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타인의 시선] U-17 월드컵, '바르사 이승우' 잊어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15. 10. 19. 1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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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이들은 긁지 않은 복권과 같다.

단지 살만 뺐을 뿐인데 얼굴과 전체적인 외모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많이 봤다. 그게 긍정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성장을 끝낸 어른들도 단지 체중 하나에 많은 부분이 바뀔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축구의 뜨거운 인물 중 하나가 된 이승우를 볼 때, '긁지 않은 복권'이 생각났다. 이승우는 세계 최고의 유소년 훈련기관이라는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라마시아에서 교육을 받았고, 곧 바르사 B팀에서 뛸 수도 있다. 게다가 이승우는 일반적인 유소년 선수들이 지니지 못한 강한 개성까지 보인다. 이런 조건들은 사람들이 이승우를 또래 선수 혹은 한국 선배들이 아닌 리오넬 메시와 비교하게 만들었다.

어린 선수를 향한 열광이 도를 살짝 넘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요즘이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대표팀이 칠레에서 벌어지는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에 출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최진철 감독과 동료선수들에 대한 칭찬과 비판 기준이 이승우가 돼 버린 느낌까지 받았다. 이승우가 뛰어나더라도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고 판은 감독이 짜는 것인데, 모든 게 이승우라는 '키워드' 혹은 '기준'으로 해석되고 있었다.

메시와 같은 선수의 등장을 바라는 마음을 비판할 생각을 없다. 필자도 한국에서도 경기 흐름을 홀로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의 대상에 유소년 선수는 넣지 않는다. 이들이야말로 긁지 않은 복권이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를 아무도 점칠 수 없는 시점에 큰 부담감을 안겨주는 게 미칠 영향은 분명하다. 정작 이승우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만 밝혔을 뿐인데, '너만 믿는다'와 '잘한다면 증명하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

이런 흐름이 몰고 올 결과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확률은 매우 낮지만, '새로운 메시를 봤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또 다른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쉽다. '너도 역시 거품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두 번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이승우가 잘하더라도 한국은 8강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고, 이승우를 향한 기대는 점점 커질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상황은 긁지 않고, 긁을 때도 되지 않은 복권에게 찬사라는 옷을 입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이것은 이승우뿐만 아니라 U-17 대표팀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다. 비정상적인 기대의 뒷면에는 엄청난 비난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손쉽지만 강렬한 비난은 '복권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긁지도 않은 복권에 '낙인'을 찍는 것이다.

단단한 팀을 보여준 U-17 대표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나은 거 같다.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17일 아침 칠레 코킴보 시립경기장에서 벌어진 U-17 월드컵 B조 1차전 경기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었다. 지난 브라질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패했던 한국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었다. 단단한 수비로 브라질의 개인기를 묶었고, 빠른 역습으로 브라질의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32분 장재원이 결승골을 넣었다.

최진철 감독이 만든 조직력은 훌륭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자신들을 두 번이나 꺾었던 브라질에 침착하게 맞섰다. 개인이 아닌 팀플레이로 브라질을 압박했다. 개개인으로 봤을 때는 브라질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게 분명했지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반면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의 조직력에 고전할수록 개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한국은 개인이 두드러지지 않아서 강했다. 김정민이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패스를 보여줬고 이승우는 순간순간 번뜩이는 개인기를 선보였지만 모두 팀 안에서 이뤄진 것들이었다. 한국이 이날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경기를 지향하고도 답답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수들은 각자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고, 동료의 장기까지 꿰뚫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크게 만들었다.

이승우와 아이들 아닌 U-17 대표팀

이날 승리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높아졌다. 같은 날 벌어진 경기에서 잉글랜드와 기니가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현재 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도전도 쉽지는 않다. 한국이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조직력을 유지해야 16강으로 갈 수 있다. 잉글랜드와 기니 모두 만만치 않은 팀이다. 개인을 강조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끈끈한 조직력으로 맞서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아이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승우가 빛난 부분도 같은 맥락에 서 있다. 지난 몇번의 대회에서, 이승우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강점을 보였다. 동료들이 넘어져 있으면 달려가 챙기고, 주심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동료들의 짐을 덜었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이승우는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과도한 관심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던 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최진철 감독과 U-17 대표팀이 칠레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것인지 예상하기 어렵다.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남은 2경기에서 맥없이 패하며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이들은 축구의 '빛'을 봤다. 자신들이 각자가 아닌 하나의 팀이 됐을 때 브라질도 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큰 대회에서 이런 경험을 한 것 자체가 어린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최종성적보다도 강렬한 한 경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U-17 대표팀 선수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실패해도 모두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이승우나 각 선수들에 집중하기 보다는 U-17 대표팀 전체를 봐야 하는 이유다. 평가는 성인이 된 후,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 하면 된다. 긁지 않은 복권을 두고 격론을 벌일 이유가 없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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