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물은 들어오는데, 월급이 없는 광주FC

조회수 2015. 10. 20. 14: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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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깊어지면 가끔 격한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K리그는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모기업 혹은 각 시도의 돈을 받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리그의 양적인 성장과 좋은 성적이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차라리 경쟁력과 비전을 지닌 팀만 추려서 리그의 규모는 줄이고 내실은 더하는 게 좋지 않은가라는 생각에 다다르기도 한다.

리그 흥행과 운영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지역밀착과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면서 좋은 예를 만들어내는 구단이 있다. 당장은 돈을 많이 벌거나 흑자를 내지 못하더라도 방향성이 좋은 팀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버틸 힘과 꽃을 피워낼 절대적인 시간이다.

최근 가장 뜨거운 팀은 전북현대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지역밀착으로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 이미 궤도에 오른 팀에 가깝다. 희망적인 팀을 꼽으라면 (필자의 기준에서는) 광주FC다. 광주는 지난 2년간 전술적인 측면, 인간적인 측면에서 모두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광주는 지난 시즌 챌린지에서 시작했다. 당시 광주의 승격을 점친 이들은 없었다. 광주는 무관심과 무시를 실력으로 이겨냈다. 4위로 플레이오프에 출전해 상위팀들을 모두 꺾고 승강플레이오프에 올랐고, 거기서 경남FC를 누르고 승격했다. 광주는 확실한 색깔을 내며 클래식 무대에 진입했다. 투박한 플레이가 아니라 패스를 연결하며 상대를 넘어뜨렸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이들의 활약에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팀"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남기일 감독은 광주를 조용하지만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광주는 올 시즌에도 처음부터 속도를 냈다. 지금까지 승격한 팀은 첫 시즌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강등당했다. 클래식 무대에서는 플레이도 위축됐고, 승점도 줄어드는 식이었다. 광주는 달랐다. 챌린지에서 보인 유려한 패스 축구로 클래식 팀들을 넘어섰다. 모두가 비슷한 축구를 할 때, 광주는 자신만의 색깔을 냈다.

'클래식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은근히 저평가에 시달렸던 팀의 주축 선수들도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김호남과 임선영 그리고 이찬동은 국가대표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철학이 있는 팀에서 전술적인 역할을 했을 때 나오는 숨겨진 기량을 뽐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난관을 스스로 극복했다. 기영옥 광주 단장은 무보수로 일하며 선수단을 지원했다. 기 단장은 아들은 기성용을 두 번이나 광주 경기에 불러 이벤트를 펼치기도 했다.

광주는 올 시즌 광주가 아닌 목포축구센터를 숙소로 활용하고, 광주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문에 원정 10연전을 치르면서도 잔류에 성공했다. 원정 10연전은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다. 부산에서 경기를 치른 뒤 바로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가서 훈련하고 경기를 치른 뒤 바로 다시 버스를 타고 전주로 이동하는 일정을 생각해보라. 그렇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10km를 넘게 뛰는 경기를 치러야 한다. 광주는 영화에 나올법한 상황을 묵묵히 돌파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잔류에 성공한 선수들은 방송을 통해 11월과 12월 월급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접했다. 심각한 운영난으로 통장 잔액이 바닥났다. 광주는 예산보다 14억이 모자란 상태에서 광주시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생활해오다가 10월에 돈을 모두 쓰고 만 것이다. 광주시는 50억의 지원금을 내놓았지만, 광주은행 등 기존 스폰서들과의 계약이 없어지면서 시즌 막판에 곳간이 비어버렸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시와 구단 사무국에서 적어도 1년 예산은 확보해 놓고 시즌을 치렀어야 했다. 하지만 K리그 시도민구단의 실정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광주시와 광주 구단의 해결 능력 혹은 의지다. 그런데 방송에 나온 광주시 관계자는 "형태는 민법상 주식회사고 구단주는 시장님이고, 어떻게 보면 시에서 전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남겼다.

광주시 관계자의 말이 옳다. 축구단에 시 예산을 무조건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시가 방관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광주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모를까, 얼마든지 시의 의지가 있으면 월급이 밀리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가 이룩한 유무형의 성과를 들고 시와 구단이 함께 뛰어야 한다. 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스폰서십 계약을 유치한다면, "11월 월급은 어쩌나?"와 같은 부끄러운 기사는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광주는 꽃을 피우기 직전이다. 지금 한 단계 더 올라서면 다음 시즌에는 중위권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다. 성적만이 아니다. 광주는 지난 시즌에 비해 관중을 62.5%나 더 모았다. 광주의 특징 있는 축구는 목포에서 열린 경기에도 관중을 끌어왔다. 광주 축구는 절대로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고, 시민들의 무관심이 올 수 있는 임금 체납은 독약이 될 수 있다.

광주시는 누구보다도 스포츠의 덕 혹은 힘을 많이 본 자치단체다. 광주시는 한국시리즈를 10번이나 제패한 기아타이거즈(해태 시절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7~80년대 생이라면 유년시절에 해태와 광주에 대한 기억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억은 상당히 비싸다. 특히 유년기의 기억은 평생 간다. 광주시는 기억 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광주시가 성장 가능성이 큰 광주를 방관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좋은 자원을 버릴 이유가 없다.

광주는 올 시즌에도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광주시에서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무턱대고 지원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들을 잘 팔아서 더 이익을 남길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6년에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광주는 광주시에 많은 것을 되돌려줄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물론 광주 구단도 운영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물이 들어오면, 함께 노를 힘차게 저어야 한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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