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 라운지] '리바운드 참패' 한국농구, 영원한 숙제 ②

조회수 2015. 10. 8. 0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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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또 높이에서 졌다

한국농구는 왜 아시아 6위에 그쳤을까. 조건도 좋지 않았고, 지원도 부족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실력부족이었다.

김동광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끝난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2009년 텐진선수권 7위 후 최악의 참사였다. 한국농구가 아시아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국가대표팀이 손빨래를 하고 제대로 못 먹고 뛴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렇다고 저조한 성적의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 한국농구는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대회는 끝났지만 철저한 반성은 필요하다.

▲ 리바운드 최하위...골밑싸움 참패

한국이 참패한 가장 큰 원인은 리바운드에 있었다. 한국은 경기당 34.7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16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경기당 잡은 공격리바운드도 10개로 역시 가장 적었다. 가장 쉽게 득점할 수 있는 기회는 잡지 못했다. 반대로 쉬운 득점은 가장 많이 줬다는 의미다.

김종규(24, 207cm)와 이종현(21, 206cm)은 교대로 센터를 봤다. 김종규는 9.4점, 6.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늘 파울트러블이 문제였다. 쓸데없는 파울이 잦아 골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이종현은 10.1점, 3.7리바운드, 1.9블록슛을 기록했다. 한국선수 중 블록슛이 가장 좋았다. 김종규와 이종현이 동시에 뛴 경기는 인도전이 유일했다. 둘의 신장과 높이는 아시아권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었다.

문제는 자리싸움이었다. 한국선수는 체격에서 현격히 밀려 골밑에서 버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이승현을 제외하면 체중이 100kg이상 나가는 선수가 없었다. 자리싸움에서 밀려난 것을 만회하려다보니 쓸데없는 파울이 나왔다. 높이만 강조했던 빅맨들이 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된 계기였다. 프로농구에서 골밑은 외국선수들에게 맡기고, 연약한 룰에서 편하게 농구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왔다.

한국농구는 역대 골밑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간 적이 없다. 김유택, 한기범, 서장훈 시절도 똑같았다. 김주성, 하승진, 오세근이 모두 뛸 때도 리바운드는 항상 밀렸다. 다만 한국은 밀릴 때 밀리더라도 끝까지 버티겠다는 근성은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악착같은 근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은 요르단(40-37), 중국(33-44), 싱가포르(42-36), 레바논(32-37), 카타르(35-48), 카자흐스탄(27-29), 이란(24-44), 인도(41-26), 레바논(38-31)과 9경기를 치르면서 리바운드서 4번밖에 못 이겼다. 경기당 리바운드 마진이 -2.2다. 특히 패한 중국(11-22), 카타르(11-19), 이란(4-19)전에서 경기당 공격리바운드를 11.3개씩이나 더 내줬다. 이렇게 열악한 골밑전력으로는 패하는 게 당연하다.

▲ 너무 늦게 발견한 최준용의 가치

한국은 양동근, 조성민, 문태영, 이승현, 김종규가 대회 내내 베스트5로 뛰었다. 요르단과의 첫 경기부터 이란과의 8강전까지 7경기 연속 주전라인업에 변화가 전혀 없었다. 승패와 상관없이 F조 3위과 확정된 카자흐스탄전에서도 주전은 똑같았다. 인도와 순위결정전에서 상대 높이에 맞추고 주전들을 쉬게 하려고 김태술, 조성민, 최준용, 이종현, 김종규가 먼저 나온 것이 유일한 변화였다.

조직력을 맞출 훈련시간이 부족하다보니 5명의 선수들이 최대한 함께 뛰게 하려는 의도는 있었다. 그러나 당일 컨디션에 맞춰 좋은 선수를 넣고, 상대팀의 전술에 맞는 맞춤형 라인업을 짜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특히 대회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문태영이 붙박이 주전으로 나온 점은 아쉽다. 2미터 장신이면서 3점슛 능력이 있고, 리딩까지 볼 수 있는 최준용은 가치가 높다. 그러나 최준용은 요르단전 6분, 중국전 1분 출전에 그쳤다. 최준용은 싱가포르전에서 10점, 10리바운드, 8어시스트, 3스틸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레바논과의 결선 1차전, 한국은 전반전 로 뒤졌다. 문태영이 4점으로 부진했다. 김동광 감독은 후반전 최준용을 투입해 대박을 터트렸다. 최준용은 20분을 뛰면서 10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3점슛 2개로 승부의 물줄기를 바꿨다. 장신 최준용이 3번을 보면서 2-3 지역방어가 위력을 발휘했다.

카타르전 최준용은 다시 벤치신세였다. 믿었던 주전 문태영은 4점으로 부진했다. 최준용이 뒤늦게 나섰지만 4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한 뒤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최준용이 처음부터 주전으로 뛰는 것이 나았다.

이란전에서 장신 최준용의 가치는 높았다. 카자흐스탄전에서 오른쪽 무릎에 타박상을 입은 최준용은 부상을 참고 뛰었다. 최준용은 하메드 하다디와 신경전을 펼치는 등 가장 파이팅이 돋보였다. 그는 7점, 1스틸을 기록 후 다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뛰는 시간은 짧았지만 임팩트는 강백호였다. 가드까지 볼 수 있는 최준용은 양동근과 김태술의 부담까지 덜어줬다. 좋은 선수였지만 가치를 너무 늦게 발견했다.

▲ 코칭스태프의 해체, 반성할 사람이 없다

한국농구는 참패를 당하고 돌아왔다. 결과는 물론 아쉽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노하우를 전수해줄 사람이 없다. 김동광 감독을 비롯한 김상식 코치와 조상현 코치는 3개월 단기임무를 마쳤다. 김동광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돌아간다. 조상현 코치는 프로농구 선두 오리온 코치로 복귀했다. 아시아선수권을 분석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재학 전 감독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경험이 김 감독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듯, 김 감독이 왜 실패했는지 다음 감독은 알 길이 없다. 똑같은 고생을 또 해야 한다는 말이다. 농구대표팀이 발전하지 못하고 늘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남자농구대표팀은 2016년 올림픽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내년에 A매치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표팀 선수 중 양동근(34), 문태영(37)은 국가대표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후배들이 헤매더라도 대표팀에서 중심을 잡아줄 큰 형님이 빠진다. 불법스포츠도박으로 빠진 중참 김선형과 오세근은 언제 돌아올 지 알 수 없다. 후배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이번 대표팀은 아시아 4강을 겨냥했지만 최종 6위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성적도 놓쳤고, 세대교체도 제대로 못했다. 2017년 이후를 겨냥해 더 과감한 세대교체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OSEN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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