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column] EPL 타이틀 방어는 왜 어려울까?

2015. 10. 5. 13: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포투플러스> 독점 콘텐츠

[포포투+] 우승은 어렵다. 우승을 지키기란 더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현상 유지만 하면 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타이틀 디펜딩'은 왜 어려울까?

그 동안 프리미어리그의 상위권을 떠올려보자. 한 팀이 챔피언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던 적이 거의 없다. 기본 논리는 간단하다. 이번 시즌 최고였다면 다음 시즌에도 그럴 확률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타이틀 수성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잉글랜드 1부 리그는 그들만의 논리를 만들어낸다.

23년 전 프리미어리그 출범 당시는 팀간 전력 차이가 지금보다 적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섯 클럽만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타이틀 방어 성공은 일곱 번뿐이다. 유럽 5대 리그 중, 동일 기간 리그 연패 횟수가 프리미어리그보다 적은 곳은 스페인 라리가(6회)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69시즌간 리그 연패는 14차례밖에 없었다. 개중 알렉스 퍼거슨의 기록이 5회에 달한다. 우승 트로피가 마치 1년 후 순순히 되돌려주겠다고 약속한 팀에만 수여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 쉽게 만족하지 마라

조세 무링요는 퍼거슨의 특별한 비결을 알아낸 유일한 지도자다. 그는 2005-06시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올 시즌 첼시의 무기력한 출발이 더 비참해 보이는 이유다. 물론 이전에도 첼시처럼 '자폭 버튼'을 눌렀던 디펜딩 챔피언이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2년차 징크스'의 전문집단 같다. 눈부신 스쿼드로 멋지게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곤 다음 시즌 내내 절뚝거리며 겨우 결승선을 통과한다.

우리는 '바하 멘(Baha Men)'의 음악 경력에서 교훈을 얻는다. 성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반짝' 성공과 꾸준한 성공이다. 후자가 훨씬 대단하다. '바하 멘'의 'Who Let the Dogs Out?'은 2000년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올랐다. 이후 히트곡이 없다. '바하 멘'이 배가 불러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동기부여 부족은 우승 직후 부진에 빠지는 축구팀에 항상 따라다니는 진단이다.

지난 여름 무링요는 그 점을 암시했다. "선수단에 경쟁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새로운 선수를 데려와 기존 선수에게 긴장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기 바로 뒤에 경쟁자가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수들이 깨닫는다. 지금 이 친구들은 챔피언이다. 내게는 그런 상황이 필요하다."

뛰어난 선수들도 긴장하지 않으면 게을러진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이 가정은 흥미롭다. 사람들은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을 모아놓은 팀이 리그 챔피언이 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라고 해서 모두가 '실패하지 않겠다는 투지'로 똘똘 뭉친 것은 아니다. 퍼거슨 감독은 성공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강조한 점이다.

가장 강한 팀, 즉, 챔피언이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지금 첼시가 단적인 예다. 로이 킨은 그의 첫 번째 자서전에서 1998-99시즌 트레블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성취인 동시에 저주라고 썼다. "성공은 현실안주를 낳았다. 너무나 많은 동료가 트레블에 취했다. 우리를 점점 갉아먹고 있었다. 난 알았다. 우리는 우쭐대기만 하고 제대로 뛰지 않았다."

# 잘나갈 때 더 써야 한다

아주 현실적인 원인도 있다. 실제로 디펜딩 챔피언은 승점을 따기가 더 어려워진다. 10년 전 첼시의 존 테리는 "다들 우리를 꺾고 싶어한다. 그런 생각으로 나오니까 전부 수비 쪽으로 내려가서 밀집수비를 펼친다"라고 말했다.

선수 영입은 전술적 측면만큼 심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2006-07시즌을 예로 들자. 맨유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자마자 오언 하그리브스 나니, 안데르송, 카를로스 테베스를 영입했다. 많은 선수들이 새로 가세하자 선수단 전체에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우승 멤버라고 해도 쉽게 선발명단에 든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전력 강화는 보너스다.

