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인의 야구는 구라다] 근우야 미안해, 극한직업 3루코치

조회수 2015. 10. 2. 10: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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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우야~, 미안해~'..극한직업 3루 코치

조상우와 한현희는 완벽했다. 6~8회가 꽁꽁 막혔다. 9회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여전히 3점차. 원정팀은 암울했다. 그러나 마지막 9회. 하나 둘 주자가 살아나갔다. 강경학의 안타, 이성열의 볼넷. 이어서 정근우가 4안타 경기를 완성시키며 2점차를 만들었다. 아직도 주자는 2명. 차곡차곡 희망이 쌓여갔다.

이용규의 1루 땅볼로 2아웃. 그러나 2,3루가 되면서 안타 하나면 기사회생이 가능해졌다. 이윽고 최진행의 타구가 크게 바운드 되며 손승락의 키를 넘었다. 얼핏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갈 것 같던 타구는 몸을 던진 유격수의 글러브 끝에 걸렸다.

3루 주자는 당연히 홈을 밟았다. 문제는 2루 주자. 가장 빠르고, 스마트한 정근우가 3루에 다다를 무렵 김광수 코치의 왼팔이 몇바퀴 돌아갔다. 그러다가 공이 김하성의 글러브 속에 들어간 것을 깨달은 김 코치가 돌리던 팔을 멈췄다. 정근우도 1/3 지점에서 어정쩡하게 스톱했다.

여기서부터 원정팀의 불행이 시작됐다. 공을 잡으며 덤블링하던 김하성의 착지가 하필이면 3루쪽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이뤄졌다. 너무도 쉽게 오버런이 시야에 들어왔다. 1루는 쳐다볼 필요도 없었다. 3루로 쐈다. 게임 끝.

김 코치는 허리를 제껴 하늘을 쳐다봤다. 정근우는 한스러운 표정으로 김 코치를 바라봤다. 다음 타자가 김태균이었는데..

사실은 이 경기에서 한번 더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6회였다. 이글스가 한 점을 뽑고 계속된 1사 2, 3루. 이때 투수 조상우의 공을 포수가 뒤로 빠트렸다. 순간 3루 주자 정현석이 홈으로 뛰어들다 객사했다.

당시 장면을 자세히 보자. 볼이 빠지는 순간 타석의 하주석은 오른손을 활짝 펴 앞으로 내밀었다. 주자들에게 뛰지 말라는 손짓이었다. 그러나 3루 코치는 오른손으로 즉각 홈을 가리켰다. 주자(정현석)에게 가라는 사인을 준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역시 미스였다. 공은 뒤로 많이 흘러가지 않았고, 배터리의 재빠른 커버 플레이에 걸려 어이 없는 주루사로 마무리됐다. 물론 추가득점 기회도 날아갔다.

물론 통할 리 없는 쉴드

여러 말이 필요없다. 이 경기에서는 3루 코치의 판단 착오는 2차례나 나왔다. 당연히 득점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그것도 하나는 끝내기 주루사여서 더욱 치명적이었다.

특히 원정팀 팬들에게는 충격적이고, 뼈아픈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김광수 코치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룬다. 비난하고 비아냥 대는 댓글이 달렸다. '한화의 호흡기를 떼는 결정적인 주루 미스' '3루 코치 때문에 몇 경기 날렸네' '3루 코치 어깨 풀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던 정근우가 본거임' '피곤할 땐 주루~사' 등등.

물론 그의 잘못이 크다. 그걸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구라다>는 감히 쉴드를 시도한다(별로 통할 리는 없겠지만). 우린 그걸 감안해야 한다. 그 자리가 워낙 그런 곳이라는 점 말이다.

3루 코치는 홈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해주는 자리다. 2루나, 3루보다 훨씬×훨씬 위험 부담이 크다. 당연히 실패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그렇다고 마냥 안전위주로만 운행해서는 안된다. 때로는 기발하고, 적극적이고, 도박성이 필요한 곳이다. 10번을 잘해도 한 번 삐끗하면 역적이 되는 자리다.

모든 것을 갖춘 천재 이치로가 그랬다. "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요? 그거야 베이스러닝이죠." 타격은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다. 수비도 웬만큼 견적은 나온다. 하지만 주루는 워낙 순간적이고, 찰라적인 감각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오승환 때문에 가까워진 한신 타이거스의 3루 쪽은 다카시로 노부히로(61)라는 코치가 지킨다. 그는 일본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작전/주루 담당이다. 2011년인가? 이글스에서도 일했고, 2009년과 2013년 WBC 때는 두차례나 일본 대표팀 스태프로 발탁될만큼 인정받는 최고수다.

3루 코치라는 자리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실패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내일은 우리구나'. 항상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마음으로 박스에 들어간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의 제목을 보고 '뭐지? 이 따위는?' 하고 생각한 분이 있을 지 모른다. 정근우가 원망스러운듯 김광수 코치를 쳐다보던 그 순간 : <..구라다>는 뜬금없이 그 장면이 떠올랐다. 전지현을 우리에게 소개시켜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유명한 씬. 그녀가 울먹이던 대사다.

'견우(근우)야.., 미안해..나 정말 어쩔 수가 없나봐..난 다르다고 생각했는데..나도 어쩔수 없나봐견우(근우)야~! 미안해..'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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