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커쇼-그레인키 원투펀치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조회수 2015. 10. 15.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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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는 커쇼다.

LA다저스와 뉴욕메츠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가 '커쇼다운' 역투로 팀을 승리로 이끌며 시리즈를 5차전으로 끌고 갔다. 포스트시즌에서만 5연패를 당하며 유난히 가을에 약한 모습을 보였기에, 원래의 실력발휘를 했다고 해도 상당히 의미가 있는 승리다. 경기 후 인터뷰는 더 인상적이다.

"이기고 싶었던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잭 그레인키에게 (5차전의)기회를 주고 싶었다"

<올시즌 스프링캠프에서의 커쇼 인터뷰 동영상 캡쳐화면. 메이저리그 라커룸에서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있다>

2013년 류현진이 LA다저스에 진출하며 푸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국내 팬들에게 제법 친숙해졌지만 아무래도 커쇼와 그레인키는 더욱 특별하다. 리그를 지배하는 좌완과 우완이자, 동시대 최고의 원투펀치. 이들과 3선발 류현진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자체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실제로 두 선수가 등판하는 경기는 다른 경기에 비해 시청률이 비교적 높다. 지난 2013년, 다저스가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커그류(커쇼-그레인키-류현진)' 삼인방이 맹활약 했을 때, 커쇼가 등판한 경기는 무려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류현진의 부상으로 다저스의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커쇼와 그레인키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는 관심이 높다.

커쇼에 대한 첫 인상은 아직도 선명하다. 아마 슈퍼스타의 첫 모습이 몹시 소박해서 더 인상 깊었는지도 모르겠다. 2014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취재차 다저스의 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 캐멀백 렌치를 찾았는데, 한산한 라커룸 가운데에 놓인 탁구대에서 열심히 탁구를 치는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클레이튼 커쇼였다.

커쇼는 캠프기간 내내 탁구를 쳤다. 머리띠까지 두르고 아주 열심히 쳤다. 때로는 단식으로, 때로는 복식으로 매번 상대를 바꿨지만 한 번도 지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냥 치는 건 심심했는지 본인이 대회를 만들었고 결국 본인이 우승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탁구를 열심히 쳤다. 류현진도 가끔 상대가 되어주곤 했는데(물론 커쇼의 압승이다), 갑자기 팀 동료였던 린드블럼의 안부를 물어 제작진이 롯데라는 팀에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탁구뿐만 아니라 커쇼는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매사에 진지했다. 언론의 인터뷰도 아주 성실하게 임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에이스다운 모범생 같은 느낌이랄까.

반면 그레인키는 좀 다르다. 일단 그는 탁구는 치지 않는다. 다만 구경할 뿐이다. 그렇다고 절대 시큰둥해하지 않으며 매우 호기심 있는 표정으로 구경한다. 선수들의 장난을 바라보며 항상 빙긋 미소 짓는다. 류현진도 "그레인키는 나를 좀 신기해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류현진이 다른 선수들과 장난치는 모습을 아빠 미소와 함께 아주 호기심 있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레인키가 인터뷰를 좋아하지 않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꼭 해야 하는 인터뷰 외에는 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 제작진에게도 "No Thank you"라며 사양했다. 언뜻, 훈련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현지 언론에서도 혹시 부상이 아닌지 의심을 했을 정도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자 언제그랬냐는 듯, 아주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그레인키는 류현진을 항상 호기심 있게 관찰한다. 2014년에 조금 그레인키가 어려웠다던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이 친해졌다고 해맑게 웃기도 했다>

미국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면 휴식일이 없는데, 일요일에 훈련을 마친 커쇼가 단정하게 옷을 입고 주차장에 잠시 나온 모습을 본적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커쇼가 훈련 때문에 교회에 갈 수 없다보니 목사가 직접 캠프를 찾아 함께 기도를 하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대학생 같은 복장의 이어폰을 꽂은 그레인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유히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두 선수의 개성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던지는 어깨부터 개성, 성격까지 전혀 다른 둘이지만 리그를 지배하는 완벽한 원투펀치로 손색이 없다. 사실 원투펀치는 스타일이 다를수록 더 위력적일 수밖에 없다. 2001년 강력한 원투펀치로 군림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낸 애리조나의 랜디존슨과 커트실링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 둘 만큼이나 개성과 실력이 남다른 이 매력적인 투수들은 이제 가을야구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하려 한다.

어쩌면 이번 시즌이 커쇼와 그레인키 조합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겠다. 계약상 그레인키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계약해지)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고, 다저스가 다시 그레인키를 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그레인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어 기쁘다"는 커쇼의 인터뷰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다음 시즌은 불확실하지만 이번 시즌은 명확하다. 커쇼-그레인키의 조합을 조금 더 볼 수 있을 지는 이제 잭 그레인키의 어깨에 달렸다. 내일(10월16일) 오전 9시, 메츠와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마지막 5차전 경기가 열린다.

뉴욕메츠는 제이크 디그롬을, LA다저스는 잭 그레인키를 선발로 예고했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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