최고의 대책이었다. 맨유는 이 변화로 리그 3연패 성과를 남겼다. 2008년 UEFA 챔피언스리그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여름에 영입한 선수 4명이 결승전과 승부차기에 나섰다. 퍼거슨 감독의 우승팀 리빌딩을 생각하면 지난 여름 첼시의 이적 작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강팀이 전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가장 적다는 게 상식이지만, 축구에서는 그 반대다.

아르센 벵거는 챔피언에서 한 순간에 무관 낙오자가 됐다. 그는 아스널의 무패 우승을 이뤄낸 직후 전력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베스트XI은 그대로 놔둔 채 벤치를 두텁게 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마누엘 알무니아, 마티유 플라미니 그리고 스무 살의 로빈 판페르시를 데려왔다. 다음 해 5월, 예상대로 아스널은 첼시에 12점이나 뒤진 채 시즌을 마감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들은 2위권 내로 진입한 적이 없다.

# 피로는 치명타다

성공하겠다는 굶주림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체력이다. 선수들은 한 시즌 내내 심신 양면에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한다. 리그 38경기 내내 최상 컨디션을 유지하기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요즘 축구 선수들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UEFA 주최 대회와 국가대표팀 경기까지 소화해야 한다.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기가 세 배 이상 어려워진다.

좋은 컨디션으로 뛰려면 체력과 정신력이 받쳐줘야 한다. 여기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면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이런 유형의 선수가 되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유럽 대항전뿐 아니라 종종 국제 대회도 치러야 한다. 게다가 오늘날 축구 선수는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부담감이 세 배 이상 가해진다.

육상스타 제시 오언스의 사례를 보자. 1930년대 그는 석탄재 트랙 위에서 달렸다. 에너지 소모가 컸다. 만약 그가 최신 합성 소재 트랙 위에서 달렸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은 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 그들은 스스로 만든 석탄재 트랙 위에서 달리는 셈이다.

어느 종목이든 최정상권 전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작은 실수가 큰 격차를 만들 수 있다. 첼시가 단 한 달 만에 우승팀의 위용을 어떻게 잃었는지 보라. 개막 8경기에서 2승밖에 하지 못했다. 타이틀 방어를 저지하는 장애물은 스스로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중위권의 반란이 시작됐다

타이틀 방어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TV중계권 분배금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덕분에 프리미어리그 중견 클럽들도 유명 스타를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상위권은 다르다. 예전부터 그들은 이미 유럽 최고 선수들을 영입해왔다. 아무리 수입이 증가한들 빅클럽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월드클래스'의 숫자는 일정하다. 기본적으로 빅클럽의 전력 상승 가능 폭이 중견 클럽보다 좁은 것이다.

무링요 감독은 "모든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재정이 강해지면 우수한 선수를 영입해 스쿼드를 강화할 수 있다. 작은 팀이든 승격 팀이든 마찬가지다. 더 경쟁적인 리그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만큼은 이 포르투갈산 '트러블 메이커'의 말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웨스트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올 시즌 그들은 에미레이트, 안필드 그리고 에티하드에서 승점 3점을 모두 가져왔다. 중견 클럽의 발전을 잘 보여주는 성과다. 개막 8라운드 현재, 웨스트햄은 첼시보다 승점 6점 앞서있다. 크리스털 팰리스와 레스터 시티는 첼시보다 승점 7점을 더 따냈다.

최근 30년간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던 지도자는 딱 두 명이다. 퍼거슨과 무링요다. 즉, 무링요는 유일하게 남은 타이틀 방어 경험자라는 뜻이다. 지금 그는 난제를 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과연 과거의 '특별한 비결'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고.

에디터=홍재민, 글=Alex Hess, 번역=정재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포포투

[포포투 에디터 추천]

- [from탄천] 젊은 감독 김도훈의 도전 계속되길- [knowledge] 챔스에 관해 몰라도 되는 역사- [knowledge] '충격 혹은 기적'...챔스 이변 톱10- 1경기 '미친' 다득점 기록 이야기- 무링요氏, 변명 말고 칭찬하세요

월드 No.1 풋볼 매거진...포포투 한국판☆☆포포투 한국판 페이스북 페이지☆☆

[Copyrights ⓒ 포포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