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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의 타인의 시선] 여대표 줄타기, '유려한 압박'과 '탈진' 사이

조회수 2015. 8. 2. 12: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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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

한국은 1일 중국 우한에서 벌어진 중국과의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지소연이 소속팀 일정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고, 박은선과 유영아도 부상으로 빠진 경기였다. 윤덕여 감독은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조소현과 권하늘에도 휴식을 주고도 승리를 이끌어냈다.

잦은 부상과 선수들의 탈진 그리고 쿨링브레이크로 후반 추가시간이 8분이나 됐던 혈투였다. 한국은 전반 26분에 나온 정설빈의 골로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 8강에 진출했던 중국을 그들의 홈에서 잡았다.

강하고 정확한 전방압박

많은 이들이 두 팀의 경기에서 중국의 우세를 점쳤다. 한국은 주력이 많이 빠져 있었고, 대체 선수들은 경험이 많지 않았다. 중국은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 거의 그대로 나왔다.

예상은 경기 시작과 함께 깨졌다. 한국은 중국이 제대로 플레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중앙 수비가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로 나온 심서연이 그 중심이 있었다. 정설빈을 비롯한 공격진에서부터 압박을 하자 중국 선수들은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에서 심서연이 수 차례 중국의 패스를 차단했다.

상대를 구석으로 몰아 놓고 시간을 끌거나 패스 길을 차단하는 소극적인 압박이 아니었다. 한국은 세계적인 팀들이 압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을 무리 없이 챙겼다. 바로 상대 공을 빼앗는 것이다. 한국은 강력하면서도 효과적인 압박을 통해 중국을 무력화 시켰다. 중국은 전반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본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정말 세계 4강 정도의 실력을 지닌 팀들이 하는 것처럼 압박을 했다. 의욕만 앞선 게 아니라 깔끔했다"라고 극찬했다.

압박에 이은 빠른 공격전개 그리고 이민아

달라진 게 또 하나 있다.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은 뒤 바로 공격에 나섰다. 주저하지 않고 바로 상대를 위협했다. 전반 26분 정설빈의 골도 적극적인 압박에서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강유미가 상대 공을 끊어냈고, 공을 이어 받은 정설빈은 골대를 향해 드리블하다 바로 왼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효과적인 압박과 공격 중심에는 이민아가 있었다. 기술과 시야가 좋은 이민아는 동료들이 탈취한 공을 바로 공격에 있는 선수들에게 연결했다. 이민아는 강유미와 이금민 그리고 정설빈에게 좋은 패스를 계속 내줬다.

이민아는 지난 월드컵 때 작은 논란을 몰고 왔던 선수다. 여자축구 전문가들은 이민아가 지소연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었다. 기술과 연계가 좋고 때에 따라서는 직접 결정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윤덕여 감독은 이민아를 호출하지 않았다. 이민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대체 선수로 팀에 들어왔다.

많은 이들의 평가는 옳았다. 이민아는 중국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였다. 공을 잡고 돌아설 때 상대수비들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영리했고, 최전방으로 나가는 패스는 위협적이었다. 한 때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다.

오버페이스는 '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 후반 들어 한국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내려갔다. 전반에 너무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 월드컵 코스타리카전 후반에 체력저하로 고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당시와는 다르게 수비진이 잘 버텨줬기 때문에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이나 일본과 상대할 때는 분명히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압박을 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지만 힘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더 중요하다. 전반에 아무리 상대를 압도해도 후반이 남아있다. 우한은 저녁에도 섭씨 35도를 오르내릴 정도로 덥고 습한 지역이다. 전반에 힘을 다 쓰면 후반에 탈진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 경기에서 체력이 무너지면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덤: 신예들의 맹활약

대표팀은 이날 승리 이외에도 다른 성과를 거뒀다. 바로 젊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면서 앞으로의 대표팀 운영에 여유를 얻은 것. 이금민과 이소담, 손윤희와 같은 젊은 선수들은 제몫을 확실히 했다. 국제경험이 적은 상황에서도 중국을 맞아 자신들의 플레이를 모두 했다. 100점은 아니더라도 가능성을 봤다는 이야기다.

윤덕여 감독은 부임 이후 선수풀을 넓게 사용하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당면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방법을 달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6 히우올림픽'과 다음 월드컵을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도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5일 벌어지는 일본과의 경기에는 이날 쉬었던 조소현과 권하늘 등 기존 선수들이 나온다. 윤 감독은 중국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조합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적절한 분배가 필요하다. 대표팀은 지난 2005년 대회에서 우승한 뒤 10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무관을 끊을 기회다.

글=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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