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NLCS 리포트]메츠는 젊고 강하고 치밀했다

조회수 2015. 10. 22.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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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초 부상에서 돌아온 뉴욕 메츠 1루수 루카스 두다(29)는 도무지 타격감을 찾지 못했습니다.복귀 첫 7경기에서 25타수 3안타 1할2푼에 단 1타점에 허덕이자 극성스런 뉴욕 언론은 시끄러웠습니다. 모처럼 조 우승을 향해 치닫는 중요한 시점에 중심 타자가 그렇게 슬럼프에서 허덕이는데도 계속 기용한다며 콜린스 감독에 대한 비난과 독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콜린스 감독은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 친구에게 타석에서 계속 투수들을 상대해 감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중요할 때 두다가 우리 팀을 도울 것이다.'

9월26일 시즌이 종착역을 향한 숨 가쁜 질주를 하던 날 메츠는 신시내티 레즈와 만났습니다. 두다는 첫 타석에서 만루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그것이 결승타점이 되며 메츠는 NL 동부조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전날에도 두다는 2홈런 6타점으로 가장 중요한 시점에 역할을 톡톡히 제몫을 했습니다.

[컵스와 4차전 1회에 3점포, 2회에 2타점 적시타를 친 두다가 1루코치 굳윈의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2014시즌을 앞두고도 메츠는 두다를 두고 고민했습니다.메츠 수뇌부는 장기적으로 팀의 1루수 자리를 아이크 데이비스에게 계속 맡길 것인지 루카스 두다에게 넘길 것인지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메츠가 2008년 1라운드에 뽑은 기대주 데이비스는 펀치력이 있었지만 잔부상에 시달리는데다 타율이 2할5푼대 이하로 떨어져 실망을 주었습니다. 반면 낮은 라운드에 뽑았던 두다는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타율은 데이비스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었고, 경험도 적었습니다. 두다는 지난 2007년 7라운드 전체 243번째로 메츠가 뽑은 선수였습니다.

같은 왼손 타자에 펀치력도 상당히 좋은 비슷한 유형의 두 1루수 후보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던 메츠는 결국 한 살이 많은 두다(29)를 선택했습니다.결정적인 통계 수치가 하나 있었습니다. 타구속도였습니다. 메츠는 두다의 타구 초속이 데이비스보다 빠르다는 것에 주목했고 결국 작년 시즌 초반 데이비스를 피츠버그로 트레이드했습니다. 주전 1루수 자리가 주어지자 두다는 2014시즌 30홈런 92타점을 치며 팀의 주축 타자로 급성장했고, 올 시즌에도 27홈런에 73타점으로 모두 팀 내 1위로 공헌했습니다.두다가 이렇게 팀의 중심으로 자리할 때까지는 상당한 구단 차원의 고민과 계산과 지원이 있었습니다. 메츠가 어떻게 NL 챔피언 팀을 키웠는지는 21일자 컬럼에서 다뤘습니다. (http://sports.media.daum.net/sports/column/newsview?gid=110326&newsId=20151021141647696)

그러나 포스트시즌(PS)에 들어와서도 5번 타자 두다의 성적은 영 시원치 않았습니다.시카고 컵스와의 3차전까지 8경기에서 두다는 24타수 3안타로 1할2푼5리에 1타점이 전부였습니다. 콜린스 감독은 그래도 단 한 경기 빼고는 계속 두다를 5번 타자 1루수로 기용했습니다. 그리고 22일 컵스와의 4차전에서 두다는 결국 터졌습니다. 1회 초 컵스 선발 해멜을 두들겨 중월 3점 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하더니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수비 시프트를 뚫고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터뜨렸습니다. 모두 2아웃에 나온 첫 두 이닝에서의 5타점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리글리필드에 가득 모인 4만2227명의 관중에게 치명적인 침묵을 안기고 말았습니다.이날 다니엘 머피는 8회에 쐐기 2점포를 쏘며 PS 6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MLB 신기록을 쓰며 MVP를 수상했지만 마지막 날의 영웅은 두다였습니다.

