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임도헌, "임꺽정 감독도 나쁘지는 않네요"

조회수 2015. 7. 31. 0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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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감독' 임도헌의 좌충우돌 적응기

'임꺽정' 임도헌(43) 삼성화재 신임 감독의 데뷔전 무대는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였다. 그가 이끄는 삼성화재는 지난 12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서 김상우 신임 사령탑의 우리카드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2차전에선 지난 시즌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진출팀인 한국전력을 3-0으로 완파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영원한 라이벌이자 최태웅 신임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현대캐피탈을 3-1로 제압했다. 3연승의 승승장구. 임 감독은 그렇게 데뷔전 우승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서 아픔을 안긴 OK저축은행의 벽에 다시 한 번 막히며 준결승서 탈락했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저축은행에 1-3으로 완패했다. 신치용 감독이 쥐고 있던 무거운 지휘봉을 물려받은 뒤 나선 임꺽정의 첫 무대는 그렇게 아쉬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용인의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임 감독을 만났다.

-코보컵은 어땠나.

▲생각보다 선수들이 잘해줬다. (김)명진이나 (고)준용이가 더 잘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에 못 미쳤다. 자신감을 갖고 겨울리그에 갔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 아쉽다. 잘 안된 건 전부 내 잘못이다. 코보컵은 외국인 선수 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점검하는 대회다. 준결승에선 저축은행이 잘했다. 우리는 가진 걸 다 못 보여줬다. 준비 기간엔 패하면서 부족한 게 무엇인지 더 많이 깨우칠 수 있다. 쓰라린 패배였지만 귀중한 보약이 됐다. 사령탑 데뷔전은 부담스러웠다. '신 감독님이 나간 뒤 다음 감독은 어떨까', '최태웅 감독 등 새로운 사령탑은 어떨까' 등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코트에 나가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나 스스로도 많은 걸 배운 대회였다. 이젠 배울 시기가 아니다. 계속 배우고 훈련만 할 수는 없다. 코보컵은 준비하는 과정이었지만 겨울리그는 진짜 실전이다.

-오랜 시간 신치용 감독의 배구를 터득했다. 임도헌 감독의 배구 철학은 무엇인가.

▲삼성화재는 오랜 시간 정상에 있었다. 구성원이 바뀌었으면 스타일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그대로다. 기본 틀을 잘 유지하면서 수비와 2단 연결 향상에 집중하겠다. 사이드 블로킹, 특히 라이트가 약하다. 우리는 서브 리시브가 50%만 되면 잘 지지 않는다. 코보컵 조별리그 때는 괜찮았지만 저축은행전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격력은 그런대로 괜찮다. 블로킹에 중점을 두고 훈련할 계획이다. 명진이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최)귀엽이도 공격력이 좋지만 명진이의 키가 더 크다. 귀엽이는 배구 센스가 있지만 제일 아쉬운 게 블로킹이다.

-삼성화재는 신치용 사단 전과 후로 나뉜다. 부담감은 없나.

▲삼성화재는 그간 16번의 우승을 이뤄냈을 정도로 잘해왔기 때문에 신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어떤 감독이든 성적 부담은 있다. 많고 적고의 차이지 큰 차이는 없다. 난 부담감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 10년간 삼성화재 코치를 하면서 이 팀의 감독이 되면 당연히 부담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자기 것만 하면 되는 선수 시절이 편했다. 코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책임감이 높아진다, 감독이 되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커진다. 코보컵 때도 마찬가지고 내 결정에 따라 구성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을 내린 뒤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결과가 나오면 좋지만 잘못되면 부담이 되는 건 당연하다.

-본인의 성격은 어떤가. 부담감을 잘 이겨내는 편인가.

▲꼼꼼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무얼 하기 전까지는 많은 준비를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한다. 또 다시 도전해보고, 안되면 다시 다음을 준비한다. 쉽게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다. 포기하면 그 때는 감독직을 내려놓을 때다(웃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한다.

-40대 신임 사령탑이 많다.

