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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권향의 여우사이] '밉상'이냐 '보물'이냐, 오재원의 절대적 존재감

조회수 2015. 7. 29. 09: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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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리는 야구바보

"우리 팀 선수라면 최고지만, 다른 팀 선수라서 밉상이다."

아마 '밉상'이란 단어만 보면 떠오르는 선수가 있을 것입니다. 연관 검색어까지 따라 붙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절대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두산 오재원의 이야기입니다.

오재원은 상대팀에서 경계하는 선수입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상대팀 감독들은 오재원을 '상대팀 엔트리에서 빼고 싶은 선수'로 종종 뽑기도 했습니다. 반면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달릴 땐 그를 '가장 필요한 선수'로 추천했습니다.

<오재원이 타 팀 팬들에게 '밉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공수주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의 거친 플레이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합니다. 오재원이 생각하는 그라운드 위의 모습은 어떨까요. 사진=표권향 기자>

팬들도 그에 대해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오재원을 외모로 따지는 이들도 있습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날카로운 인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기 중 언성을 높이거나 거친 플레이가 민망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로 인해 붙은 별명이 '식빵'이지요.

오재원을 응원하는 팬들의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그들은 오재원의 인상을 카리스마 있는 상남자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투덜거리면서도 사인을 다 해주는 '친절한 오빠'라고 했습니다.

유명한 일화도 있습니다. 오재원이 김현수의 어린 팬에게 마음대로(?) 사인해주었다가 그 아이를 울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황한 오재원은 김현수를 직접 데리고 나와 사인을 받아주었다고 합니다.

<오재원은 올 시즌 선수단의 만장일치로 두산의 주장 완장을 찼습니다. 그의변함 없는 꾸준함과 부지런함이 동료들에게 본보기가 됐기에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OSEN 제공>

'밉상'이냐, '보물'이냐. 그것이 알고 싶다

겉과 속이 다른 남자라서 그런지 오해와 뜬소문이 그를 쫓습니다. 이에 대해 오재원은 "그리 와 닿지는 않아요"라며 "좁은 공간에서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한 악성 댓글과 허위 사실 유포 등은 신경 쓰지 않아요. 그래서 댓글은 잘 보지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거친 플레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오재원은 "저는 이승엽 선배님 같은 재능은 없어요. 어쩌면 야구선수로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죠. 야구에 목숨을 거는 것... 이게 맞는 것 같아요"라며 여운을 남겼습니다.

오재원은 "우리 팀에는 조용한 선수들이 많아요. 시키는 것만 하는 선수들도 있죠. 이런 성격의 선수들은 엄청난 재능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대수비를 하더라도 공 하나를 잡아 어필할 수 있는 파이팅이 필요해요"라며 "언제나 나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더 활발해져야 하죠"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롤모델로 삼으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나를 닮으라고 하진 않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다들 바뀌죠.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 자기만의 스타일도 있고요"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재원이 날라리다? 아닙니다. 오재원의 손바닥은 일년 내내 굳은 살이 박혀 있습니다. 시즌 중에도 스프링캠프와 비슷한 강도의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사진=표권향 기자>

욕쟁이 아저씨의 오해와 진실

5월 27일 두산과 NC전. 오재원과 해커가 충돌하면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습니다. 해커와 오재원의 미묘한 신경전 이후 해커가 오재원에게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라고 외쳤습니다. 이 말에 오재원이 언성을 높여 두 팀이 부딪혔습니다.

다음날 서로 화해를 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야구팬들은 오재원을 꾸짖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오재원은 "(내가 경기에 나오면) 아이들과 야구를 못 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날 순간 화가 났지만, 평소에 제가 욕하는 거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요. 또 해커의 말에 'ㅇㅇ스쿨' 가서 영어공부를 하라며 지적도 당했어요"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속상했는지 이 이야기를 할 때 다소 흥분된 모습이었습니다. 오재원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대화를 위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확한 뜻을 알았죠. 순간 '욱'해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했어요. 침착했어야 했는데 '훅' 나갔어요"라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오재원은 "외국인 선수들도 우리 선수예요. 피부색이 달라도 다 같은 형, 동생이죠. 같은 리그에서 뛰는 동업자이자 친구이자 가족이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동료애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오재원은 "트레이드가 되고 FA여도 우리는 한 팀이에요. 서로 위해 주고 조절하면서 챙기는 것이 바로 팀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재원은 가장입니다. 집에서도 야구장에서도 가족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도 집안 살림을 위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수들도 그를 따랐기에 두산의 더그아웃 분위기는 언제나 밝고 즐겁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가족을 위해 목숨 건 야구

오재원은 대가족의 가장입니다. 집안의 모든 책임과 생계유지는 전부 그의 몫입니다.

올 시즌 그의 연봉은 4억. 모두 가족을 위해 쓰여집니다. 오재원이 프로 입단 후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돼 그가 집안을 이끌고 있습니다. 집안의 경조사도 그가 챙겨야 합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는 선수들에게 꿀맛 같은 휴가입니다. 하지만 오재원은 지난 해 휴가지가 아닌 장례식장에 있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드리고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들을 맞았습니다.

오재원은 "어렸을 땐 말 그대로 미운 짓도 많이 하고 거칠게 반항도 했었죠"라며 "어릴 때부터 야구를 했어야 했었어요.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어야 했습니다. 힘든 일도 많았고 프로에 와서도 순탄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를 견뎌내는 아들의 모습을 대견해하시는 부모님을 보고 행복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인천 아시아게임 야구 대표팀에 선출된 오재원은 마치 넋이 빠진 사람처럼 앉아 "가족들이 많이 울었어요. 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었습니다. 그가 절실하게 해결하고 싶었던 일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얻었었기 때문입니다.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오재원은 땀과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팬들의 응원 소리에 뭉클했어요. 한 팬이 '야구 선수는 돌에 맞아도 버텨야 한다'는 댓글을 써주셨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항상 겸손할 줄 알고 변함없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사진=표권향 기자, OSEN 제공, 동영상 촬영 및 제작=표권향 기자>

오재원은 지난 26일 NC와의 맞대결 도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구급차까지 야구장 안으로 들어와 그의 상태를 살폈습니다. 다행히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싸우는 오재원. FA를 생각한다면 어느 시즌보다 더 관리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습니다. 팀의 주장이기에 야구장 안팎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의 첫 인상이 많은 것을 좌우합니다.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에 지나친 의식은 자칫 상대에게 가식으로 다가와 불쾌감을 갖게 하죠. 때문에 어떤 이는 처음부터 남의 시선에 관심을 끊고, 본연의 자세에만 충실하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야구장에서만큼은 오재원이 인기남으로 꼽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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