돼야 첫 번째 자유계약제도(FA)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마저 구단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FA를 두 번 누리는 선수는 극소수다.

고졸선수가 프로에서 성공한다면 선수생명을 최대 4년 늘릴 수 있다. FA대박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구단 입장에서도 어린 선수들을 더 많이 쓸 수 있어 이득이 크다.

국가대표급 선수의 경우 대학에서 혹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팀과 대학급 대표팀에 성인국가대표까지 뛰어야 한다. 일 년 내내 경기하면서 쉴 시간이 없다. 젊다는 이유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의 관절이 이미 닳고 닳아서 만신창이로 프로에 온다. 이런 선수들이 일찍 프로에 와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선수생명이 더 연장될 수 있다. 선수입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는 길을 환영할 만하다.

물론 부정적 시선도 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너무 어린 나이에 큰 돈을 만지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고졸선수의 프로직행을 허용했던 NBA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갑자기 백만장자가 된 선수들이 마약에 찌들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경우도 있다. 결국 NBA는 고졸선수의 직행을 금하고 21세 이상 선수들에게 입단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을 1년이라도 다니고 견문을 넓혀서 오라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프로선수가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 부모들이 연봉을 대신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교에서 학업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매우 적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대학은 인생의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고졸선수의 프로직행은 자칫 '돈과 운동 밖에 모르는 바보'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경우 의사결정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도 문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뛰어드는 선수들이 보기에 송교창의 행동이 곱지 않을 수 있다. 대학에서 열심히 운동한 자신들을 제치고 어린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이다. 반면 대다수 고교생 후배들의 경우 송교창이 프로에서 성공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송교창은 프로에서 성공하는 첫번째 고졸직행 선수가 될까.

OSEN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사진] 송교창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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