이번 NLCS를 앞두고 컵스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메츠가 LA 다저스를 디비전시리즈에서 꺾는 것을 보면서 메츠를 과소평가했다는 것은 절감했지만, 그래도 와일드카드에서 피츠버그,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등 올 시즌 MLB 최고의 성적을 거둔 두 팀을 연파한 컵스의 기세는 대단했습니다.조 매든 감독은 마술사처럼 컵스를 상승세로 이끈 반면 테리 콜린스 감독은 메츠 선수들이 맘껏 경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정도로 보였습니다. 메츠의 젊은 투수진은 분명히 힘이 있었지만 아리에타-레스터의 관록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다저스의 낡은 타선을 누르던 메츠의 힘의 피칭은 컵스의 젊고 빠른 스윙을 지난 타자들을 견뎌내기 힘겨울 것으로 여겼습니다.

아, 그러나 모든 예상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빗나갔습니다.

1차전에 존 레스터(PS 16경기 14선발 6승6패 2.85), 2차전에 제이크 아리에타(정규 시즌 22승6패 1.77)을 연속으로 내고도 컵스는 1승도 거두지 못했습니다. PS가 생전 처음은 맷 하비와 노아 신더가드는 베테랑들과 가을 잔치의 압도적인 환경에 주눅 들지 않고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호투했습니다. 장소를 리글리필드로 옮긴 3차전 초반 메츠 에이스 디그롬이 흔들렸을 때 컵스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내 3연패로 밀리고 맙니다. 그리고 4차전 초반 두다의 방망이에 그로기에 빠져 결국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4연승으로 일방적으로 끝난 시리즈니 당연하지만 메츠의 기록은 당당합니다.

[메츠는 예상을 깨고 4연승으로 컵스를 스윕, 15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선착했습니다.]

메츠 투수진은 4경기에서 딱 8점, 경기당 평균 2점만 내주는 짠물 피칭을 했습니다. 총 36이닝을 던지며 8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2.00이었습니다. 37개의 삼진으로 이닝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았고, 볼넷은 9개에 불과했습니다. 선발진도 강력했지만 22일 4차전에서 구원 투수 클리파드가 컵스 3루수 브라이언트에게 2점 홈런을 맞기 전까지 메츠 불펜의 실점은 0점이었습니다. 마무리 파밀리아는 4경기에 모두 나와 3세이브에 4⅓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점은 콜린스 감독이었습니다.

[콜린스 감독은 과감한 주루 플레이와 작전, 적절한 투수 교체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올해 만 65세의 콜린스 감독은 지난 2010년 11월 메츠의 20번째 감독으로 임명됐는데 그간 눈에 띠는 색깔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습니다. 1994년부터 휴스턴과 당시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각각 3년간 맡았을 때만해도 불같은 성격으로 심판과 종종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1년간이나 MLB를 떠나 있는 동안 콜린스는 일본의 오릭스 버팔로스와 중국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후에도 메츠는 첫 4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고, 올해 급상승세를 탔지만 감독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그런데 이번 컵스와의 대결에서 콜린스 감독은 과감하게 뛰는 작전과 끈질기면서도 또 과감한, 결과적으로는 적절한 투수 교체를 감행하는 등 승리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계속 경기에서 밀린 매든 감독이 영화 로키의 주제가를 트는 것 외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뛰는 메츠'는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정규 시즌에 메츠는 51개의 도루로 NL에서 가장 적게 뛰는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PS 들어서는 10팀 중에 가장 많은 11번의 도루를 시도해 9번이나 베이스를 훔쳤습니다. 대부분 도루는 경기 초중반 승부처에서 나왔습니다. 3차전 2-2이던 6회 초 선두 타자 세스페데스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희생 번트로 2루를 보낸 후에 나온 4번 타자의 3루 도루를 압권이었습니다. 결국 7번 컨포토가 삼진 낫아웃 폭투가 나오는 사이에 세스페데스가 홈으로 치달아 결승점을 올린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머피의 영웅적인 PS 행보와 함께 타선 역시 '스몰 볼'뿐 아니라 9경기 14개의 홈런을 치면서 힘을 과시했습니다. 컵스와의 NLCS 4경기에서만 7홈런이 터졌습니다.

15년만의 월드시리즈 나들이에 성공한 메츠는 28일에나 시작되는 1차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얻을 기회도 잡았습니다. 물론, 전례를 보면 오래 쉬는 것이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뜨거운 상승세가 식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기대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준 메츠는 기본적으로 힘이 넘치는 강력한 선발진과 단단한 불펜을 바탕으로 캔자스시티든 토론토든 AL 챔피언과 패기 넘치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벌써 7홈런을 친 '머피의 행진'이 계속 이어질지도 대단히 궁금합니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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