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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어 라운지] '亞 6위' 한국농구, 철저한 반성 필요하다 ①

조회수 2015. 10. 7. 1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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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한국농구는 왜 아시아 6위에 그쳤을까. 조건도 좋지 않았고, 지원도 부족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실력부족이었다.

김동광 감독이 이끈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 3일 끝난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최종 6위를 기록했다. 2009년 텐진선수권 7위 후 최악의 참사였다. 한국농구가 아시아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역대 두 번째다.

국가대표팀이 손빨래를 하고 제대로 못 먹고 뛴 것은 분명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렇다고 저조한 성적의 변명거리는 될 수 없다. 한국농구는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 대회는 끝났지만 철저한 반성은 필요하다.

▲ 중국전 패배, 용병술의 실패

한국은 요르단과의 첫 경기서 3점슛 15개를 폭발시키며 87-60으로 대승해 출발이 좋았다. 두 번째 중국전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중국전에서 20점을 이기던 경기를 패한 가장 큰 원인은 용병술의 실패에 있었다.

한국은 경기시작 후 6분 동안 15-6으로 앞서 나갔다. 양동근, 조성민의 3점슛은 펑펑 터졌고, 이승현은 이젠롄을 페인트존 바깥으로 밀어냈다. 어린 팀 중국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7-14로 1쿼터를 앞섰다. 8천 여 명의 중국 관중들이 일제히 고요해졌다. 현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중국기자들까지 "중국이 노련한 한국을 상대하기 너무 어리다. 우리는 승산이 없다"며 자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김동광 감독이 주전들의 교체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이다. 양동근과 조성민 등 노장들은 잘했지만,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김종규와 문태영은 파울이 쌓여갔다.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코칭스태프는 계속해서 주전으로 밀어붙였다. 2쿼터 초반 주전들의 교체타이밍을 놓친 것이 후반전 엄청난 후폭풍으로 다가왔다.

양동근은 2쿼터 종료 2분 56초를 남기고서야 김태술과 교대했다. 조성민은 계속 뛰었다. 2쿼터 종료 1분 38초를 남기고 한국은 44-24로 20점을 앞섰다. 이대로 20점차가 유지되고 전반전이 끝난다면, 중국의 사기가 크게 꺾이는 상황.

이 때 부터 한국은 연속 9점을 줬다. 교체로 들어간 김태술이 공격자파울과 실책을 연발하며 크게 흔들렸다. 김태술을 믿지 못한 김동광 감독은 2쿼터 막판 다시 양동근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이 때를 계기로 김태술은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대회 내내 부진했다. 양동근 역시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피로가 가중됐다. 한국은 44-33으로 다급하게 쫓기며 전반전을 마쳤다. 전반전 마무리만 잘했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였다. 중국의 압박수비에 대처하지 못한 점이 패인이었다.

한국은 4쿼터 더 이상 싸울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공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조성민과 양동근의 슛이 막판에는 터지지 않았다. 체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중국전을 마친 뒤 김동광 감독은 "전반전 마지막에 지켜야 할 점수를 못 지킨 것이 패인이다. (박)찬희가 안 되니 가드가 양동근과 김태술 둘이다. 태술이를 내보내니 점수를 다 까먹었다. 버텨줬어야 했다. 나중에 경기를 잡으려고 (양)동근이를 무리하게 썼다. 마지막 작전 하나가 아쉬웠다. 내가 부족해서 졌다"며 패착을 인정했다. 하지만 버스는 떠난 뒤였다.

공수리바운드에서 기여도가 컸던 문태영은 4쿼터 종료 7분 26초를 남기고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일찌감치 파울관리를 해줬어야 했다. 4반칙을 범한 김종규는 가장 중요한 4쿼터 막판 벤치에 앉아있었다. 특히 저우치가 강상재 앞에서 따낸 리바운드 하나가 엄청나게 컸다. 막판 한국은 저우치에게 공격리바운드를 헌납해 패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종규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김종규가 나와 리바운드 하나, 수비 하나만 해줬더라도 이길 수 있었다.

4쿼터 막판 김종규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 김 감독은 "(김)종규가 파울이 4개라 수비를 안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강상재까지 큰 선수 3명으로 갔다.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공격이 문제였다. (조)성민이하고 (양)동근이가 그전까지 잘 지켜줬다. 풀게임을 뛰기에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중국전에 대해 김종규는 "덩크슛 말고 보여드린 게 없었다. 4쿼터 마지막에 뛰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다만 나를 기용하시지 않은 것은 감독님의 결정"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중국전에서 한국은 너무 많은 체력을 썼다. 무리를 했으니 반드시 잡았어야 했다. 하지만 힘은 힘대로 쓰고, 졌으니 결과적으로 최악이 됐다.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한국전 하프타임에 공루밍 중국 감독은 흥분한 선수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경기 후 공루밍 중국 감독은 "하프타임에 우리 선수들에게 침착하게 정상적으로 경기하라고 했다. 전반전 야투율이 24%에 불과했다. 선수들이 너무 흥분해서 쉬운 슛을 놓쳤기 때문이다. 예선 경기니까 편하게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전반전 한 때 20점을 졌던 중국은 후반전 어떻게 반등에 성공했을까. 공루밍은 "한국에 점수를 많이 줘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라고 했다. 오늘 훌륭한 교훈을 얻었다. 지금의 상승세를 가지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하겠다. 한국전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한국선수들이 더 경험이 많지만, 중국선수들은 미래가 밝다"며 만족했다.

