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류청의 타인의 시선] 동아시안컵, 권순태 시험의 적기였다

조회수 2015. 7. 30. 15:1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불변의 명제가 있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면 논란은 따라온다.

K리그의 한 지도자는 이 현상을 "지도자들도 모두 선수 보는 눈이 다르다. 팬들은 보는 관점 자체도 다르지 않나. 결국 논란이라는 게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관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논란이 나오는 자체는 어쩔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래도 대표팀 감독이 가장 잘 알겠지"라는 게 사실상 정답이다. 필자도 이런 입장이다. 선수 기용의 당사자인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선수를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속된 잡음은 없는 게 좋다. 산발적인 불만이나 논란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계속 이어지는 것들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한 이후 큰 논란을 겪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하나의 질문을 받고 있다. 리그 선두인 전북현대의 골키퍼 권순태 선발에 관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중용한 김진현과 김승규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이 인정하지만, 권순태를 소집조차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짧은 시간에 3경기를 치르는 '2015 동아시안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서도 골키퍼 권순태가 제외된 것을 두고는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김진현, 김승규, 구성윤을 선발했을 때도 어느 정도 리그 1위 골키퍼의 탈락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김진현의 부상으로 인한 대체자가 이범영이 됐을 때는 그 목소리가 더 커졌다. 물론 권순태는 미리 제출된 50인 예비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대체 발탁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권순태가 올 시즌 리그 경기당 실점이 이범영보다 0.26골이 낮아서 이야기가 나온 건 아니다. 권순태 기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골키퍼 자원의 다양성을 언급한다. 권순태가 현재 슈틸리케 감독이 선발하고 있는 골키퍼들과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로 골키퍼들은 190cm를 훌쩍 넘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이들도 평균키가 194cm다.

"키가 큰 골키퍼와 키가 작은 골키퍼는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권순태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좋은 선수다.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뛰지는 못하더라도 대표팀에 합류해서 기존 골키퍼들과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도 있다."

182cm의 비교적 단신으로 A매치 61경기에 출전했던 김병지의 말이다. 김병지는 "선발은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한 뒤, 권순태를 선발해서 주전으로 쓰는 게 아니라 훈련에 참가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운동이다. 구성원 하나가 바뀌면 팀 전체의 색깔도 조금씩 바뀌기 마련이다. 권순태와 같이 다른 유형의 선수를 써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다.

슈틸리케 감독의 셈법도 이해가 간다.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겠다"라고 공언도 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 있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과 '2016 히우올림픽' 예선전까지 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른 포지션은 몰라도 골키퍼는 나이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게 사실이다. 30대 중반을 넘겨서도 국가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

권순태를 주전으로 쓰지 않아도 한 번쯤 직접 점검해보기에도 좋은 시기였다. 대회에서 승부를 아예 제쳐둘 수는 없지만, 이번 동아시안컵은 다른 대회에 비해 그런 부담이 크지 않은 대회다. 슈틸리케 감독도 그런 맥락에서 평균 나이 24.5세의 선수단을 꾸렸다. 짧은 시간 동안 3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골키퍼 모두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물론 그런 기용적인 측면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권순태를 시험해볼 수 있었다.

"꼭 출전시키려고 뽑는 건 아니다." 국가대표팀을 지휘했던 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선수는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게 다르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직접 가르쳐보면 바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이 감독은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잘한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들을 무리 없는 범위 내에서 소집해 시험했다고 했다. 슈틸리케도 이런 맥락에서 권순태를 기용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슈틸리케가 그리는 그림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논란은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다. 그래서 직접 권순태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이번 동아시안컵이 조금 더 아쉽다.

글=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

사진= 전북현대 제공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