▲갑자기 많은 감독들이 바뀌었다. 같이 운동했던 이들이 감독들이 됐다. 서로 의식하는 게 분명 있을 것이다. 프로 세계다.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라이벌인가.

▲우리가 라이벌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고 상대가 라이벌이라 부르면 우리는 좋은 거다. 올해 어느 팀이 우승한다 얘기를 못하겠다. 사람이 살다보면 운명이 있다. 최 감독이나 신영철 김상우 김세진 감독 모두 운명이다. 나도 현대캐피탈서 뛰다 삼성화재에 와서 최선을 다해 감독이라는 직책을 받은 것 같다.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예전에 나와 함께 코트를 누볐던 선수들이 지휘봉을 잡는 건 순리인 것 같다.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기회가 온 것이다. 선수 시절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감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배구를 할지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올 시즌 상당히 흥미진진할 것이다. 초반 1~3라운드가 제일 중요하다.

-올 시즌 판도 예상은?

▲대한항공에 세터 한선수가 들어오면 마이클 산체스가 공을 치는 게 달라질 것이다. 마이클은 (한)선수 같은 선수의 공을 좋아한다. 덩달아 다른 선수들도 살아날 것이다. KB손해보험은 제일 취약한 포지션이 세터였는데 (권)영민이가 들어오면서 강해졌다. 한국전력도 하경민을 빼고 전광인 서재덕 오재성 등 지난해 결승에 올라갈 수 있는 멤버들이 다 있다. 우리카드도 박상하 정민수 최홍석 김광국 등 대표팀 선수가 4명이다. 박민우도 지난해 세터 부문 1위다. 신으뜸도 있다. 현대캐피탈도 외국인 선수가 좋다. 여오현이 있어 리시브도 안정돼 있고, 문성민 윤봉우 최민호 등이 있다. 저축은행은 기존 선수들이 워낙 좋다. 시몬의 대체 외국인 선수도 워낙 좋은 선수를 뽑아올 것이다. 베스트로 나오면 승리를 보장 받을 팀이 없는 이유다. 외국인 선수는 비슷하다. 국내 선수들이 어느 정도 해주느냐에 달려있다. 준결승, 결승 진출은 결국은 베스트 싸움이다. 단기전 승부에선 기본기가 좋은 팀이 이긴다. 그래서 많은 훈련량이 필요하다.

-선수 시절 별명이 임꺽정이었다. 감독으로선 어떤 별명을 원하는가.

▲내가 임씨라 그렇다(웃음). 항상 그런 이미지였다. 리더는 카리스마로 끌고 갈 수도 있고, 지장도 있고 덕장도 있다. 얼마나 구성원을 합심해 끌고 가느냐가 중요하다. 임꺽정 감독도 나쁘지는 않다.

-선수들에게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훈련할 때는 선수들과 농담을 하지 않는다. 코치 땐 신치용 감독님이 하지 않는 역할을 했다. 과거에 엄마 역할을 했었다면 지금은 아빠, 엄마를 다 한다. 과도기다. 코치 땐 선수들을 많이 혼내서 나를 무서워했다. 지금은 되도록 말을 적게 하려고 한다. 코치 땐 일일히 다 말했지만 핵심만 얘기해주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겠지만 프로로서 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정도 좋아야겠지만 결과가 나쁘면 프로로서 인정을 못 받는다.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나온다. 전쟁서 이겨야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 성을 함락하지 못하면 안된다. 목표가 있는데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훈련 때 더 집중하려고 한다. 작은 것에서 승부의 향방이 갈린다.

-훈련량이 많아졌나.

▲예전과 똑같이 한다. 이제는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나눠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훈련할 계획이다. 블로킹이 부족한 선수들은 저녁에 나오고, 다른 게 부족한 이들은 다른 시간에 나오려고 한다.

-감독으로서 최종 목표는.

▲어떤 감독이든 우승을 많이 하고 싶을 테지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천운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로부터 '삼성화재는 팀 문화가 좋고, 프로 답고, 참 좋은 팀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OSEN 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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