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현의 스포츠 On Air] 프로농구, 위기를 받이들이고 있나

조회수 2015. 8. 20. 10: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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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2015 프로-아마 최강전이 한창이다.

마침 이번 주에 KBO리그도 잠실에서 중계가 많다 보니 야구 경기 전에 잠시 농구장에 들르곤 했다. 오랜만에 김태환 해설위원, '슈퍼파워' 현주엽 해설위원도 만날 수 있었고 경기도 가볍게 관람 하며 농구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승부조작 의혹과 김민구의 복귀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회는 담담히 치러지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프로농구는 위기다. 사실 위기인지는 꽤 시간이 지났다. 최근 3년간 시즌 평균 시청률이 0.3%을 넘은 적이 한 시즌도 없다. 비교하는 게 미안하지만, 현재 KBO리그의 시즌 평균 시청률은 1.2%를 상회한다. 무려 4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 시즌의 부진은 특히 더 아쉽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우승이라는 최고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여전히 저조했다. FIBA룰을 도입해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했지만 이전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 승부조작 의혹까지 터지며 힘겹게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정작 농구계에서는 그동안 위기인 줄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동안 방송사가 저조한 시청률을 고민할 때마다 평균 관중 수나,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중계 동시 접속자수는 V리그에 비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위적인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V리그는 평균 시청률이 1%를 넘나든다.

사실 농구에 투입되는 방송 '스펙'은 프로야구에 버금갈 정도다. 10대가 넘는 카메라와 울트라 슈퍼슬로 등의 각종 특수장비가 동원된다. KBO리그 시즌 종료 후 그 인력과 장비가 대부분 프로농구로 이동하기 때문인데, 투입되는 '스펙'이 뛰어난 만큼 제작진도 이를 잘 활용해 프로농구를 어떻게든 재미있는 콘텐츠로 포장 해보려는 고민을 한다.

일례로, 2년 전 즈음에는 리플레이의 패턴을 플레이나 전술 위주 보다, 울트라 슈퍼슬로 등 특수카메라를 활용한 선수들의 이미지 위주로 바꿔 시각적으로 주목을 끌기 위한 시도를 한 적도 있다. 주요 선수들에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춰 스타 플레이어 탄생에 일조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프로야구에서 시작한 'Game Track' 하이라이트 영상을 농구에도 도입했고, 힙합 레이블 '블랙앤빌'과 'Move Up'이라는 테마음악을 제작해 붐업을 노려보기도 했다.

관련해서 - 어디까지나 지난 시즌의 이야기지만 - KBL과 구단에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방송사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그림과 중계로 프로농구를 포장을 해보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보니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각도에 카메라를 설치해보려 하면 일단 안 된다는 답변이 먼저 돌아온다. 심지어 지금까지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던 벤치 쪽의 <리버스앵글> 카메라도 심판의 동선에 방해가 된다며 치워달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모 구단에서는 카메라 앵글에 걸리니 안내 표지판의 위치만 살짝 바꿀 수 있겠냐는 제작진의 요구에 그쪽에 왜 카메라를 두냐는 식으로 맞서 당혹스러웠던 적도 있다.

다행히 이번 2015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는 KBL이 대단히 협조적이라는 후문이다. 현장 PD, 캐스터 모두 KBL에서 상당히 지원을 잘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이제 위기를 인정하고, 정면으로 돌파해보려는 의지로 읽힌다.

개막을 앞두고 규정이 바뀐 부분도 눈에 띈다. 9월 12일로 개막 일정을 한 달 가까이 당겼고 외국인 선수의 출전시간을 늘렸다. 바뀐 규정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지만 위기를 직시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라고 본다. 물론 바뀐 규정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또 각 프로구단들이 과연 위기를 함께 직시하고 미디어에 협조적으로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5 프로-아마 최강전 KCC와 경희대의 경기에서는 전광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보조 전광판을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이 전광판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외적에서 수많은 노력을 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인기 회복의 키는 코트 안에서의 경기력이다.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농구 대잔치가 더 재미있는 룰이나 더 좋은 방송기술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마 매 경기 펼쳐지는 치열한 승부와, 스타플레이어들의 빼어난 활약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건 연맹이고 미디어고 어떤 노력을 하든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들이 진정한 프로의식을 갖고 열심히 해주는 방법 밖에 없다. 현주엽 위원 역시 지난 시즌 말미에 <스포츠 On Air>와의 인터뷰에서 "농구의 인기가 회복되려면 선수들이 무조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자유투, 오픈 3점슛은 넣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번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몇몇 프로팀은 벌써 대학팀에게 덜미를 잡혔다. 물론 대학팀이 매우 막강할 수도 있고, 프로 선수들이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아 몸을 사릴 수도 있고, 혹은 이겨야 본전인 대학팀과의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농구팬들이 기대하는 '프로'는 어떤 경기건, 상대가 누구건, 코트 위에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프로 선수들의 그런 모습을 시즌을 앞두고 미리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결국 '프로'다운 경기력으로 '프로'농구가 팬들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할지 모른다.

글=박차현(MBC스포츠플러스 PD)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스포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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