중국은 다 졌다고 생각했던 한국전을 잡으며 9연승으로 우승하는 원동력을 얻게 됐다. 한국이 남 좋은 일만 해준 셈이다.

▲ 준비가 부족했던 카타르전

한국이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결정적 계기는 카타르전 패배였다. 필리핀이 이란을 87-73으로 잡아줬다. 한국은 중국전 패배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이 카타르를 이기면 F조 2위가 되는 상황. 그럴 경우 한국의 8강 상대는 일본, 준결승 상대는 필리핀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이란을 8강에서 만나 62-75로 대패를 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한국은 굴러들어온 복을 스스로 발로 찼다. 준비가 부족했다.

카타르전 한국은 1쿼터를 14-2로 시작했다. 이후 경기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문태영, 이승현, 조성민 등 믿었던 선수들이 동반 슛부진을 겪었다. 전술적인 패착이 컸다. 한국이 2-3 지역방어를 서자 곧바로 카타르 선수들이 3점슛을 쏘면서 반격했다. 상대의 외곽슛 능력을 너무 무시했다. 카타르는 2쿼터에만 3점슛 5방을 터트렸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돼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한국은 상대의 수비를 깨지도 못했다. 카타르가 지역방어로 전환하자 김동광 감독은 양동근, 조성민, 이정현의 3가드를 투입했다. 3점슛으로 활로를 열 목적이었다. 하지만 2쿼터 한국은 3점슛 12개를 던져서 3개만 넣었다. 믿었던 양동근과 조성민도 3점슛 1/4로 터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3가드를 쓰면서 사이즈에서 밀려 역공을 허용했다. 다급해진 한국은 3분 만에 이정현을 빼고 문태영을 넣었다. 그래도 높이에서 밀리자 최준용까지 투입됐다. 코칭스태프도 우왕좌왕했다.

결국 한국은 리바운드에서 48-35로 크게 밀렸다. 특히 공격리바운드를 19개나 내줬다. 믿었던 3점슛은 6/25, 24%로 저조했다. 상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막지 못했고, 우리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김동광 감독은 "2차 연장까지 간 카타르-레바논 경기를 구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주최 측에서 CD를 주지 않았다. 결국 카타르 전력분석은 대만전 경기영상을 3번 보고 했다"고 밝혔다. FIBA TV에만 접속해도 언제든 경기를 볼 수 있다. 카타르전 패인은 준비 부족이었다.

반면 일본은 8강 토너먼트 첫 경기서 카타르를 81-67로 어렵지 않게 이겼다. 일본의 높이가 한국보다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끈끈한 움직임으로 리바운드서 34-36로 대등했다. 카타르는 일본을 상대로 3점슛이 24%로 부진했다. 한국전에서 15점, 3점슛 3개를 기록한 압둘라만 알리는 일본전 3점에 묶였다. 일본이 철저한 전력분석으로 미리미리 상대 길목을 차단한 결과였다. 결국 일본은 크게 힘들이지 않고 카타르를 잡았고, 18년 만에 아시아 4강에 올랐다.

▲ 양동근·조성민에게 너무 의존했다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는 노장 양동근과 조성민이었다. 한국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82.2점으로 전체 6위였다. 그 중 조성민(평균 13점)과 양동근(평균 12.6점)이 25.6점을 합작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두 선수의 공격비중은 팀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두 선수가 코트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차이가 매우 컸다. 은퇴를 앞둔 노장들에게 지나치게 짐이 컸다. 두 선수의 체력이 떨어지면 한국은 자연스럽게 화력이 모자랐다.

한국은 첫 경기인 요르단에서 가장 잘했다. 중국전부터 후반전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면서 경기력도 저하됐다. 노장 조성민과 양동근은 체력회복이 더디다. 둘은 싱가폴전을 쉬었지만, 레바논전에서 후반에야 살아났다. 조성민은 카타르전에서 끝내 터지지 않았다. 대회초반 MVP급 기량을 선보였던 양동근도 대회 후반에 방전됐다. 3점슛 비중이 높은 두 선수의 부진은 체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박찬희의 손가락부상으로 둘의 체력부담을 덜어주지 못한 영향이 매우 컸다.

설상가상 상대 수비는 주득점원 양동근과 조성민에게 집중됐다. 이 때 후배들이 두 선수의 득점부담을 제대로 덜어주지 못했다. 문태영은 대회평균 9.1점으로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그는 의미 없는 카자흐스탄(16점), 인도(22점)전에서 넣은 득점이 대부분이다. 정작 터져줘야 할 중국(8점), 카타르(4점), 이란(10점)전에서 문태영은 침묵했다.

문성곤은 요르단전 야투 100%를 기록하며 9점을 넣었다. 이후 그는 출전시간 자체가 적었을 뿐 아니라 대회 내내 허벅지 부상, 장염 등으로 고생했다. 평균 3.1점은 올해 프로농구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한 대형신인에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이정현은 평균 6.1점, 3점슛 39.4%로 기록상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약팀과의 경기서 쌓은 기록이다. 강팀과 경기서 이정현은 신장문제로 중용 받지 못했다.

(2편에서 계속)

OSEN 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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